[소년중앙] 촉촉·바삭·꾸덕한 식감에 달콤함까지, 할매니얼 열풍 주인공 약과의 매력

한은정 2023. 8. 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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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그대로 먹어볼까 나만의 꿀조합 만들어 먹을까 ‘K-간식’ 약과

흑임자 아이스크림, 쑥 라떼, 누룽지 쿠키 등 최근 몇 년 사이 전통 디저트에 대한 젊은 세대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할머니의 사투리인 ‘할매’와 ‘밀레니얼’의 합성어로, 할머니 세대의 취향에 열광하는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세대)를 의미하는 ‘할매니얼’ 트렌드가 떠오르며 옛날 먹거리가 K-간식 열풍을 일으켰죠. 그 대표 주자는 단연 약과인데요. 명절 차례상에서나 맛보던 약과가 현재는 핫한 디저트가 됐죠. 인기 약과는 구하기 힘들어 약켓팅(약과+티켓팅)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고,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도 너나 할 것 없이 약과를 판매하며 약과를 활용한 무궁무진한 디저트도 파생되고 있어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다양한 약과를 살펴보고, 맛보고, 직접 만들며 약과의 매력을 알아봤습니다.

고일재 학생기자와 박서현·오은채 학생모델(왼쪽부터)이 다양한 약과를 맛보고, 우리 전통 약과에 대해 알아본 후 직접 만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젊은 층 사이에서 시작된 할매니얼 디저트 열풍에 힘입어 뻥튀기·군밤·양갱·한과 등 추억의 간식들이 재조명받고 있어요. 인터파크쇼핑에 따르면 4월 1일부터 7월 25일까지 식품 카테고리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간식류에서 추억의 레트로 간식류 거래액이 전년 동기간 대비 5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죠. 가장 많이 판매된 레트로 간식 1위는 약과를 비롯한 한과와 엿, 떡 종류로, 27%의 비중을 차지했어요. 누룽지·뻥튀기가 24%로 2위, 건빵·전병·전통 과자가 18% 비중으로 3위였습니다.

대기업 식품 제조사, 프랜차이즈 제과 업체도 전통 간식류 신상품 개발에 열의를 보여 할매니얼 디저트 열풍은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 않습니다. 이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바로 ‘약과’인데요. 경기도 포천에 있는 유명한 약과 가게에 오픈 전부터 줄을 서는 ‘약과 오픈런’, 온라인 판매 시간에 맞춰 인기 콘서트 예매 때처럼 초 단위로 구매 경쟁을 하는 ‘약켓팅(약과+티켓팅)’이라는 말들이 생겨날 정도죠.

편의점에서도 MZ세대를 저격할 상품을 줄지어 내놓았어요. CU는 할매니얼 열풍을 이끈 약과 상품을 가장 먼저 출시했죠.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데오의 인기 카페 ‘이웃집 통통이’와 손잡고 지난 3월 선보인 약과 쿠키 2종은 출시 약 3개월 만에 220만 개 넘게 팔렸습니다. GS25는 5월 약과 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관련 상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죠. GS25가 개발한 ‘행운약과’ 시리즈 6종의 누적 판매량은 출시 2개월여 만인 7월 말 150만 개를 돌파했어요.

인기에 힘입어 디저트 업계에서는 약과를 더 다양하게 즐길 수 있도록 여러 나라의 디저트와 접목하고 있어요. 약과 쿠키는 물론, 마카롱·휘낭시에·마들렌·와플·케이크·푸딩·젤라또·빙수·라떼·스무디까지 등장했죠. 제과 업체도 퓨전 약과를 여럿 내놨습니다. 파리바게뜨가 3월 선보인 뉴트로풍 디저트 약과타르트는 지난 7월까지 누적판매량 25만 개를 기록했으며, 비알코리아의 던킨이 지난 1월 명절 한정으로 출시한 허니글레이즈드 약과는 인기가 높아 상시 판매로 바뀌었죠. 던킨은 5월에 달고나 츄이스티 약과도 출시했는데 두 제품 모두 꾸준히 인기예요.

