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하천 습지가 야생화 꽃밭이네요

이완우 2023. 8. 17.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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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상류 하천 습지 생태계와 야생화 탐방 기행

[이완우 기자]

 섬진강 상류 하천 습지. 어리연.
ⓒ 이완우
 
처서 무렵에 비가 오면 십 리 안에 곡식 천 석이 줄어든다. 이 속담은 벼꽃이 한창 필 때 비가 흔하면 벼쭉정이가 많이 생겨 흉년이 든다는 의미다. 벼꽃이 필 때 날씨가 청명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처서 절기를 일주일 앞둔 8월 중순 섬진강 상류 지역의 논에 벼꽃이 한창 피고 있다. 전북 임실군 신평면 하가 구석기 유적지 부근의 가덕리와 덕암리 하천 제방을 따라 하천 습지 생태 환경과 야생화를 탐사하였다.
 
 섬진강 상류 하천 습지. 메꽃.
ⓒ 이완우
 
이 지역의 하가 구석기 유적지는 섬진강 상류 강기슭에 펼쳐진 구릉지가 2만 년 전에 구석기인들의 활발한 삶의 터전이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2만 년 전의 문화 유적은 가치를 인정 받으며 관심을 받는다.

그러나 이 지역의 하천 습지는 쓸모없는 후미진 땅으로 인식되어 있다. 하천 습지는 지질 시대부터 영속적으로 살아있는 생태계의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소중한 환경이다.

이곳 섬진강 상류 지역은 강물을 따라 하천, 하천 습지, 제방(하천 쪽 제방 비탈면, 제방 위의 도로, 산기슭 쪽 제방 비탈면), 하천 배후 습지, 논 경작지와 산기슭의 지형으로 구성된 곳이 흔하다. 좁은 지역이지만 여러 형태의 환경으로 서식하는 식물들도 다양한 식생을 보여준다.

섬진강의 강줄기에 인접한 하천 습지는 강가의 모래와 진흙이 퇴적한 강변에 갈대 군락 버드나무 듬성듬성 자라고 있으며 갈대 군락이 강변에 가득하다. 물이 고여 흐르지 않은 곳에 어리연이 잎을 틔워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섬진강 상류 하천 습지. 괭이밥.
ⓒ 이완우
 
얼마 전에 장마철 홍수로 큰물이 지나갔는데, 어리연이 강가의 습지를 이룬 수역의 물웅덩이에 빠르게 자리를 잡아 가고 있으니 자연의 회복력을 보여준다. 어리연은 주변 작은 연못이나 늪, 넓지 않은 강의 물결의 흐름이 멈춘 잔잔한 수역에서 볼 수 있다. 물 위에 떠 있는 잎은 수련과 비슷하고 노란 꽃은 오이꽃을 닮았다.

섬진강 제방은 4m의 높이인데 하천 쪽 비탈면에는 버드나무와 자귀나무가 듬성듬성 자라고, 족제비싸리가 꽃을 피우기 시작하며 칡넝쿨이 왕성하게 뻗어간다. 연분홍 색깔로 소박한 꽃을 피운 메꽃이 덩굴성 줄기로 덤불을 감고 올라간다. 소꿉놀이에 호미와 괭이로 뻗어 가는 메를 캐어 밥을 짓는다는 옛날 동요 가사가 떠오른다. 하늘 파란 나팔꽃도 피었다.

제방의 위쪽은 아스팔트로 포장된 폭이 3m쯤 되는 농로인데 전봇대가 줄지어 서 있다. 생활에 편리한 도로이지만 자연의 생태계에서는 생명 활동이 단절된 구간이다.
  
 섬진강 상류 하천 습지. 애기나팔꽃.
ⓒ 이완우
   
제방의 산기슭 쪽 비탈면에는 산딸기와 복분자 덩굴, 개망초, 클로버, 환삼덩굴과 달맞이꽃 등 다양한 식물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길섶에 괭이밥이 눈에 띈다. 괭이밥은 신맛이 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이 꽃은 늦봄에서 여름에 걸쳐 지름 8mm의 앙증맞은 노란 꽃이 피는데 부전나비의 기주식물이다.

