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덮친 하와이 산불…36명 사망, 주민들은 바다 뛰어들었다
세계적인 관광지인 미국 하와이의 마우이 섬(오아후 섬 동남쪽)에서 8일(현지시간)부터 이례적으로 대형 산불이 발생해 최소 36명이 숨지고 수천 명의 관광객이 발이 묶이는 등 큰 피해를 낳고 있다. 화재는 이틀째 섬 곳곳으로 퍼지고 있다. 설상가상 허리케인이 하와이 제도에 영향을 미치면서 화마가 강풍을 타고 옆 섬인 하와이 섬(빅아일랜드)까지 번진 상황이다.
9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산불은 인기 관광지인 마우이 섬 북쪽 라하이나 일대와 주거 밀집지인 쿨라, 키헤이 지역 등지를 덮쳤다. 이번 화재로 최소 36명이 숨지고 20여명이 다치는 등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일부 주민들이 불길을 피하기 위해 바다에 뛰어들고 이를 발견한 해안경비대가 구조에 나서는 등 아찔한 상황도 일어났다.
하와이주(州) 마우이 카운티 당국에 따르면 9일 현재 4곳의 대피소에 주민 1000명 이상이 대피했고, 섬의 관문인 카훌루이 공항에선 항공편 취소 등으로 관광객 2000여명이 오도 가도 못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날 하와이 주 당국은 긴급선언을 통해 마우이 섬 여행 자제를 촉구했다. 마우이 섬 전역에서 1만4500여 가구에 전기 공급이 끊기고, 도로 폐쇄와 휴대전화 불통 등 관련 피해도 계속 커지고 있다.
때마침 허리케인 ‘도라’가 하와이에 영향을 미쳐 강풍이 불면서 화재 확산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도라는 9일 오전 5시 현재 하와이 남남서쪽 약 1280㎞ 해상에서 서진 중이다.
이로 인해 이웃 섬인 하와이 섬으로도 화재가 번졌다. 하와이 카운티 당국은 주민들에게 “화재가 대부분 진압됐지만, 아직 완전히 통제됐다고 볼 수 없다”며 “인명ㆍ재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임박한 재난”을 경고했다.
한국계인 실비아 루크 하와이 주지사 대행은 현재 여행 중인 조시 그린 주지사를 대신해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주방위군을 동원해 피해 지역 지원 명령을 내렸다. 루크 대행은 이날 CNN과 인터뷰에서 “산불은 시속 70~80마일(약 113~129㎞/h)에 이르는 돌풍으로 인해 더욱 악화했다”며 “불길은 순식간에 다른 지역으로 번지고, 고속도로와 사람들의 집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사상자들에 대해 애도를 표하면서 미 해군 등의 지원을 밝혔다. CNN은 “바이든 대통령이 곧 재난 선언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기상학자들은 하와이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가 기후변화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오레곤주립대의 에리카 플레시먼 기후변화연구소장은 “지구의 많은 지역에서 산불이 발화돼 성장할 수 있는 고온 건조한 조건이 악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전문가들은 최근 미 캘리포니아주 모하비 사막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 역시 기후변화에 따른 것이란 평가를 내놨다.
하와이의 식생 변화도 화재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다. 하와이산불관리기구에 따르면 불에 잘 타는 외래종 식물이 하와이 전체 면적의 4분의 1을 차지하면서 화재 확산을 부채질하고 있다. 때문에 앞으로 하와이에서 더 자주 대규모 산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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