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터들·노방들… 1년에 딱 한 달 만나는 ‘비밀의 정원’

남호철 2023. 7. 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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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주·양산 회야강의 신비로운 속살
울산 울주군 웅촌면 통천마을 앞 회야강이 휘돌아가는 강변에 조성된 회야댐생태습지. 오른쪽 위 시멘트 포장된 곳이 만남의 광장이다. 습지는 아래쪽이 광터들, 위쪽이 노방들이다. 습지 바로 오른쪽에 전망대가 조성돼 있다.


회야강(回夜江)은 경남 양산의 무지개폭포에서 출발해 울산의 식수원인 회야호를 거쳐 강양항에서 동해와 만난다. 회야는 논배미를 돌아서 흐른다는 의미다. ‘돈다’는 말이 ‘회(回)’로, ‘논배미’와 같은 말에서 흔히 쓰이는 ‘배미’는 ‘바미(밤이)’로 보아 ‘야(夜)’로 한자화하면서 회야로 변한 것이다. 서생면에서는 임진왜란 때 왜군을 무찔러 승리해 일승강(一勝江)으로도 불린다.

회야강의 발원지인 경남 양산시 천성산 무지개폭포.


회야강의 발원지인 양산 무지개폭포는 홍룡폭포와 함께 천성산이 자랑하는 폭포다. 옛날 인근 주민이 나무를 하고 쉬어가는 곳으로, 폭포에 무지개가 형성된다고 해 이름을 얻었다. 깊고 물이 깨끗하며 2㎞ 정도 형성된 기암괴석과 울창한 수목이 어우러진다.

회야강 중류인 울산 울주군 청량읍 동천리에 생활용수 전용 회야댐이 1986년 건설됐다. 이 댐이 여름 한철 관심을 끌고 있다. 1년에 딱 한 달, 연꽃이 만발하는 시기에 한시적으로 개방하는 ‘비밀의 정원’ 같은 회야댐생태습지 덕분이다. 회야댐생태습지는 노방산(258.9m)이 마주 보이는 울주군 웅촌면 통천마을 앞 강변에 있다. 습지를 끼고 돌아가는 강줄기가 안동 하회마을 못지않게 멋지다.

회야댐이 들어서기 전 통천마을 주민 700여 명이 이 땅에 농사를 지었다. 댐 건설로 일대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주민들은 인근 옥동과 무거동 등으로 이주했다. 기름졌던 땅은 잡초로 뒤덮였다. 2003년 이곳에 친환경 정화 시설을 만들면서 새 생명이 싹트기 시작했다.

회야댐생태습지는 2009년에 완공됐다. 습지 조성 후 회야호 수질 개선에 큰 효과를 거뒀다. 회야댐생태습지가 일반에 공개된 건 2012년부터다. 상수원보호구역이어서 고심 끝에 연꽃이 가장 예쁘게 피는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딱 한 달 동안 개방하기로 한 것. 탐방 인원은 하루 100명으로 제한했다.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시작한 회야댐생태습지 탐방은 대박을 터뜨렸다.

상수원보호구역인 회야호 내 유일한 건물인 자암서원.


회야댐생태습지를 관리하는 울산 상수도사업본부 회야정수사업소에서 5㎞ 남짓 떨어진 통천초소를 통과한 뒤 700여m 떨어진 자암서원까지 개별 이동한다. 자암서원은 이곳 상수원보호구역에 남은 유일한 건물이다. 고려 말기 학자 운암 차원부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기 위해 1804년(순조 4년) 연안 차씨가 주도해 세웠다. 흥선대원군의 서원 철폐로 훼철된 뒤 1919년 차씨 문중이 복원해 통천마을 아이들의 학습 공간으로 활용했다.

노방들 생태습지를 가로지르는 나무데크 탐방로.


바로 옆 만남의 광장에서 조를 나눠 문화해설사의 안내에 따라 탐방에 나선다. 만남의 광장에서 생태습지까지 왕복 3㎞를 오가는 코스다. 대숲 울창한 대밭골을 지나면 습지가 모습을 드러낸다. 전체 17만 2989㎡에 이르는 습지가 노방산에 안기듯 다소곳이 자리한다. 초입에 마련된 전망대에 오르면 멀리 광터들 습지부터 노방들 1·2차 습지까지 한눈에 담긴다. 습지 위 나무데크로 꾸민 탐방로는 백련과 홍련이 식재된 노방들 2차 습지로 이어진다. 올해 긴 장마로 연꽃이 빈약하다. 하지만 은은히 풍기는 연꽃 향이 마음을 어루만진다. 지름이 1m나 됨 직한 연잎 사이에서 ‘하트 연잎’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피라미드 모양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은현리 적석총.


통천리에서 차로 10분 남짓 거리에 ‘은현리 적석총’이 있다. 적석총은 선사시대부터 고구려, 백제 초기에 나타나는 무덤이다. 일정한 구역의 지면에 구덩이를 파거나 구덩이 없이 돌로 쌓는다.

은현리 적석총은 마을 뒤편 야산에 사람 머리 크기의 자연석으로 쌓여 있다. 지름 20m, 높이 6∼7m 규모다. 붕괴로 인해 확실한 구조를 알 수 없지만 전체 모습은 원형이다. 적석총의 최하단 기단부의 형태, 함몰된 적석의 상태 및 높이 등으로 미뤄보면 피라미드형이다. 삼국시대 초기 웅촌 지역으로 내려온 고구려 유력자의 무덤으로 추정된다.

웅촌 일대에 3~4세기 부족국가였던 우시산국(于尸山國)이 있었다고 한다. 삼국사기 제44권 열전 제4편에 94글자로 기록돼 있다. 요약하면 ‘우시산국과 거칠산국이 신라 국경 인근에 끼어 있어서 매우 심하게 나라의 걱정거리가 됐다. 지방관이 돼 병탄할 생각을 품고 있던 거도가 전쟁을 일으켜 그곳을 갑작스럽게 쳐서 두 나라를 멸망시켰다’는 내용이다. ‘우시산국’은 3세기 중후반인 탈해 이사금 때 사로국에 복속됐다.

여행메모
회야댐생태습지 탐방 8월 20일까지…
회야강 끝 진하해변 축제·명선도 비경

양산 무지개폭포는 양산시 평산동 장흥저수지 위쪽에 있다. 폭포는 비가 온 뒤 수량이 많아야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준다. 계곡과 산허리를 따라 20여 분 올라가야 만난다. 폭포 자체보다 취사할 수 있는 계곡 물놀이가 인기다. 하지만 사유지여서 입장료가 비싸다. 어른 4000원, 어린이 3000원에 차량은 8000원을 추가해야 한다.

울산 상수도사업본부 회야정수사업소는 지난 18일부터 8월 20일까지 ‘회야댐 상류 생태습지 탐방’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전 한 차례 왕복 3㎞ 구간을 3시간 정도 걷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웅촌면 통천리 산 109-1’ 통천초소를 찾아가면 된다. 참가비는 무료다. 예약은 이미 끝났다. 하지만 간간이 취소하는 경우가 생겨 뒤늦게 참여할 수도 있다. 운동화, 자외선 대책은 필수다. 은현리 적석총은 ‘은현리 산 207-5’에 있다.

회야강이 바다와 만나는 곳에 진하해수욕장이 있다. 수심이 얕은 데다 백사장이 넓고 바닷물이 맑아 피서지로 인기다. 28∼30일 진하해변축제, 8월 5일 서머페스티벌 등 다채로운 여름 행사가 예정돼 있다. 앞바다에 명선도가 있다. 아름다운 일출과 야경으로 인기다.

울산·양산=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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