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세 반환목적 대출 1년간 DSR 규제 해제…신규주택 구입 금지
직전 계약보다 전셋값이 하락한 ‘역전세’로 인해 전세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하는 임차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전세금 반환 목적에 한해 대출 규제가 완화된다. 반환대출을 이용한 집주인은 신규주택 매수가 제한되며 이를 어길 경우 대출 전액회수와 함께 3년간 주택담보대출이 금지된다.
당장 후속세입자가 없어도 지원…반환지원금으로 주택 구입 시 대출금 전액 회수
정부는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의 후속조치로 집주인이 전세금 반환용도로 은행권(인터넷은행 제외) 대출을 이용할 경우 전세금 차액분(기존전세금-신규전세금) 등에 대한 전세보증금 반환목적 대출규제를 27일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완화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개인의 경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대신에 완화된 총부채상환비율(DTI) 60%가 적용된다. RTI(임대업이자상환비율)는 1.25~1.5배에서 1.0배가 적용된다.
이번 대책은 지난해말부터 지속된 전세가격 하락으로 인해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해, 주거 이동이 제약되고, 보증금 미반환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데 따른 조치다.
지원 대상은 역전세 반환대출 규제완화 발표가 이뤄지기 전인 7월 3일 이전에 임대차계약이 체결된 경우 중 이달 31일까지 임대차계약 만료 등 반환수요가 발생하는 경우로 한정한다. 정부는 후속 세입자를 구해 전세금 차액분을 대출받는 경우뿐만 아니라 후속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경우에도 완화된 대출규제를 적용해 반환금을 지원할 방침이다.
다만 1년 안에 후속 세입자를 구해 해당 전세금을 받는 즉시 대출금액을 상환해야 한다. 또한 집주인이 자가 거주자로 입주하는 경우(기존 세입자 퇴거 후 본인이 직접 입주)에도 현재 거주주택의 전세보증금 등 반환 능력을 엄격히 따져 반환자금 대출을 지원한다. 이 경우에도 집주인은 대출실행 후 1개월 내 입주해야 하며, 최소 2년 이상 실거주 해야 한다.
정부는 전세금 차액분이 다른 용도로 활용되지 않도록 엄격하게 관리할 방침이다. 집주인이 대출 이외에 다른 방법으로 전세보증금을 돌려줄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확인하고 대출금을 현 세입자에게 직접 지급해 집주인이 해당 자금을 전세금 반환 외 다른 용도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할 방침이다.
대출금이 투자 목적으로 악용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반환대출 이용기간 동안 신규주택을 구입하지 못하도록 했다. 만약 주택 구입이 적발되는 경우 대출 전액 회수와 함께 3년간 주택담보대출 취급이 금지된다. 만약 세입자가 전세대출을 이용 중인 경우에는 해당 은행에 전세대출금을 직접 입금하고 이를 제외한 금액을 세입자에게 입금한다.
후속 세입자의 전세금 미반환 위험이 확대되지 않도록 이를 위한 보호조치도 마련했다. 우선 집주인이 후속 세입자 보호조치를 취하는 것을 전제로 대출 규제 완화 혜택을 지원할 예정이다. 규제 완화를 적용받기 원하는 집주인은 우선 후속 세입자와 전세금 반환보증 가입을 특약으로 하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은행은 이 임대차계약서(특약)이 성실히 이행된다는 전제하에 대출을 실행해줄 방침이다. 집주인은 후속 세입자가 입주한 후 3개월 이내에 전세금 반환보증 가입 또는 보증료를 납입해야 하며 이러한 의무가 이행되지 않는 경우 대출금 전액 회수 등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
새로운 보증보험 상품도 한시적으로 운영한다. 규제완화 대상이 되는 주택의 후속 세입자의 전세금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전세보증금 한도가 없고 세입자가 가입(보증료는 집주인이 대납)하는 상품이다. 27일부터 즉시 이용이 가능하다. 집주인이 직접 가입하는 상품도 8월 중에 출시할 예정이다.
정부관계자는 "역전세 문제는 세입자의 전세금 반환 및 이주 지연 등으로 임대시장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는 만큼 한시적으로 전세금 반환목적 대출규제를 완화해 시장충격을 최소화 하는 취지"라며 "이러한 조치가 가계부채 증가, 후속 세입자 전세금 미반환 위험 증가 등 부작용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집주인의 자력반환능력 확인, 세입자 보호조치 강구 등 제도적 보완장치가 엄정히 이뤄지도록 관리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전세금 미반환 우려 해소…잔여대출 여력 없으면 '매도'해야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에 대해 역전세 주택의 세입자들이 보증금 미반환에 대한 걱정을 덜게 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역전세 반환 대출규제 완화는 1년 한시 정책이긴 하나 아파트 입주과잉 지역이나 전세 계약 갱신권이 집중된 지역의 역전세 리스크를 다소나마 낮출 수 있는 실행방안이 될 전망"이라며 "특히 후속세입자가 있는 경우, 당장 후속세입자 없는 경우, 자가거주하는 경우 등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고려했고 후속 세입자의 ‘전세금 반환보증 가입’을 특약화 하는 등 후속 세입자의 전세금 미반환 리스크를 낮췄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조치의 목적은 시장을 인위적으로 활성화하는 것이 아니라, 경기변동에 수반되는 역전세가 시장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화는 것"이라며 "시장에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평온한 것이 이번 대출규제완화의 효과가 된다"고 말했다.
제도적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함 랩장은 "역전세 반환대출을 받기 위해선 후속 세입자에게 보증3사의 특례 전세금 반환보증 보험 가입을 의무적으로 해줘야 대출 실행이 가능하다"며 "임차보증금+선순위채권(선순위근저당권 및 선순위임차보증금)이 주택가격의 90%를 넘는 임대인은 해당대출을 받을 수 없는 제도적 사각지대가 존재한다"고 했다.
다만 이는 가계부채 확대 위험이나 신규 세입자의 보증금반환 안전을 위해선 불가피한 조치라고 봤다. 이은형 연구위원은 "이번 대출규제완화는 여러 제한이 걸려 있다"며 "이번 조치에도 해당되지 않을 정도로 잔여대출 여력이 없는, 즉 무리한 투자라는 상황에 처한 임대인이라면 보유주택을 매도하는 것도 시장경제에 부합하는 선택"이라고 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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