애기나팔꽃이 덩굴을 뻗어 덤불을 이루었다. 이 꽃은 길가나 경작지 주변에 잘 자라는 한해살이풀이다. 2cm 크기의 하얗고 작은 꽃은 아기가 태어난 후 세이레 동안 처음으로 입는 배내옷 같아 정감이 간다.

이질풀의 꽃이 분홍색의 작은 꽃을 피웠다. 쥐손이풀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이질풀은 씨앗을 퍼트리는 형태가 독특하다. 9월쯤이 되면 길쭉한 촛대 모양 열매가 하늘을 향해 열린다. 이 열매가 익어서 터지게 되면 씨앗을 투석기처럼 멀리 퉁겨 보낸다.
  
 섬진강 상류 하천 습지. 이질풀.
ⓒ 이완우
 
제방 아래쪽에 하천 배후 습지가 작은 개울의 흐름을 따라 펼쳐져 있다. 논 경작지에는 벼가 꽃을 피우고 건너편 산기슭의 소나무와 졸참나무 숲에서 매미가 운다. 하천 배후 습지를 흐르는 작은 도랑은 곳곳에 연못을 이루고 제방 아래의 수로를 통해 강물로 이어진다.

하천 배후 습지에는 갈대가 넓은 범위에 자리를 잡았고 통발과 물달개비 등 수생 식물이 연못을 이룬 물웅덩이 수면에 가득 떠 있다. 마름이 군락을 이루었다. 마름의 잎은 삼각형인데, 마름은 이 풀이 열매인데 뿌리를 내린 연못 바닥 진흙 속에 가라앉아 이듬해 봄에 싹이 튼다. 이 마름 열매는 물밤(모리밥)이라고도 하는데 속살은 밤처럼 고소하고 맛있다.

논 경작지가 하천 배후 습지와 산기슭 사이에 다랑논 형태로 층층이 있는데
벼 포기 아래에 벗풀, 닭의장풀, 개구리밥과 물달개비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수생식물인 개구리밥은 물 위를 떠다녀서 부평초하고 하는데 수질 정화 기능이 탁월하고 이산화탄소 감소에 역할을 한다. 개구리밥은 단백질과 지방이 풍부해 사료나 비료 가능하여 미래의 희망이 될 수 있다고 하니 흥미로운 식물이다.
 
 섬진강 상류 하천 습지. 마름.
ⓒ 이완우
 
하천 배후 습지와 논 경작지 너머로 숲으로 우거진 산비탈과 절벽이 보인다. 섬진강 하천 물줄기와 산비탈의 산줄기가 100m 거리가 안 되는 좁은 지형이다. 그 사이에 하천 습지, 제방(하천 쪽 제방 비탈면, 제방 위의 도로, 산기슭 쪽 제방 비탈면), 하천 배후 습지와 논 경작지 등 다양한 생태 환경이 조성되어 있었다.

우리나라에 람사르 습지로 지정하여 보호하는 습지가 20여 곳이 넘는데, 여느 하천의 배후습지도 야생동물과 식물의 서식지를 제공하는 생태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도시 지역의 습지와 하천은 주택지로 메워지거나 콘크리트로 포장되어 습지의 생태계가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습지는 동식물이 서식할 수 있는 생태계의 중요한 환경이다. 섬진강 상류의 하천 습지의 생태 환경과 서식하는 다양한 식물들을 탐사하여 보았다. 이 지역 하천 습지에 서식하는 수달 등 동물, 양서류와 조류 등을 찾아볼 수 없어 아쉬웠지만, 섬진강 상류의 하천 습지의 소중한 가치와 야생화들의 소박한 아름다움과 생명력을 살펴보는 기회가 되었다.
 
 섬진강 상류 하천 습지. 개구리밥.
ⓒ 이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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