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방하는 대통령... '당신 원통함 내가 아오' 연대하는 유족

하성태 2023. 7. 2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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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작가의 마이너리티 리포트] 오송 찾은 이태원 참사 유족, 대통령은 자갈치 시장서 괴담 타령

[하성태 기자]

 
 오월어머니집과 5·18 민주유공자 유족회 등 5·18 단체 회원들이 지난 2015년 4월 11일 진도 팽목항을 찾아 희생자를 추모했다. 이들은 이날 팽목항에 '5·18 엄마가 4·16 엄마에게'라는 제목으로 '당신 원통함을 내가 아오. 힘내소, 쓰러지지 마시오'라는 내용의 펼침막을 내걸었다.
ⓒ 5.18 기념재단
 
'당신 원통함을 내가 아오. 힘내소, 쓰러지지 마시오.'

세월호 참사 2주기이던 지난 2015년 4월 진도 팽목항 방파제에 펼침막이 내걸렸다. 제목은 '5·18 엄마가 4·16 엄마에게'였다. 당시 5.18민주화 운동 희생자 어머니들의 모임을 비롯한 5.18 단체 회원들이 팽목항을 찾아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정부에 조속한 선체 인양을 촉구하며 내건 펼침막이었다. 대한민국에서만 가능한 세상에서 가장 슬픈 위로가 아닐 수 없었다.

이후 오월 어머니들과 세월호 유족들의 만남은 계속됐다. 세월호 4주기이던 2018년 5월 '5.18 엄마' 김길자 어머니가 5·18 민주묘지에서 세월호 유가족을 안고 위로하는 장면은 큰 감동을 줬다. 그는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상고에 다니던 막내아들을 잃었다. 세월호 아이들을 보고 아들이 떠올랐다는 김길자 어머니는 "자식 잃은 고통은 말로 설명할 수 없제. 내가 그 마음 잘 아네"라는 위로가 담긴 공개편지를 쓰기도 했다.

연대가 연대로 이어졌다. 이후에도 세월호 유가족들은 광주를 찾아 오월 어머니들을 만났다. 그 연대엔 슬픈 위로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2022년 10월 이태원 참사가 발생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이태원 참사 초기부터 유족들과 만나고 진상 규명 등을 요구하며 연대와 위로를 거듭해왔다.

이후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 시위에도 연대했다. 이태원 참사 유족들 중엔 이제서야 세월호 유가족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고백하는 이들도 있었다. 오월 어머니가 세월호 엄마를 끌어안았듯, 세월호 유가족이 이태원 참사 유족을 안아주는 장면은 많은 이들의 눈시울을 붉어지게 만들었다(관련기사: 자식 잃은 두 엄마의 포옹 "우리 함께 가요" https://omn.kr/24ksi).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세월호'와 '이태원'의 연대였다.

세월호, 이태원, 오송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그 슬픈 연대와 위로가 일상이 돼선 안 된다는데 모두 공감할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연대는 충북 오송에서 반복되고 있다. 이태원 유가족들이 오송 참사 유가족들을 위로하고자 나선 것이다.

"책임 있는 자들은 어느 누구도 사과 한마디 없고 누구 하나 책임지려 하지 않고, 참사를 겪은 유가족이 또 다른 참사 유가족을 만나 위로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이 작금의 대한민국이다."

'중대시민재해 오송 참사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시민대책위원회'가 발족한 지난 27일,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 직무대행이 기자회견에서 한 일침이다(관련기사: 오송참사 시민대책위 발족 "책임 떠넘기기, 이태원과 똑같아" https://omn.kr/24yxw). 이태원 참사로부터 불과 1년도 되지 않아 막을 수 있었던 참사가 또 발생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의 위로를 받았던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인재로 가족들을 잃은 오송 참사 유가족들을 위로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졌다. 26일 오송 참사 유가족 협의회가 발족했다. 이태원 참사에 대처하는 정부의 안일하고 미흡한 대응을 본 오송 참사 유가족들과 시민사회의 움직임은 그 어느 때보다 신속해졌다.
  