약과 인기에 ‘약과 오픈런’ ‘약켓팅’ 등 신조어도

약과 열풍은 63만 구독자를 보유한 먹방 유튜버 여수언니 정혜영이 경기도 장인한과의 약과들을 소개하면서 본격화되기도 했는데요. 이후 장인한과의 약과들은 약켓팅이라는 말을 탄생시키며 인기행진을 이어갑니다.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웃돈이 붙은 가격에 거래가 이뤄지기도 하고, 일명 ‘인질약과’라고 해서 이 약과에 다른 약과를 끼워 파는 사이트도 생겼죠. 장인한과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제조 시 깨진 약과 조각들만 담아 저렴하게 판매하는 파지약과. 못난이약과인 파지약과는 ‘장인, 더’사이트에서 매주 월·수·금 오후 5시에 1인 1박스만 한정 구매 가능합니다. 이 밖에 경기도 포천에 있는 ‘장인, 더’ 카페에서 구입할 수 있어요. 공장에서 파지약과를 모아 저렴하게 팔던 것이 입소문을 타고 웃돈까지 얹어 거래되자 아예 카페를 열고 주력상품으로 팔게 된 것이죠.

경기도 포천에 있는 ‘장인, 더’ 카페에서 음료를 구입하는 경우 1인당 파지약과 2팩과 정품약과 2알을 구매할 수 있다.

장인약과를 직접 구입하기 위해 평일 오픈 시간인 오전 10시에 맞춰 방문했어요. 매장에 들어서니 10시 10분쯤이었고, 대기 번호 19번이었죠. 매장에서는 음료를 구입하는 경우 1인당 파지약과 2팩과 정품약과 2알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평일이라 비교적 수월하게 약과를 구입할 수 있었어요. 김성빈 점장은 “원래 평일에도 12시 이전에 다 품절 됐는데 2주 전에 매장을 이전하며 아직 위치를 모르는 분들이 있어서 그런지 요즘엔 오후 2시 정도까지는 남아있어요. 주말에는 사람들이 많아 오픈 때 맞춰 오시는 게 안전하게 구입할 수 있어요”라고 밝혔죠.

보통 평일엔 20박스의 약과가 들어오는 데 한 박스에 스무 팩이 들어있어 총 400개, 즉 200여 명이 구입할 수 있다고 했어요. 정약과는 워낙 적게 들어와 오픈 후 얼마 안 돼 품절됩니다. 주말에는 2배 분량이 들어오지만 그만큼 사람이 많이 와서 경쟁은 더 치열하다고. 김 점장은 약과를 맛있게 먹는 방법으로 “손님들이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조금 부드럽게 해서 먹거나 단맛의 극대화로 아이스크림이랑 먹는 방법 등을 얘기하는데 솔직히 그냥 먹는 게 제일 맛있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죠.

경기도 포천에 있는 ‘장인, 더’ 카페에서 음료를 구입하는 경우 1인당 파지약과 2팩과 정품약과 2알을 구매할 수 있다.

MZ세대에게 약과 열풍을 일으킨 주역인 여수언니는 직접 ‘봄날엔약과’를 론칭했습니다. 우리 밀과 국내산 찹쌀을 이용하며 수차례의 식감 테스트를 거쳐 겉바속꾸 식감을 만들었죠. 그는 약과를 더 맛있게 먹는 팁으로 냉동실에 얼린 후 상온에 10분 정도 해동해 먹으면 더욱 쫀득하고 바삭하게 먹을 수 있고, 여기에 아이스크림을 올려 먹는 것도 추천합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식감을 원하면 전자레인지에 20~30초 정도 돌린 후 한 김 식혀 아이스크림을 올려 먹고, 180°c로 예열한 에어프라이어에 약과를 3분간 돌리고 한 김 식힌 뒤 아이스크림 올려 소금과 후추를 살짝 뿌리면 더 고급스러운 맛을 느낄 수 있다고 해요.

