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공무원 왜 이러나..."특수교육 전공자 성적 낮다" 파장

최민지 2023. 8. 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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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달 12일 오전 서울 성동구 한양여대 부속유치원을 찾아 수업을 참관하고 있다. 뉴스1

교육부 공무원이 유아특수교사들 앞에서 “특수교육 선택자의 성적이 낮다”는 발언을 해 교사들이 반발하는 일이 벌어졌다. 교육부 간부가 열흘 만에 뒤늦게 교사들에게 사과했지만 교육계에서는 교육부가 특수교사들을 비하해 교권을 침해했다는 반응이 나온다.


“특수전공, 성적 낮아” 발언에 눈물 흘린 교사들


문제의 발언은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열린 ‘특수교육대상 영유아를 위한 유아학교를 제안하다’ 정책 토론회에서 나왔다. 이 자리에 참석한 교육부 이모 연구관은 발표 중에 “(유아교육과나 특수교육과에서) 유치원 특수 과정 선택하는 분들이 (성적이) 가장 낮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유아 특수교사 양성 체계가 독립적이어야 한다고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현재 국내 4년제 대학에서 유치원 특수교사 양성 과정은 12개 대학이 운영하는데, 5개 대학은 유아특수학과를 따로 두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유아교육과나 특수교육과에 입학한 뒤 세부 전공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성적이 가장 낮은 학생들이 유아특수교육을 전공하게 된다는 것이 이 연구관의 주장이었다.

현장에 참석한 교사들은 즉시 항의했다. 김현숙 전국유아특수교사 연합회장은 “유아특수교사들이 어떤 마음으로 진로를 택했고 유치원의 통합교육을 정착시키기 위해 어떤 피땀을 쏟았는지 모르고 한 말씀”이라고 말했다. 부산의 한 특수유아교사는 “특수유아교육이 힘들어서 학생들이 가지 않는다는 생각은 안 해 보셨냐”고 묻다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 연구관은 “표현이 부적절 해서 상처를 입으셨다면 죄송하다. 그런 의도는 아니었다”고 했다.


고개 숙인 교육부 “관련 TF 만들겠다”


전국 유치원 교사·예비 유치원 교사로 구성된 ‘유보통합 강제추진 결사 반대연대’ 구성원들이 지난 1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교육부의 유아교육(유치원)과 보육(어린이집) 업무 통합 추진을 반대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교육부는 올해부터 통합에 필요한 과정을 거친 뒤 2025년부터 단계적 통합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뉴스1
교원 단체는 이 연구관 발언에 반발하고 고소를 예고했다. 이달 3일 전국유아특수교사연합회는 성명서를 내고 “연구관의 비하 발언은 남다른 소명감으로 묵묵히 현장을 지켜온 유아특수교사들의 수고와 헌신을 부정하고 우리의 꿈과 노력을 짓밟았다. 모든 유아특수교사의 명예를 훼손했으며 분명한 교권 침해 행동”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고소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사건 발생 열흘이 지나서야 사과를 했다. 이상진 교육부 유보통합단장은 7일 이 연구관과 함께 특수교사연합회를 찾아 고개를 숙였다. 이 단장은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발언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유아특수교육에 대해 폭넓게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연합회 측은 유보통합 추진 과정에 유아특수교육 전문가를 포함하라는 요구 사항을 전달했다. 교육부는 “특수교육과 관련한 별도의 TF(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현장 의견을 듣겠다”고 했다.

김정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특수교육위원장은 “이번 비하 발언 논란은 교육부가 급하게 유보통합을 추진하면서 담당 공무원조차도 숙고되지 않은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것”이라며 “향후 유보통합이 제대로 된 방향으로 흘러가려면 교육부가 더 세심하게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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