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영승, 김은지, 서이초등학교 1학년 담임 선생님을 추모하며...

완도신문 최재원 2023. 8. 18.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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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시론] "부당한 일, 물러섬 없이 마주하겠다"

[완도신문 최재원]

 전교조 대구지부 주최로 지난 7월 28일 대구 중구 동성로 한일극장 앞에서 열린 서이초 교사 추모제에서 모인 교사와 학부모들이 '교육권을 보장하라'는 피켓을 들고 있다.
ⓒ 조정훈
 
최근 한 달 내, 심적 고통을 받다가 세상을 등진 선생님들의 사연이 소개됐다. 제목에 세 분의 성함을 다 적어 드리고 싶었지만, 서이초등학교 선생님의 경우에는 실명 공개가 되지 않아, 이렇게나마 추모의 마음을 전한다. 세 분의 선생님들의 이야기에는 공통점이 있다. '학부모의 악의적인 민원 제기', '담임 선생님', '발령받은 지 10년이 채 되지 않은 저경력의 선생님' 

먼저 고 김은지 선생님의 경우, 23세의 나이로 교대를 졸업하자마자 발령을 받아 담임교사로서 교직을 시작하셨다고 한다. 부푼 꿈을 품고 예쁜 아이들을 훌륭하게 키우겠다는 다짐도 잠시, 학급에서 서로 뺨을 때리고 노는 학생들을 보고 충격을 받는다.

하지만 그러한 아이들의 생활 지도를 담임 교사로서 제대로 할 수 없다는 현실적 상황에 부딪혀 좌절감을 겪는다. 이는 김은지 선생님의 핸드폰 일기장에 잘 적혀 있다. '내 잘못이 아니야, 내 잘못이 아니야..' 이 문장들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담임 선생님, 특히 선생님으로 근무하는 입장에서 학생들의 잘못된 생활 태도와 타인에 대한 피해 행위에 대해서 지도하고 바로잡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이러한 생활지도를 했을 시, 학생은 집에 가서 학부모에게 이 생활지도가 얼마나 부당한 것인지를 호소했을 것이다.

학부모는 해당 학생이 자신의 입장에서만 진술한 내용을 가지고 담임 교사를 몰아붙인다. 담임 교사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 왔었을, 자신의 학창 시절에도 느꼈고, 대학에서 정교사 자격증을 받기 위해 공부했던 그 생활 지도를 할 수 없음에 현실과의 괴리감을 느꼈을 것이다. 결국 김은지 선생님은 우울증 진단을 받고 병가와 복직을 반복하다 세상을 떠났다.

고 이영승 선생님의 경우, 학교에서 페트병 자르기 활동을 하다가, 학생이 실수로 손을 다치게 된다. 학교에서는 교육활동 내에서 상해를 입은 경우, 학교안전공제회라는 시스템을 통해 실손보상을 받을 수 있다. 이 절차를 거쳐 해당 학생은 치료비를 청구받았는데, 학부모는 성형 수술을 추가적으로 해야 한다는 이유로 지속적으로 선생님이 군입대를 한 이후에도 전화를 걸고, 금전을 요구했다고 한다. 문제는 이후에도 계속됐다. 

학급에서 따돌림 문제가 발생해 이를 중재하는 과정에서, 학부모들이 담임 교사의 일 처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공개사과를 요구하는 등 도를 넘은 행패 아닌 행패를 지속적으로 가했다고 한다. 해당 학교 교무부장은 고 이영승 선생님께서는 지속적으로 해당 문제로 상담을 요청했고, 교사라는 직업이 자신과 잘 맞지 않는 것 같다며 자기회의적인 이야기를 자주 하셨다고 한다. 

결국 이영승 선생님께서도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는데, 돌아가시던 날, 장기결석을 밥 먹듯이 하던 학생의 학부모가 문자 하나를 달랑 남기고 다음 날 등교시키겠다고 연락을 남겼는데, 돌아가신 선생님께서는 당연히 답변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러자 그 학부모는 왜 내 문자에 답이 없느냐고 교무실로 찾아가 고성으로 행패를 부렸는데, 선생님들께서 이영승 선생님께서 작고하셔서 만나뵙기가 어렵다고 하니, 선생님이 정말 죽었는지 자신의 눈으로 확인해야겠다며 장례식장으로 찾아가 유족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었다.

서이초등학교 선생님의 이야기는 언론에 너무도 잘 알려진 이야기라 따로 하지 않겠다.

"부당한 일, 물러섬 없이 마주하겠다"

돌아가신 세 분의 선생님은 한 명의 학부모와의 갈등으로 인해 돌아가신 것이 아니다. 나는 뉴스에 나오는 진상 학부모가 아니겠지, 나는 진상 학생이 아니겠지, 하며 진심으로 학교에서 학생들을 대하는 교사들을 자신의 민원을 항상 최우선으로 여겨야 하는, 자신의 기분을 항상 최우선으로 위해 주어야 하는 '말단 공무원'으로 생각한 대다수의 사람들의 무관심과 이기심이 만들어 낸 비극이다. 

나 또한 완도중학교에서 근무하며, 평가 결과에 승복하지 못해 선생님을 찾아와 도 넘는 문제제기를 한 학생을 지도한 경험이 있다. 해당 교과 선생님께서 업무 처리에 있어 미숙하셨던 점이 사실이나, 정당한 절차에 의한 문제제기가 아닌, 감정적인 문제 제기를 해당 선생님께 하였고, 이를 지도했던 교사들, 더 나아가 평가 업무로 얽혀 있던 나까지, 아이를 감정적으로 학대했다는 이번 서이초등학교 선생님께서 시달리셨던 '그 이유로' 고발조치를 해야겠다며 학부모님께서 학교에 연락하셨던 일이 있었다. 

세상 어떤 선생님도 학생들을 감정적으로 학대하며 교육하려는 선생님은 없다. 일부 교사들이 그러한 행위를 하여 형사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하면 당연히 받아야 한다. 그러나 그러한 일들을 가지고, 일부 학부모들은 자신의 아이의 이익을 보위하는 데에 사용하거나, 감정적 해소를 위한 갑질 수단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학생 인권과 교권은 상충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학생 인권을 낮춰서 교사 인권을 높여서도 안 되고, 교사 인권을 낮춰 학생 인권을 높여서도 안 된다. 

내가 완도에서도 이런 일을 겪었듯, 이 일은 단지 서울에서, 의정부에서 일어났던 하나의 '해프닝'이 절대 아니다. 

세 분의 죽음으로 이런 일이 알려지게 된 것이 너무나도 통탄스럽고 안타깝지만, 절대로 앞으로는 새로 교직에 들어서는 내 후배 교사들을 위해서라도 부당한 일에 물러섬이 없이 임해야겠다는 슬픈 다짐을 오늘 한번 더 해 본다. 다시 한번 고인 세 분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분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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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최재원 완도중학교 교사입니다. 이 기사는 완도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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