약과는 자신만의 것을 발견하고 공유하길 선호하는 젊은 층의 성향과 잘 맞아 떨어져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촉촉하고 바삭하며, 특유의 꾸덕한 식감을 좋아하는 MZ세대가 SNS에 ‘자신의 약과 경험’을 공유하면서 더욱 판매가 늘었죠. 퓨전 약과는 물론, 아이스크림에 약과를 올려 먹거나 견과류·콩가루 등의 토핑을 얹어 먹는 꿀조합 레시피가 공유되면서 약과 열풍은 더욱 증폭되고 있어요.

다양한 약과 맛보기
소중 학생기자단이 약과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경기도 광명시에 있는 아름다운우리맛연구원을 방문했습니다. 탁준영 원장이 최근 약과가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에 대해 “지금은 딱 하나를 먹어도 맛있는 걸 먹고 싶은 시대잖아요. 전통적 매력도 있지만 단맛은 기분을 좋게 하니까 먹었을 때 기분도 좋고 맛도 좋고, 무엇보다 사진을 찍어서 SNS에 올리고 싶은 감성적인 면이 충족돼서 인기를 끄는 것 같아요”라고 밝혔죠.

약과의 인기에 힘입어 디저트 업계에서는 약과를 더 다양하게 즐길 수 있도록 여러 나라의 디저트와 접목한 상품들이 나오고 있다.

약과에 대해 본격적으로 알아보기 전에 시중에 판매하는 유명 약과 제품을 직접 맛보기로 했어요. 편의점에서 약과 쿠키로 큰 사랑을 받은 제품부터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업체의 약과 타르트, 베이커리 카페의 약과 마들렌, 약과 도넛을 조금씩 먹어봤습니다. 편의점에서 파는 약과 쿠키를 먹은 소중 학생기자단이 “안 씹어져요” “딱딱해요” “너무 달아서 이거 하나만 딱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얘기했어요. 탁 원장이 “거기에 있는 약과는 딱딱할 수밖에 없어요. 유통기한을 길게 하려고 설탕을 좀 많이 넣거든요”라고 설명했죠. 학생기자단은 특히 브라우니 약과 쿠키에 대해 “약과 맛이 거의 안 나고, 초코 브라우니 먹는 맛이라 약과랑 너무 거리가 멀어요”라고 밝혔습니다. 탁 원장은 “코코아 파우더 향이 강한데, 전통 약과가 아닌 쿠키 레시피, 빵처럼 계란과 설탕·식용유·베이킹 파우더 등이 들어가서 그럴 거예요. 그럼 파지가 안 나오고 모양도 잘 나오죠”라고 설명했어요. 약과타르트와 약과 도넛 등을 맛보고는 “그냥 약과를 박아놓기만 한 거 아닌가요. 약과 맛이 강하지 않아요”라는 소감을 말했죠.

소중 학생기자단은 퓨전 약과에 대한 시도는 좋게 평가했습니다. 고일재 학생기자는 “이런 시도는 좋다고 생각해요”라고 얘기했고, 오은채 학생모델은 “약과와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는 건 좋은데 단맛에 단맛이 더해져서 좀 조화가 안 맞는 거 같기도 해요. 우유랑 같이 먹으면 중화가 될 것 같아요”라고 말했어요. 박서현 학생모델은 “일반인들이 좀 더 쉽게 약과에 접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 같은데 점점 약과의 고유한 맛이 잊힐 수도 있다는 생각이 조금 들어요”라고 밝혔죠.

