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잉타이거 코펜하겐 창업주의 경영 철학 "사회적 역할 고민에서 시작"

이현주 2023. 8. 1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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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현지에서 레나르트 라이보쉬츠 인터뷰
"물질주의적 사회에서 벗어나 공동체 가치 추구"
'압살론' 통해 사회적 요소 담긴 가치 실현

"덴마크는 물질주의적이고 기능적인 사회에서 벗어나고 있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단순히 돈이 중요한 게 아니라 더 좋은 가치를 가진 회사에서 일하고 싶어하죠. 덴마크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환경, 기후 변화를 첫 번째로 꼽을 것입니다. 두 번째는 커뮤니티, 즉 사교 활동입니다. 돈은 세 번째 정도이거나 우크라이나 전쟁 그다음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개성 있는 북유럽 디자인 사무·생활용품을 파는 플라잉타이거 코펜하겐 창업주 레나르트 라이보쉬츠(Lennart Lajboschitz)는 최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진행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커뮤니티와 사회적 요소가 사람들에게 훨씬 더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이처럼 말했다.

플라잉타이거 코펜하겐 창업주 레나르트 라이보쉬츠(Lennart Lajboschitz)가 코펜하겐 베스터브로 압살론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플라잉타이거 코펜하겐의 전신은 재고 상품을 파는 '제브라(Zebra)' 매장이다. 30여년 전 라이보쉬츠가 아내와 함께 시작했다. 그는 어느 날 휴가를 떠나기 위해 동생의 여자친구에게 매장을 잠시 맡기게 됐다. 물건을 팔던 동생의 여자친구가 갑자기 전화가 와서 물건들의 가격이 어떻게 다르냐고 물었다. 고민하던 그는 그냥 10크로네만 받으라고 답했다. 이를 들은 딸이 덴마크어로 10크로네(tier)가 호랑이(tiger)와 발음이 같아서 재밌다고 했다.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그는 북유럽의 다이소라 불리는 잡화점 체인 플라잉타이거 코펜하겐을 창업했다. 플라잉타이거 코펜하겐 매장은 3년 만에 40여개로 늘어났고, 현재 전 세계 29개국에 950개가 넘는 매장이 있다. 라이보쉬츠는 2012년 회사 주식의 70%를 매각했고, 2015년부터 이사회에서만 활동하고 있다.

라이보쉬츠는 플라잉타이거 코펜하겐을 만든 이유 중 하나가 아이들 그리고 아내와 함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플라잉타이거 코펜하겐의 성공으로 큰돈을 벌었지만, 그가 사업을 멈추지 않은 까닭이기도 하다. 아이들은 성장해 독립했고, 더욱 유기적인 사회적 관계를 위해 2015년 8월 그는 코펜하겐 베스터브로 지역에 위치한 압살론 교회를 매입했다. 이곳을 아내와 함께 일종의 공동식사(Communal dinner)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고, 더 나아가 문화 공간으로 꾸려 나갔다. 현재 압살론은 매년 5만여명이 다녀간다. 그는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노년층, 자녀가 있는 가족 등 모든 연령대를 대상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우리는 얘기하기 시작했다"면서 "공통점은 바로 먹는다는 점이었다. 모든 인간이 먹지 않느냐"고 부연했다.

압살론에서는 매일 밤 200인분에 달하는 음식이 만들어지고 또 '식사 티켓'이 판매된다. 이곳에선 별다른 원칙은 없지만 티켓은 반드시 사야 한다. 라이보쉬츠는 모두가 똑같은 기준을 충족해야만 평등하게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압살론 식사 티켓은 최근 1~2주간 매진 행진을 이어왔다.

공간의 일부는 지역 주민들이 요가, 댄스, 탁구 등을 배우거나 함께 영화, 공연을 볼 수 있는 장소다. 덴마크 왕립 발레단이 공연한 적도 있다. 그는 "직원들이 저에게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이 항상 화장실이 어디냐고 물어보는데 표지판을 세우면 어떨까 물은 적이 있다"면서 "저는 '네'라고 답했지만, 아내는 '아니오'라고 답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물어보면서 서로 연결되기 때문에 물어볼 것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고 말했다.

코로나 여파로 압살론을 닫아야만 했을 때도 있었다. 그때도 라이보쉬츠는 압살론 한 공간에 스튜디오를 설치하고 라디오 방송을 만들어 지역 사람들과 공유했다. 그는 "한 여론 조사에서 덴마크 인구 10%가 자주 외로움을 느낀다고 답했다"면서 "그 문제에 대해서 말만 하는 것 대신에 문제를 풀어보는 데 목소리를 높여보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레나르트 라이보쉬츠(Lennart Lajboschitz)가 코펜하겐 베스터브로 압살론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는 컨설턴트 사이먼 사이넥의 저서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Start with why)'를 예로 들며 무슨 일을 하든 이유와 목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코펜하겐 베스터브로에 위치한 압살론 내부 전경. 유명 디자이너를 고용해 실내를 모두 새로 꾸몄다. 지역 주민들이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거나 학생들이 모여 과제를 하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었다. 탁구는 라이보쉬츠가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 중 하나로, 지역민과 공유하기 위해 탁구대를 설치했다.

압살론과 함께 라이보쉬츠는 두 개의 호텔도 운영하고 있다. 단순한 숙박업소는 아니다. 이 호텔 안에서 관광객은 지역민과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부탄 국왕 부부가 머물기도 했다.

라이보쉬츠는 "많은 일에 관여하고 있지만, 이유는 동일하다"면서 "사람들 사이에서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데 어떻게 촉매제가 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여러 가지를 만들어 낼 수 있지만 결국 목적은 같아야 한다"고 첨언했다.

그는 공유의 가치를 덴마크 최대 정치 축제인 폴케뫼데(정치 극한대립이 뭐죠?'…덴마크에서 목격한 '직접민주주의'[르포])에서 알릴 예정이었다. 운전기사가 없는 그는 직접 항구까지 차를 몰고 가 배를 타고 보른홀름에 도착할 것이라고 했다. 압살론은 폴케뫼데에서 텐트 하나를 마련해 평소처럼 공동식사 이벤트를 진행했다. 그는 "지금은 많은 사람이 함께 식사를 하지 않는다"면서 "이것은 큰 사회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우리가 사회화하지 않으면 정신적으로 병들 수 있다"고 했다.

라이보쉬츠는 "큰 세상의 창밖을 내다보면 전쟁으로 아픈 사람들, 자유로운 나라에 살지 못하는 사람들, 가난한 사람들이 있다"면서 "내가 당장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그런데도 뭔가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변화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작은 세상에 관심을 갖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너와 나, 우리가 있는 작은 세상에서 좋은 삶을 살려고 노력하면 기회는 언젠가 온다"며 "좋은 것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기회를 놓치지 말라. 노력하지 않으면 세상이 왜 그렇게 보이는지 알 수 없다. 최악은 신경 쓰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코펜하겐=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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