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쇄 차는 ‘플랫폼 공룡’… 삼성도 ‘DMA’ 불똥 튀나

이의재 2023. 7. 24.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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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자체 기업 육성위한 수단
삼성, 주력 아닌데도 ‘희생양’
10차례 개정 獨 GWB 비교대상

유럽발 대형 플랫폼 규제의 핵심인 ‘게이트키퍼(문지기)’ 지정 시점이 목전으로 다가오면서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미국의 대형 플랫폼은 물론 삼성전자도 규제 명단에 오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한국도 무풍지대가 아닌 상황이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의 알파벳(구글 모회사)·아마존·애플·메타·마이크로소프트와 한국의 삼성전자, 중국의 바이트댄스 등 7개 회사가 EU에서 고지한 게이트키퍼 지정 기준을 충족해 자진신고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45일간 이들이 제출한 보고서를 검토해 늦어도 9월 6일 최종 게이트키퍼 명단을 발표할 계획이다.

신속 규제… 핵심은 ‘게이트키퍼’

EU는 2020년 말부터 애플·구글 등 대형 플랫폼의 시장 독과점을 견제하는 디지털시장법(DMA) 입법을 추진해왔다. 이전에도 EU는 독점규제법을 근거로 대형 플랫폼에 수차례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경쟁제한성 행위가 발생한 뒤에야 사후적으로 규제할 수 있어 한계가 뚜렷했다. 결국 EU는 지배적인 플랫폼 사업자를 사전에 지정하고 이들에게 자사우대·끼워팔기 금지 등의 의무를 부여해 위반 시 시장획정 등의 단계를 생략하고 빠르게 규율하기로 했다. 사전규제를 통한 신속하고 효과적인 규제가 DMA의 도입 취지다.

DMA 적용 대상이 되는 플랫폼 사업자가 바로 게이트키퍼다. EU는 온라인 중개 서비스·소셜 네트워킹 등의 핵심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가 시장에서 견고하고 지속 가능한 지위를 보유한 경우 게이트키퍼라고 규정한다. 정량적인 기준으로는 시장가치 750억 유로(약 107조원) 이상이거나 최근 3년간 EU 내 연 매출 75억 유로 이상인 사업자가 해당된다. 여기에 3개 이상의 EU 국가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월간 최종사용자(일반 고객) 4500만명 이상, 연간 이용 사업자 1만개 이상으로 일반 고객과 이용 사업자 사이에서 실질적인 관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조건도 달렸다.

EU는 이미 지난 5월부터 DMA를 시행하고 있다. 다만 게이트키퍼 명단이 나오지 않은 현재는 사실상 예고 기간에 가깝다. 오는 9월 게이트키퍼 명단이 확정되더라도 6개월간의 유예가 예정돼 있어 본격적인 규제 시작은 내년 3월부터다. 이후에도 이들이 의무사항을 위반한다면 EU는 전세계 연간 매출액의 10%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위반이 반복될 경우에는 매출액의 20%까지 과징금이 늘어난다. 신규 사업자의 진출과 공정경쟁이 방해받지 않도록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 EU의 입장이다.


“사실상 보호주의” “기준 자의적” 지적

하지만 플랫폼·인터넷 업계는 EU의 진짜 의도가 따로 있다며 반발한다. 대형 플랫폼을 육성하지 못해 지켜야 할 ‘집토끼’가 없는 EU가 공정경쟁을 내세워 사실상의 보호주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주장이다. 주진열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3월 국회 공청회에서 “(DMA는) 유럽이 자체 플랫폼 기업을 육성하는 사이에 미국 빅테크를 억제하기 위해 도입한 수단”이라며 “유럽에서도 훗날 유럽산 대형 플랫폼이 성장하면 DMA가 부메랑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유엔 무역개발회의에 따르면 2021년 세계 100대 플랫폼 기업 가운데 유럽 기업은 단 12개뿐이었다. 반면 아시아·태평양과 미대륙 출신 기업은 각각 45, 41개에 달한다.

게이트키퍼 지정 기준이 지나치게 자의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최난설헌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EU 디지털 시장법의 함의와 경쟁법의 역할’ 논문에서 “게이트키퍼의 규모·영향력 기준을 정하는 금액 등이 각 시장에 미치는 효과를 정밀하게 측정한 결과치에 기초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지정 대상으로 꼽은 플랫폼 서비스 종류에 대해선 “디지털 경제의 핵심 서비스 유형을 정한 것이 아니라 현 시점 빅테크들의 사업 분야를 망라한 것이라면 자의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맹점은 최근 논란이 된 삼성전자의 지정 기준 충족에서 단적으로 드러났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에 탑재한 자체 웹 브라우저인 ‘삼성 인터넷’이 EU가 규정한 ‘핵심 플랫폼 서비스’에 해당돼 기준을 충족한다고 판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실제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은 소프트웨어나 온라인 중개 등이 아닌 디바이스 판매다. 시장조사업체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지난달 삼성 인터넷의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4.3%에 불과했다. 사업분야와 영향력 모두 지배적인 플랫폼 사업자라고 보기 어려움에도 EU의 자의적인 기준 선정에 희생양이 됐다는 것이다.

독일 GWB, DMA 비판 절충점될까

올해 한국에서 추진된 플랫폼 독과점 관련 입법도 DMA 내용을 상당 부분 참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최근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별도의 온라인플랫폼법 제정 대신 기존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노선을 바꾸면서 독일의 경쟁제한방지법(GWB)이 유력한 입법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958년 제정된 GWB는 이후 10차례 개정을 거쳐 빅테크 규제까지 담아 낸 법안이다. DMA에 비하면 보편적인 경쟁법에 더 가까운 대신 규제 강도와 플랫폼에 대한 전문성은 덜하다는 평가다. GWB는 비교적 사후 규제의 성격이 강하다는 차이도 있다. 양용현 KDI 연구위원은 “(두 법은) 사전 지정이라는 점은 비슷하지만 경쟁법에 가까운지 플랫폼에 특화돼 있는지의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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