장인한과의 파지약과(왼쪽 사진)와 정품약과

다음으로는 온라인에서 인기를 모은 약과 전문점의 약과를 직접 먹어봤습니다. 힘들게 사온 장인한과의 약과를 먹은 서현 학생모델은 “일반 시중에서 파는 거랑 좀 달라요. 쫀득쫀득하고 담백한 것 같으면서도 달콤하고 진한 맛이에요. 꿀 때문에 그런지 꽃향기가 나는 것 같아요”라고 설명했죠. “좀 덜 단 것 같은데 갈수록 달아져요.”(은채), “꿀을 많이 넣었는지 꿀맛이 강해요. 파지약과가 더 바삭한 것 같은데, 실패한 걸 따로 판다는 게 특이한 것 같아요.”(일재)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며 쫀득한 식감이 인상적이고 기름에 전 냄새가 없었죠. 정품약과가 좀 더 부드럽고 파지약과는 가장자리 부분이라 더 바삭한 게 특징입니다.

약과계의 페이스트리로 불리는 버들골약과

약과계의 페이스트리로 불리는 버들골약과는 설탕의 사용은 줄이고 조청을 많이 사용하여 달지 않은 게 특징입니다. 여름철엔 냉장고에 넣었다가 시원하게 먹으면 끈적이지 않고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죠. “바삭바삭 크리스피한 과자 같은 식감이 독특해요.”(서현) “약과 같지 않고 과자 같아요. 개나리꽃 같은 모양에 약과 측면을 보면 겹겹이 층이 져 있는 게 보여요”(일재) “많이 달지 않은 편이고 한입 크기로 먹기가 간편한 것 같아요.”(은채)

약과 열풍을 일으킨 유튜버 여수언니가 만든 봄날엔약과

소중 학생기자단은 ‘봄날엔약과’도 직접 맛봤습니다. “겉이 약간 건조한 것처럼 보일 정도로 물엿 코팅이 붙어있진 않아요. 손에 묻는 게 없어 좋아요.”(은채) “조금 심심한 맛이라고 느낄 수 있는데 덜 달아서 제 입맛엔 맞아요.”(서현) “반으로 가르면 촉촉한 물엿이 속 안에 가득한 게 보여요. 속이 촉촉하고 덜 단 것 같아요.”(일재)

달구벌한과의 수제꽃약과

달구벌한과의 수제꽃약과는 쿠키틀로 찍고 꽃살을 수작업으로 찍어서 만든 예쁜 꽃 모양이 인상적입니다. “계피와 생강 향이 가장 진한 약과예요. 한입 먹으면 향이 듬뿍 느껴져요”(서현) “쫀쫀하고 베어 물면 단면에 결이 잘 보여요. 식감이 눅눅하고 바삭하지 않은 건 아쉬워요.”(일재) “큰 사이즈, 작은 사이즈 두 개가 있는데 둘 다 한입에 먹기 좋고 모양이 예뻐서 좋아요.”(은채)

약과 제대로 알아보기
예부터 우리나라는 혼례·제례와 같은 주요 의례와 접빈객을 중시하는 관례에서 비롯된 전통음식이 발달했는데 그중 한국의 전통 과자인 한과(韓菓)는 연회의 큰상 차림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어요. 탁 원장이 “특히 궁중이나 양반집에 큰 잔치가 있을 때는 음식을 높이 고여 큰상을 차렸는데 떡류·한과류·전류·건어물류·생실과류·편육 등을 높이 고여 잔치의 의미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기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과는 재료와 만드는 방법에 따라 유과(油果)·유밀과(油蜜果)·숙실과(熟實果)·다식(茶食)·정과(正果)·과편(果片)·엿강정·당(糖) 등으로 크게 구분되죠. 그중 유밀과는 불교의 전성기였던 고려 시대에 국가의 행사에서 제례에 올리는 음식으로 상차림에 올려지면서 발달했어요.

탁준영 아름다운우리맛연구원 원장

유밀과는 밀가루에 꿀과 기름을 넣고 반죽한 것을 모양을 만들어 기름에 지져 낸 다음 즙청(꿀에 재워 두는 과정)한 것으로 모양에 따라 약과(藥果)·만두과(饅頭菓)·다식과(茶食菓)·매작과(梅雀果) 등 여러 가지 이름이 붙습니다. 그중 약과는 크기에 따라 대약과·소약과라 하는데 고임상에는 대약과를 만들어 올리고 다과상에는 소약과를 내었죠. 반죽을 밀어 네모지게 자르면 모약과·방약과라 부르는데, 이때 반죽을 밀어 자르지 않고 약과판(다즐판)에 박아내면 다식과라고 했어요.

