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경제보다 안전… 아파트 부실공사 전수조사"(종합)

인천 검단 이어 경기권 내 부실공사 추가 사례로 국민 불안 증가
집중호우 수해 복구에 대해서도 "기준 대폭 상향해 충분히 지원"

윤석열 대통령은 31일 아파트 지하주차장 부실공사와 관련 "경제보다 안전이 중요하다"며 철저한 전수조사 및 안전조치 수립을 지시했다.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에 이어 최근에는 경기권 다른 지역에서도 철근 누락 등 부실 공사 사례가 이어지면서 국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는 데 따른 조치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이같이 지시했다고 대통령실 이도운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31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 발언을 소개하는 등 현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특히 윤 대통령은 "국민의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경제보다도 안전이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원 장관에게는 "아파트 지하주차장 부실 공사를 전수조사하고 즉시 안전 조치에 만전을 기하라"고 당부했다.

국토부는 전날 '공공주택 긴급안전점검 회의'를 열고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발주한 무량판 구조 아파트 단지 91곳을 전수조사한 결과, 15개 단지에서 전단보강근 누락이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LH는 91개 단지에 대해 구조설계사무소, 안전진단 전문기관 등과 함께 지난 5월 3일부터 비파괴 검사 등을 동원해 합동점검을 벌였고, 그 결과 15개 단지에서 있어야 할 철근(전단보강근)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도권이 8개 단지, 지방이 7개 단지로 분양 아파트가 5개 단지, 임대아파트는 10개 단지다.

무량판 구조는 보 없이 기둥이 직접 슬래브(지붕)를 지지하는 방식으로, 기둥이 지붕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내부에 보강 철근을 설치해야 한다. 올해 4월 붕괴가 발생한 인천 검단신도시 지하주차장도 무량판 구조로 설계됐다.

LH 조사 결과 10개 단지는 설계 미흡으로 철근이 빠져 있었다. 철근이 어디에 몇 개나 들어가야 하는지 구조계산이 제대로 되지 않았거나, 계산은 제대로 됐지만 도면에 빠진 사례가 나왔다. 다만 철근이 누락된 15개 단지 모두 콘크리트 강도는 설계 기준보다 높았다. 주차장이 무너진 검단아파트의 경우에는 콘크리트 강도가 설계보다 30% 낮았다.

국토부는 책임자에 대한 징계 및 고발 조치를 예고했다. 원 장관은 "국민에게 무겁게 고개 숙여 사죄한다"며 "건설 분야에서의 이권 카르텔에 대해 전반적인 혁신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이한준 LH 사장 역시 "15개 단지의 설계·감리가 언제 발주됐고, 여기에 관여된 사람은 누구인지 철저하게 조사해 관련자가 책임지게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철근 누락 아파트가 앞으로 더 나올 가능성은 높다. 국토부가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민간 아파트 100여곳에 대해서도 안전점검을 진행해 철근 누락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어서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장마철 집중호우로 인한 수해 복구와 관련해서도 "종전보다 기준을 대폭 상향해서 충분히 지원하라"고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정부가 건전재정을 유지하며 예산을 아끼는 것은 어려움에 빠진 국민들을 돕는데 충분히 쓰기 위한 것"이라며 지원 강화를 당부했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