▲ 오송-이태원 참사 유족 '맞잡은 두손' 이정민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 직무대행(오른쪽)이 27일 오전 충북도청 서문 앞에서 열린 '중대시민재해 오송 참사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시민대책위원회 발족식'이 끝나고 이경구 오송 참사 유가족협의회 공동대표를 위로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회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 사태를 부른 정부와 지자체, 경찰의 책임 떠넘기기를 목격한 경험이 영향을 줬을 것이다. 이날 발족한 시민대책위도 "지난해 이태원 참사를 겪고도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재난 안전 체계는 여전히 작동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27일 윤석열 대통령은 부산 자갈치 시장을 찾았다. 김건희 여사와 함께였다. 윤 대통령은 이날 부산에서 열린 정전협정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후 자갈치 시장을 찾았고, 언론들은 이를 대서특필했다. 윤 대통령이 장어를 들어 올리며 환하게 웃는 여러 장의 사진이 실시간으로 타전됐다. 언론들은 대통령 부부가 즉석에서 '회 먹방'을 했다는 소식도 빠뜨리지 않았다.

사망자 47명을 포함해 최근 10년 사이 여름철 태풍·호우 피해 중 가장 큰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이 보름도 채 되지 않았다. 그 수해 복구에 나섰던 해병대 대원이 급류에 휩쓸려 목숨을 잃었다. 그 고 채수근 상병의 영결식이 열린 것이 불과 5일 전이었다. 기상청이 장마 종료를 공식 선언한 26일까지 침수와 산사태로 인해 집으로 귀가하지 못한 수해 이재민의 숫자는 천오백여 명이다.

그런 가운데 국정 운영을 책임지고 지휘하는 대통령이 부산을 찾았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논란으로 위축된 수산시장 상황을 직접 챙겼다는 설명이다. "현명한 국민들은 괴담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어록도 남겼다. 윤 대통령은 참사 이후 공식적으로 오송을 언급하지도 직접 방문하지도 않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부산 중구 자갈치시장에서 장어를 직접 손으로 잡아 보며 즐거워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책임자들이 너무 당당하다
 
저는 사실 좀 세월호 사건 생각 났거든요. 이게 그냥 국민들이 알아서 살아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거예요. 그러고 그냥 다 떠밀어요. 예전에는 그래도 누군가 책임지고 사임을 하든가 뭐 하든가 하던데 지금은 너무 당당해요.
- 24일 MBC <뉴스데스크>, <'사과' 없는 추모‥. 되풀이되는 참사> 중 이태원 참사 추모객 인터뷰
 
사과도 없다. 책임지는 이들도 없다. 책임자들이 "너무나 당당하다"는 이 추모객은 울먹이며 인터뷰하고 있었다. 국민이 먼저 안다. 추모와 위로가 일상이 된 각자도생의 시대,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주지 않을 때 어처구니없는 참사의 다음 희생자는 자기 자신이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를 절감하는 국민들은 윤 대통령의 '회 먹방'과 환한 미소를 어떻게 평가할까.

언제까지 유가족들끼리 보듬고 아파하며 연대하는 슬픈 광경을 목도해야 하는가. '당신 원통함을 내가 아오. 힘내소, 쓰러지지 마시오'란 오월 어머니들의 위로가 2023년에까지 유효한 현실을, 추모가 일상이 된 오늘을 끊어 낼 때가 됐다. 이태원참사 특별법 제정을 포함해 오송 참사의, 이태원 참사의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이 그 시작이 돼야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제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취임 8일째이던 문재인 전 대통령은 추모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2년 전, 진도 팽목항에 5·18의 엄마가 4·16의 엄마에게 보낸 펼침막이 있었습니다. '당신 원통함을 내가 아오. 힘내소. 쓰러지지 마시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국민의 생명을 짓밟은 국가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한 국가를 통렬히 꾸짖는 외침이었습니다. 다시는 그런 원통함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국민의 생명과 사람의 존엄함을 하늘처럼 존중하겠습니다. 저는 그것이 국가의 존재가치라고 믿습니다.

6년이 지난 지금, 지난 정부는 물론 현 정부 또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그 국가의 존재가치를 국민들이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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