고일재 학생기자·박서현·오은채(왼쪽부터) 학생모델이 전통 디저트 열풍을 이끌고 있는 다양한 약과를 살펴보고, 맛보고, 직접 만들며 약과의 매력을 알아봤다.

서현 학생모델이 그럼 약과의 역사는 고려 시대부터 시작됐냐고 질문했죠. “맞아요. 고려 시대부터 시작됐고, 지금은 약과를 아무 때나 먹을 수 있지만 옛날에는 제사나 결혼식 같은 큰 행사에 쓰였어요. 또 고려 때는 차를 많이 마셨거든요. 차가 약간 씁쓸한 맛이 있잖아요. 그래서 약간 단 약과를 같이 먹었죠.” 약과라는 명칭은 반죽에 꿀이 들어갔기 때문에 붙여졌으며, 꿀은 면역력 향상과 기력 보충에 효과적이라 약으로 사용하기도 했기에 우리나라 음식 중에서 약식·약밥처럼 꿀이 들어가는 거에는 약자가 붙곤 한다는 설명이죠. 일재 학생기자가 “그럼 옛날에는 부유한 양반만 약과를 먹었겠네요”라고 물어봤어요. “그렇죠. 주재료인 밀가루·참기름·꿀 이런 게 다 귀한 시대였기 때문에 평소에는 부자들밖에 먹을 수가 없었던 거죠.”

은채 학생모델이 김치는 지역마다 맛도 만드는 방법도 조금씩 다른데 약과도 지역마다 맛과 만드는 법이 다른지 궁금해했어요. 탁 원장은 “대부분 비슷한데 조금 틀린 맛을 찾자면 수원 지방에서는 약과에 깨를 넣어 만들어 수원 약과라고도 불렀어요”라고 얘기했습니다. 약과는 손이 많이 가서 아무나 못 만들었는데요. “조선이나 고려 시대는 왕이 있잖아요. 왕이 사는 데를 중심으로 솜씨가 좋은 사람들이 많았고 그래서 약과도 개성약과가 유명하게 된 거죠.”

다양한 약과.

약과를 만들기 위해선 먼저 밀가루에 기름을 잘 섞은 다음 꿀과 술을 넣어 반죽합니다. 꿀 대신 조청을 넣거나 설탕을 물에 풀어 넣었다는 기록도 있죠. 반죽이 질어지면 만들기는 쉬우나 켜가 일어나지 않고 단단하며, 되게 하면 만들기는 어려우나 겉이 거칠게 일어나 잘 튀겨지고 즙청도 속까지 잘됩니다. “반죽 후 밀대로 밀어주는데 빵의 구조가 얇은 층이 여러 겹 겹쳐져 있는 형태인 페이스트리처럼 켜가 일어나려면 한 번만 밀어주는 게 아니라 겹쳐서 밀고 또 겹쳐서 밀고 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하죠.”

예전에는 튀기는 기름도 참기름만 사용했지만 지금은 콩기름·옥수수유와 같은 튀김유를 사용해요. 기름을 넉넉히 붓고 100~110도 정도의 온도에서 넣어 반죽이 부풀어 켜가 생기고 떠오르면 서서히 온도를 높여 노릇노릇한 갈색이 되도록 튀겨줍니다. 기름의 온도가 너무 낮으면 반죽이 풀어지고 온도가 너무 높으면 켜가 생기지 않아 단단해진다고 해요. 튀겨낸 약과는 꿀이나 조청에 재워 즙청하는데, 즙청재료로는 1940년 이전에는 꿀이 가장 많이 사용되었지만 이후에는 엿을 녹여 쓰기도 하고 설탕을 물과 섞어 시럽으로 만들어 사용했으며, 근래에는 물엿이나 조청을 주로 사용한다고 해요. 즙청한 약과는 꺼내 바로 먹는 것이 아니라 다른 그릇에 내어 말린 후 상에 놓을 때 잣가루를 주로 뿌려 주었습니다.

