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더미 된 낙원... 하와이 산불 사망자 53명으로 늘어

윤현 2023. 8. 11.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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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전체가 사라져... 하와이 주지사 "사망자 더 늘어날 듯"

[윤현 기자]

 2023년 8월 8일, 하와이 라하이나의 와이올라 교회와 인근 라하이나 홍완지 미션의 홀이 와이니 스트리트를 따라 화염에 휩싸여 있다.
ⓒ AP=연합뉴스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섬에서 산불이 사흘째 계속되면서 사망자가 53명으로 늘었다. 

조시 그린 하와이 주지사는 10일(현지시각) 17명의 사망자가 추가로 확인되면서 전날까지 집계한 36명을 더해 현재까지 최소 53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그린 주지사는 "사망자가 지금보다 훨씬 더 늘어날 수 있다"라며 "1960년 쓰나미가 섬을 덮쳤을 때 6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는데, 이번 화재로 인한 사망자가 그보다 많아질 것 같아서 두렵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번 화재로 1700여 채의 건물이 파괴된 것으로 추정된다"라며 "라하이나의 약 80%가 불에 타 사라졌다"라고 덧붙였다. 라하이나는 마우이섬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지역이다. 

마우이 경찰서장 존 펠티어도 "총 사망자가 얼마나 될지 아직 모르겠다"라며 "아마도 끔찍하고 비극적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52년 경력 헬리콥터 조종사 "이런 광경 본 적 없어"

이번 산불은 8일 오전 0시 22분께 마우이섬 중부 쿨라 지역에서 처음 신고됐고, 오전 6시 37분께 서부 해변 마을 라하이나 인근에서 또 다른 산불이 발생했다. 이 산불은 허리케인이 몰고 온 강풍을 타고 순식간에 마을 전체를 덮쳤다. 

또한 쿨라 지역 인근 서쪽 해안 키헤이에서도 산불이 발생하는 등 마우이섬에서 모두 3건의 산불이 이어지고 있다.

AP통신은 "산불로 인해 도로가 파괴되면서 일부 지역은 구조대의 진입이 늦어지고 있어 사망자 수가 늘어날 수 있다"라며 "2018년 캘리포니아에서 85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후 미국에서 가장 치명적인 화재"라고 전했다. 

라하이나 시내에서 선물가게를 운영하던 티파니 키더 윈은 "거리에 불에 탄 차량 안과 해안가 방파제 등에서 숨진 사람을 봤다"라며 "주변의 모든 랜드마크가 불에 타 사라지면서 내가 어디에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곳에서 식당 요리사로 일하던 말론 바스케스는 교통 체증이 심해 차를 타고 빠져나가기에는 너무 늦어 동생과 함께 밤새도록 도로를 달려서 탈출했다며 "불길이 멈추지 않았기 때문에 달리고 또 달렸고, 연기가 너무 심해서 구토를 할 정도였다"라고 말했다.

헬리콥터 조종사로 일하는 리차드 올슨은 미 NBC방송에 "52년 동안 이 지역을 비행했으나, 이런 처참한 광경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라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라고 안타까워 했다. 

당국은 카훌루이 공항 인근에 대피소를 마련해 모두 1350명이 밤새 머물렀고, 이 가운데 여행객은 추가 항공편을 타고 하와이를 빠져나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자신의 집과 건물, 지역 사회가 파괴되는 것을 지켜본 하와이 주민들과 함께 기도할 것"이라며 "우리가 가진 모든 자산으로 그들을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하와이를 재난 지역으로 선포한 뒤 그린 주지사와 연방 정부의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가뭄과 강풍에 피해 커져... "역시 기후변화 탓"
 
 2023년 8월 10일 하와이 라하이나에서 불에 탄 건물들을 지나 길을 걷는 한 사람이 보인다.
ⓒ AFP=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하와이를 잿더미로 만들고 대규모 인명 피해를 낸 이번 산불도 기후변화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AP통신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해 하와이가 최근 수년간 심각한 가뭄을 겪으면서 산불이 잘 일어나는 환경이 만들어졌고, 허리케인 강풍이 불어닥치면서 산불이 주거 지역을 덮쳐 피해가 커졌다는 것이다. 

대기 과학자 제이슨 오킨 박사와 벤캣 락미시 박사는 "가뭄이 심해지면 대기가 토양과 식물의 수분을 빨아들여 불에 잘 탄다"라며 "이번 하와이 화재는 가뭄과 강풍이 산불을 악화시킨 교과서적 사례(textbook case)"라고 입을 모았다. 

대기 과학자 캐서린 헤이호 박사도 NBC방송에 "극심한 가뭄과 허리케인 강풍이 이번 산불을 하와이의 재앙으로 만들었다"라며 "오늘날 극단적인 사건은 대부분 기후변화를 배경으로 발생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따뜻해진 바다는 더 크고 강력한 허리케인을 만들고, 지구 온난화는 가뭄을 더 빈번하고 오래 지속되도록 한다"라며 "하와이에 들어온 외래종 초목은 건조해서 산불이 커지는 연료가 됐다"라고 지적했다.  

그린 주지사는 "기후변화가 이곳에 있고, 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라며 "우리가 모두 이번 화재로 기후변화의 영향을 지켜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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