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위조 위임장’ 인정하고도… 피해자 집 경매 넘긴 우리은행

임송수 2023. 7. 31. 18:0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우리은행이 담보제공자 동의 없이 차주의 대출을 연장해주면서 위조된 위임장을 사용하는 등 내부통제 구멍이 드러난 사건(국민일보 3월 31일자 15면 보도) 관련해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피해자 구제는 외면한 것으로 확인됐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규정 위반 사실을 인정했던 대출 연장 사건 관련해 지난달 14일 제3자 담보제공인 70대 여성 김모씨의 주택에 대한 경매를 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제3자 담보제공인 동의 없이 만기 연장… 위조 위임장도 사용
규정 위반 인정하고도 “계약 무효 아냐”… 피해자 주택 경매 넘겨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연합뉴스


우리은행이 담보제공자 동의 없이 차주의 대출을 연장해주면서 위조된 위임장을 사용하는 등 내부통제 구멍이 드러난 사건(국민일보 3월 31일자 15면 보도) 관련해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피해자 구제는 외면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취약층인 담보제공인 측은 계약 무효를 주장했지만 우리은행은 이를 거부하고 최근 담보제공인의 주택을 경매로 넘겼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규정 위반 사실을 인정했던 대출 연장 사건 관련해 지난달 14일 제3자 담보제공인 70대 여성 김모씨의 주택에 대한 경매를 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7년 8월 10일 우리은행은 김씨의 집을 담보로 송모씨에게 1년 만기 2억원짜리 일반기업대출을 실행했다. 당시 김씨와 차주 송씨는 동네 지인 관계였다. 송씨는 고령에 금융지식이 적은 김씨에게 접근해 각종 서류를 요구한 뒤 김씨를 제3자 담보제공인으로 내세워 대출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은행의 대출 심사 및 대출 연장 과정은 허술함과 규정 위반의 연속이었다. 우선 김씨의 담보제공신청서 및 근저당권설정계약서 등 서류를 보면 김씨와 차주와의 관계는 ‘가족’으로 잘못 표시돼 있다. 그러나 우리은행은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서류를 받지 않았다.

은행 내규에는 제3자 담보제공의 경우 담보제공인과 차주와의 관계, 담보 제공 사유, 담보 제공 의사 등을 명확하게 확인해 담보제공자와 관련된 분쟁의 소지를 없애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는데 이를 소홀히 한 것이다.

차주 송씨는 이후 2021년 8월까지 네 차례 만기 연장을 신청했지만 이 과정에서 김씨의 동의는 없었다. 심지어 기한연장 과정에서 김씨는 어떤 통지도 받지 못했다.

특히 우리은행은 위조 위임장까지 받아 대출 연장을 승인했다. 만기 연장을 위해 김씨의 동의가 필수적인 고객확인서 갱신이 필요해지자, 송씨는 김씨의 도장만 찍힌 백지 위임장에 자필로 내용을 적어 제출했다. 이 위임장은 일반적으로 포함되는 위임 날짜, 구체적인 위임 권한 등 정보가 기재되지 않았지만 결재라인을 통과, 대출이 연장됐다.

이후 지난해 담보대출 기한이 만료됐으나 송씨는 원리금을 상환하지 않았다. 주택에 근저당권이 설정된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김씨 가족 측이 우리은행의 대출 실행 및 기한연장 과정 상의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우리은행은 규정 위반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법적으로 계약에 문제가 없다며 결국 담보물인 김씨의 주택을 경매에 넘겼다.


김씨 측은 우리은행이 통지 의무를 위반한 데다 위조 위임장이 쓰인 점을 들어 해당 계약이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상 위법 계약이기 때문에 해지가 가능하다고 주장했지만 은행 측은 대출 당사자가 아닌 담보제공인은 금소법상 금융소비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우리은행은 임종룡 금융지주회장 취임 이후 내부통제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수차례 강조해왔지만 이 사건의 피해자 구제는 외면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법 사각지대에 있는 제3자 담보제공인이 은행의 내부통제 실패로 인해 피해를 본 사건인데도 은행이 최소한의 구제책도 제시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