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 '국민연금 추납 꼼수' 쓰자는 이재명 [기자수첩 – 정치]

정계성 2023. 7. 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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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생애최초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 사업을 다시 꺼내들었다.

만 18세가 되는 청년에게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초회 보험료를 지원해 국민연금 가입 시기를 앞당겨주자는 게 골자다.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이 대표의 제안은 국민연금 추납(추후 납부) 제도를 빼놓고서는 성립이 어렵다.

따지고 보면 이 대표의 주장은 예외적으로 허용해야 할 제도를 '만 18세 최초 가입'이라는 꼼수로 전 국민에게 확대하자는 것과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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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생애최초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 사업을 다시 꺼내들었다. 만 18세가 되는 청년에게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초회 보험료를 지원해 국민연금 가입 시기를 앞당겨주자는 게 골자다. 이 대표는 "청년들의 연금 효능감을 높일 수 있다"며 "서둘러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자"고 했다.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이 대표의 제안은 국민연금 추납(추후 납부) 제도를 빼놓고서는 성립이 어렵다. 추납은 미납 기간의 보험료를 추후 일시에 납부하면 최초 가입시점까지 산입해 연금 수급액을 증가시킬 수 있는 제도다. 만 18세에 가입한 청년 대다수가 보험료 납입이 어려운 학생 신분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사실상 '추납' 제도를 전제한 제안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이 대표의 주장이 추납 제도의 입법 목적에 맞지 않다는 점이다. 추납은 예기치 못한 실직, 경력단절 여성, 군 복무 등 피치 못할 사정으로 보험료 납부가 중단된 국민의 노후를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는 공익 목적이 녹아 있다. 막대한 손해가 불가피하기에 민간 보험사는 절대 운용할 수 없는 제도이며, 정상 보험료 납부자들의 분담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따지고 보면 이 대표의 주장은 예외적으로 허용해야 할 제도를 '만 18세 최초 가입'이라는 꼼수로 전 국민에게 확대하자는 것과 다름없다.

더 큰 문제는 추납 제도가 국민연금 재정을 악화시킨다는 점이다. 한때 수십 년 치 보험료를 한 번에 추납한 뒤 연금 수급액을 크게 늘리는 사례가 급증하며 '추납 테크'라는 말까지 생겨난 바 있다. 이에 김상희 민주당 의원 대표발의로 무제한이던 추납 기간을 10년 미만으로 제한하는 개정안이 지난 2020년 처리된 바 있다.

또한 '만 18세 가입'을 통한 가입 시점 앞당기기의 혜택을 누가 볼 것인가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이 대표는 '공평한 추납 기회'를 주장하지만, 추납으로 목돈을 한 번에 넣고 연금 수급액을 늘릴 선택을 할 수 있는 계층은 당장 먹고사는 문제가 중요한 서민층보다는 중산층 이상일 공산이 크다. 따라서 '억강부약'을 주장하는 이 대표의 의도와 다르게 부자가 더 많은 지원을 받고 서민들의 분담이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물론 국민연금에 대한 청년층의 불신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이 대표의 대전제에는 반대할 사람이 없다. 다만 국민연금 재정 고갈을 촉진하는 방식에 청년층이 동의할 것인지는 의문이다. 국민연금 재정 고갈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미래 세대에 부담을 지우는 일임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성실 납부를 했음에도 '추납'으로 인해 예상치 못한 손해를 볼 선량한 국민에 대한 언급은 아예 없다는 것도 비판받아야 할 대목이다. 이 대표는 20~30년 후 국가 재정으로 충당할 수 있다고 계산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미래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국민 혈세로 꾸려지는 국가 재정은 끊임없이 재화가 나오는 화수분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죽했으면 정치적 이해관계로 연금개혁을 차기 정부에 떠넘긴 문재인 정부 보건복지부조차 이 대표의 주장에 난색을 표했을까. 보건복지부는 납부 예외자 양산, 국민연금 재정 압박 등을 이유로 '생애최초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에 반대했다. 결국 자신의 제안이 자신이 속한 당이 집권하고 있을 때조차 받아들여지지 못했었다는 점은 이 대표가 곱씹어봐야할 대목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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