■ 약과 만드는 법

「 * 반죽 재료- 중력분 200g, 소금 2g, 참기름 35g, 꿀 35g, 소주 40g
* 집청 재료- 쌀조청, 물, 계피, 생강

만드는 법

1 참기름과 고운 소금을 먼저 섞은 후 밀가루와 고루 섞어주세요. 기름 먹인 밀가루는 중간체에 두 번 내려주세요.

2 꿀과 소주를 섞어 체에 내려준 가루와 날가루가 없게 골고루 섞어주세요.

3 볼 안에서 어느 정도 반죽이 모아지면 꺼내어 판판하게 모양을 잡아주세요.

4 손바닥과 밀대를 이용해서 균일한 두께로 만든 후 반으로 잘라 겹쳐 눌러서 다시 늘리고 다시 반으로 잘라 겹치기를 총 2~3번 해주세요.

5 반죽은 고른 두께로 밀어 비닐을 덮어 주세요.

6 반죽을 틀로 찍거나 원하는 크기로 잘라 포크로 찍어 기름구멍을 내주세요.

7 100도 정도의 기름에 넣고 떠오를 때까지 두었다가 떠오르면 뒤집어주세요. 켜가 일어나면 기름 온도를 140~160도 정도까지 올려 색이 나면 건져 기름을 빼고 집청에 10~20분 담가주세요.

8 집청에서 건져 여분의 시럽을 빼고 손에 묻지 않을 정도로 말려 기호에 따라 잣가루나 고명을 올려주세요.

서현 학생모델이 “동글납작한 약과 말고도 다양한 종류가 있나요?”라고 질문했죠, “반죽을 밀고 겹치고 밀고 겹친 후 네모나게 자르면 흔히 개성약과라고 하는 모약과예요. 꽃 모양 같은 건 반죽을 틀로 찍어내는 거죠. 여러분이 시장에서 많이 본 둥글납작한 약과는 틀에 반죽을 넣어 기계로 눌러서 제작한 게 많아요. 그건 반죽도 계란이 들어가던가 수제 약과랑 좀 다르죠.” 중간에 자국이 있는 건 포크나 칼로 직접 뚫은 거라고 했죠. 그렇게 뚫어주지 않으면 약과가 튀겨질 때 부풀어 오르기만 하고 다 익지 않기 때문에 가운데 기름이 지나다니는 통로를 만들어주는 거예요.

약과의 맛을 결정하는 것에는 조청 등의 단맛 외에 계피·생강 등이 있다고 했어요. 즙청 단계에 넣는데 약과를 처음 먹었을 때 특유의 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은채 학생모델이 약과의 색깔을 다양하게 할 수도 있는지 궁금해했어요. 탁 원장은 약과에 뭘 섞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했죠. 쑥을 섞어주면 초록빛이 나오는데 튀기면 어두운 갈색 비슷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최근엔 코코아 파우더 등의 초콜릿을 섞어 퓨전 약과를 만들기도 하죠. 일재 학생기자가 약과를 맛있게 먹는 방법을 추천해달라고 했습니다. 탁 원장은 요즘 아이스크림이랑 섞어 먹고 그러는데 약과 자체가 단데 단맛을 추가하는 건 별로인 것 같고, 차와 마시는 걸 추천한다고 했죠. 약과는 밀가루‧꿀‧설탕‧조청 등을 반죽한 것을 기름에 튀겨 만들기 때문에 열량과 당분 함량이 높죠. 건강을 생각해 적당량을 섭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탁준영(맨 오른쪽) 아름다운우리맛연구원 원장의 도움을 받아 전통 약과를 직접 만들어봤다.

