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오로라?… 파란색 형광 밤바다의 환상적 유혹

남호철 2023. 8. 2.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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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찾아 삽시도 트레킹
늦은 밤 충남 보령시 오천면 삽시도 술뚱선착장 포구에 몰려든 야광충이 일렁이는 파도에 자극받아 파란색으로 발광하며 밤바다에 진기한 풍경을 펼쳐놓고 있다. 낮에는 붉은빛을 띠며 인체에 직접적으로 위해를 주지 않는다고 한다.


충남 보령시 오천면에 속하는 삽시도(揷矢島)는 충남에서 안면도, 원산도에 이어 세 번째 큰 섬이다. 화살을 꽂아놓은 활(弓)의 모양을 닮았다. 해안선을 따라 송림이 울창하고 수려한 기암괴석이 섬을 장식하고 있다. 황금빛 소나무, 면삽지, 물망터 등 세 가지 보물을 지닌 트레킹 명소다. 행정안전부 선정 여름철 휴가 즐기기 좋은 섬에 포함됐다.

여름에는 세 가지 보물에 한 가지가 더해진다. 파란색 형광으로 아름답게 수놓아진 밤바다다. 밤바다가 빛의 향연을 펼치는 것은 야광충(夜光蟲) ‘녹틸루카 신틸란스’ 덕분이다. 단세포 와편모류(渦鞭毛流)의 일종으로 보통 지름 1㎜, 최대로 자랄 경우 2㎜ 크기다. 다른 적조생물에 비해 크고 세포벽은 2층의 젤라틴 물질로 구성돼 있다. 원래 몸의 색은 무색이다. 해수의 흐름이 약하고 수심이 얕은 곳에서 주로 서식하며, 몸 밖으로 나와 있는 촉수를 천천히 움직여 헤엄쳐 다닌다.

야광충의 세포질에는 인이 대량 함유돼 있다. 물리적 자극을 받으면 ‘루시페린’이라는 물질이 ‘루시페라아제’라는 효소에 의해 산화된다. 이때 에너지가 빛 형태로 방출된다. 반딧불이가 빛을 내는 방법과 같다. 바람이 많이 불거나 파도가 칠 때 바다가 반짝이게 된다. 돌을 던지면 사방으로 형광이 불꽃처럼 튄다. 동화 속 이상한 나라나 영화 ‘아바타’ 속으로 들어간 것 같은 환상적인 느낌이다. 파란빛으로 일렁이는 모습은 밤하늘 별이나 오로라를 연상케 한다.

공중에서 보면 화살을 꽂아놓은 활을 닮은 삽시도. 왼쪽 아래 화살이 시위에 걸린 곳이 밤섬선착장이고 그 위쪽으로 수루미해수욕장이 반달 모양으로 펼쳐져 있다. 오른쪽 위 화살촉이 술뚱선착장이다.


삽시도에서 희귀종인 황금 곰솔과 면삽지와 물망터를 ‘삽시삼보’라 부른다. 섬 한편으로 만들어진 둘레길을 걷다 보면 섬의 주요 볼거리들과 아름다운 경치까지 눈에 담을 수 있다. 밤섬선착장에서 출발한다면 섬에서 가장 긴 해변으로, 수리의 꼬리에 해당하는 수루미해수욕장을 따라 걷는 길이 나온다.

수루미해수욕장 끄트머리에 ‘삽시도 둘레길 종합안내도’가 서 있다. 황금 곰솔을 찍고 물망터를 본 뒤 면삽지로 갈 수도 있고, 앞의 두 코스를 건너뛰고 곧바로 면삽지로 가도 된다. 또는 붕구뎅이 산의 능선을 따라 진너머해수욕장으로 넘어가는 길도 있다. 섬을 둘러 가면서 ‘삽시삼보’를 모두 보는 코스를 택한다면 진너머해수욕장 입구까지 쉬엄쉬엄 걸어 두 시간 반 정도 걸린다.

저녁 햇빛을 받아 황금색으로 빛나는 곰솔.


수루미해수욕장에서 산길로 들어와 30분 정도 오르막과 내리막을 번갈아 넘다 보면 울타리에 둘러싸인 황금 곰솔이 모습을 드러낸다. 높이가 8m. 폭은 동서 8.5m, 남북 7.5m라고 쓰여 있다. 수령 50년 남짓 된 어린 나무라 기둥이 굵진 않지만 나뭇잎의 색이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모습이 신비롭다. 해 질 무렵 바다쪽에서 바라봐야 제대로 황금색을 볼 수 있다.

세계적으로 희귀종인 ‘황금소나무’는 엽록소가 없거나 적어서 생기는 특이한 현상으로 소나무 변종이다. 솔방울을 맺지 못해 번식이 안 되기 때문에 ‘외로운 소나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썰물 때 드러나는 신비의 민물 샘인 물망터.


황금 곰솔을 지나면 잘 조성된 나무데크길이다. 데크길을 따라 약 20분 거리에 있는 물망터는 바닷물이 쫙 빠지면 해안에 드러나는 석간수 샘터를 부르는 말로, 바닷가에 있는데도 물이 전혀 짜지 않아 약수로 여겨지는 신비의 샘이다. 음력 칠월칠석날 여자들이 물망터 샘물을 마시면 건강하게 오래 산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별다른 표지판이 없어 찾지 못하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해식동굴 내부에서 내다본 면삽지.


물망터를 나와 면삽지로 이동하는 길은 쉬엄쉬엄 걸어 약 30분 거리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오는데 면삽지로 이어지는 247개 계단이다. 계단을 내려가 마주하는 면삽지는 밀물 때는 섬이 되고 썰물 때는 육지가 되는 곳이다. 물이 완전히 차거나 완전히 빠졌을 때보다 적당히 차올랐을 때 바닷길이 열리는 것처럼 보여 풍경이 아름답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고슴도치를 닮았다고 한다. 물이 빠졌을 때에는 해식동굴도 들어가 볼 수 있다. 동굴 안에는 맑고 시원한 약수가 솟는 샘터가 있다. 동굴 안에서 밖으로 찍는 실루엣 사진이 인기다.

면삽지에서 다시 계단을 올라와 길을 따라 20분가량 이동하면 산길이 끝나고 삽시도 북쪽 윗마을을 만난다. 마을 서쪽으로는 진너머해수욕장과 거멀너머해수욕장이 펼쳐진다. 둘레길 여행은 진너머해수욕장에서 마무리해도 되고 그 북쪽의 거멀너머해수욕장까지 둘러볼 수도 있다. 해수욕장에서 보면 바다 저편에는 크고 작은 섬들이 점점이 흩뿌려져 있다. 그 섬들의 바다와 하늘을 황홀하게 채색하는 해넘이가 장관이다.

거멀너머해수욕장 주변으로는 캠핑장이 조성돼 고즈넉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윗마을 술뚱선착장으로 가려면 마을을 관통해야 한다. 윗마을은 사람들이 처음 정착해 보금자리를 꾸렸던 곳인 만큼 학교, 보건소, 큰 슈퍼 등의 시설이 모여 있으며 펜션과 식당이 다양하다. 술뚱선착장은 섬의 북동쪽 끄트머리에 자리하며 날이 맑은 날에는 바다 너머 북쪽으로 원산도와 장고도, 고대도, 동쪽으로는 대천해수욕장과 멀리 군산까지 내다보인다.

삽시도(보령)=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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