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필향만리’] 入太廟 每事問(입태묘 매사문)

2023. 8. 7.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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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태묘(太廟)는 문자 그대로 ‘큰 사당’이라는 뜻이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조선시대 역대 왕과 왕비의 신주(神主)를 모신 왕실 사당인 종묘를 말한다. 공자님 당시에는 노나라에 책봉된 주공을 모신 사당을 태묘라고 불렀다.

공자는 젊은 시절에 태묘의 제사를 돕는 관리를 맡은 적이 있다. 태묘에 들어 제사를 준비할 때면 공자는 으레 이것저것 묻곤 하였다. 사람들이 쑤군댔다. “저 사람, 예(禮)를 잘 모르나 봐. 맨날 묻기만 하니 말이야.” 이런 쑤군댐을 전해 들은 공자는 말했다. “허허, 그렇게 묻는 것이 곧 예이니라.”

廟:사당 묘, 每:매양 매, 問:물을 문. 태묘에 들면 매사를 묻곤 하셨다. 34x72㎝.

태묘의 제사는 국가 대사다. 설령 다 잘 안다고 해도 묻고 확인하는 과정이 없이 제 생각대로 독단한다면 결코 예를 갖춘 태도가 아니다. 그것은 오만이다. 그래서 공자는 “묻는 것이 곧 예”라고 한 것이다.

잘 아는 사람이 묻기도 잘한다. 공부방에 ‘호문당(好問堂, 묻기를 좋아하는 방)’이라는 현판을 건 선비가 많은 이유이다. 무식한 사람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전부로 여겨 묻지 않고 즉결한다. 과오가 따를 수밖에 없다. 유식함을 바탕으로 ‘발 빠른 대처’를 하는 것과 무식한 나머지 ‘즉흥적 독단’을 자행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우리의 정치 지도자들은 과연 어느 쪽이 더 많을까?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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