약과를 만드는 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소중 학생기자단은 탁 원장의 도움을 받아 약과를 만들어봤습니다. 재료를 반죽하고 비닐을 덮고 모양을 잡는 데 도움 되는 강정틀을 이용해 모양을 네모나게 만들어준 다음, 스크래퍼를 이용해 반으로 자르고 겹쳐 밀대로 밀어주는 과정을 반복했어요. “반죽이 푸석푸석하면 부서지는 것 같죠. 근데 반죽이 안 터지게 하려고 질게 하면 켜가 안 나와 딱딱한 약과가 돼요. 그래서 어른들도 약과 만드는 게 쉽지 않죠.” 반죽이 다 되면 원하는 크기로 자르고, 틀로 모양을 찍어준 다음 포크로 기름구멍을 뚫어줍니다.

반죽을 찍을 때는 최대한 붙여서 찍어야 못 쓰는 파지가 줄어들어요, “남은 반죽을 합쳐서 사용할 수는 없어요. 그럼 부서지고 형태가 안 나오죠. 그래서 최대한 따닥따닥 붙여서 찍어야 해요. 네모나게 약과를 만드는 이유가 파지를 적게 하기 위한 것도 있어요. 틀로 찍으면 버려지는 부분이 많거든요.” 탁 원장은 틀로 찍어내고 남은 반죽을 이용해 만두과를 만들었어요. 대추살·유자·호두·잣·조청 등을 섞은 소를 넣고 송편 모양으로 빚은 것으로, 약과 반죽보다 약간 질게 해야 빚기가 수월하죠. “10g 정도씩 떼어 송편 빚듯 하는데 가장자리는 틀어꼬아주는 게 포인트예요.”

소를 넣고 송편 모양으로 빚은 만두과.

소중 학생기자단이 만든 약과를 탁 원장이 기름에 튀기기 시작했어요. 반죽을 제대로 못 하면 모양이 제대로 안 나오고 터질 수 있는데 생각보다 더 모양이 잘 나왔죠. 이제 집청에 10~20분 담가주면 수제 약과 완성. 열심히 만든 약과를 맛본 소중 학생기자단이 사 먹는 약과 보다 덜 달고 계피·대추·유자 등 재료 고유의 향이 잘 나는 게 훨씬 맛있다고 소리쳤죠. 마지막으로 부모님께 선물하기 위해 직접 포장도 했습니다. 탁 원장은 음식의 맛과 형태는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다고 했죠. 약과 또한 시대적 인기와 함께 무분별하게 변형된 맛과 형태로도 나타나고 있는데,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는 이 시기에 전통약과의 맛과 멋을 제대로 알고 즐기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오늘 배운 것처럼 어떤 재료가 들어갔고 어떤 전통의 맛이 있고 옛날 사람들은 어떤 때 먹어봤을까 생각을 해가면서 먹으면 오히려 더 재밌지 않을까요.”

■ 탁준영 아름다운우리맛연구원 원장이 추천하는
K-디저트를 이끌어갈 한식 디저트

「 잣박산

백자병(柏子餠)이라고 하며 궁중잔치에 등장하는 유일한 엿강정류입니다. 잣을 꿀이나 중탕하여 녹인 엿에 버무려 반듯하게 모양내고 굳힌 뒤 썰어 주는 최고급 강정이죠. 요즘에는 조청이나 올리고당에 버무리며 모양도 동그랗게 완성하여 즐기기도 해요.

김부각·연근튀각

부각과 튀각은 예전부터 저장성 있는 반찬류로 만들어졌죠. 김·다시마·가죽·참죽·감자·깻잎·두릅·견과류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했는데 찹쌀풀을 묽게 끓여 묻혀 말려두었다가 필요할 때 기름에 튀겨내면 부각이고 찹쌀풀을 바르지 않고 그대로 말려 기름에 튀긴 것을 튀각이라 합니다. 예전에는 산촌이나 사찰에서 즐겨 먹었으나 요즘엔 모든 세대가 좋아하는 주전부리 간식으로 사랑받죠. 재료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우리 민족의 특별한 조리법과 저장법을 보여주는 전통 디저트죠.

주악

찹쌀가루 반죽에 송편처럼 볶은 팥이나 깨를 넣어 빚은 후 기름에 지져 꿀에 재웠다가 잔치떡의 웃기(식욕을 돋우기 위해 음식 위에 올리는 재료)로 사용했던 떡입니다. 감태 가루나 대추살을 넣기도 하고 치자로 색을 내기도 했죠. 현재 사랑받고 있는 주악은 주악이란 이름으로 불리지만 재료와 만드는 방법은 옛날 개성지방에서 많이 해 먹던 우메기와 비슷합니다. 우메기는 찹쌀가루에 멥쌀가루를 조금 섞고 막걸리와 설탕으로 말랑말랑하게 반죽하여 기름에 지져 집청꿀에 재운 떡으로 요즘엔 지져 익히는 과정에서 보기 좋은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멥쌀가루 대신에 밀가루를 넣어주죠.

편강

궁중의 잔치기록에 유일하게 기록된 건정과(乾正果)입니다. 24절기 중 18번째로 한로와 입동 사이인 상강(霜降)이 지난 후 수확한 생강은 맛이 좋고 연하여 얇게 썰어 당분에 졸이고 색을 내기에도 좋죠. 생강 특유의 맵고 아린 맛을 줄이기 위해서는 물에 담가 우려낸 후 만들거나 뜨거운 물에 데쳐냅니다.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약과가 최근 다시 인기를 얻은 게 신기하면서도 좋은 현상이라고 느꼈어요. 이번 취재를 통해 약과를 제대로 먹어보고 만드는 과정을 가까이에서 보고 같이 만들었어요. 약과의 결을 하나하나 만드는 과정이 생각보다 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죠. 퓨전 약과도 맛을 봤는데 모두 나름대로의 맛이 있었죠. 그중 약과 쿠키는 딱딱한 식감이 더 느껴졌고, 약과 마들렌은 약과라는 생각보다는 빵에 가까웠는데요. 전통 약과만의 맛을 잃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아쉽기도 했죠. 전통 음식에 관심을 가지고 더욱더 발전하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고일재(서울 강명초 5) 학생기자

평소에 약과 먹는 것을 좋아해 미니 약과와 약과가 들어간 쿠키를 즐겨 먹었어요. 약과의 역사가 고려 시대부터 시작되었으며, 재료가 귀해 아무나 못 먹었고, 약과의 ‘약’자가 꿀이 들어간 음식에 붙는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어 흥미로웠어요. 또 선생님의 친절한 설명을 들으며 약과를 만들었습니다. 약과를 만드는 과정이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지만, 고생 끝에 만든 약과는 정말 꿀맛이었죠. 다양한 종류의 약과와 약과가 들어간 디저트를 시식해 보는 시간도 가졌는데, 페이스트리를 닮은 약과는 바삭바삭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파지약과는 못생겼지만 달콤한 맛이 은은하게 느껴져 인상적이었어요.

박서현 (서울 신상도초 6) 학생모델

처음에는 약과를 그냥 아주 단 과자라고 생각했는데 설명을 듣고 만들어 보니 약과가 생각보다 만들기 어려우며 손이 많이 가는 까다로운 간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약과 반죽은 한번 쓰면 남은 파지들은 모양을 내지 못한다는 것이 아까웠어요. 특히 약과의 이름이 약과인 이유가 약이 되는 과자여서 그렇다는 답변이 가장 기억에 남았죠. 여러 가지 약과도 먹어봤는데 얇아서 페이스트리 같은 느낌이 나는 약과가 있었고, 꽃 모양의 맛이 진한 약과, 퓨전 약과도 있었어요. 모든 약과를 다 먹어본 것만 같았죠.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집에서도 약과를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오은채(서울 가동초 5) 학생모델

글=한은정 기자 han.eunjeong@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탁준영, 자료=탁준영, 동행취재=고일재(서울 강명초 5) 학생기자·박서현(서울 신상도초 6)·오은채(서울 가동초 5) 학생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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