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과 나리는 다른 꽃이다, 아니다?

윤소정 2023. 7. 24.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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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합의 어원 살펴보니... 목 건조하고 기침 날 때 효과적

미술관에 있는 작품 속에서 한의학과의 연관성을 찾아봅니다. 인류의 역사와 문화, 생활 안에 숨어있는 건강 정보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기자말>

[윤소정 기자]

백합은 5~7월에 피는 꽃으로 하얗고 순결한 꽃의 대명사이지만, 그 이름을 살펴보면 희다(白)는 뜻은 아니다. 땅속 비늘줄기(알뿌리)를 구성하는 비늘잎이 100조각이 될 정도로 많다는 의미에서 백합(百合)이라고 불려졌다.

백합은 백합과 백합속(Lilium) 식물을 총칭하며, 북반구의 온대에 70∼100종이 있다.
그 중에서도 흰 백합인 Lilium candidum(릴리움 칸디둠)을 Madonna lily(마돈나 백합)라고 하여 처녀를 상징한다. candidum은 라틴어로 하얀색이라는 뜻이다.

맑고 깨끗한 이미지
 
▲ 일명 '바르디 제단화' 산드로 보티첼리, 1484년, 185 x 180 cm
ⓒ 공유마당(만료저작물)
 
위 그림은 이탈리아 르네상스시대의 화가 산드로 보티첼리(1445?~1510)가 그린 제단화이다. 제단화란 기독교 교회 건축물의 제단 위나 뒤에 설치하는 그림이나 조각 등을 뜻한다. 
성모 마리아의 양 옆으로 두 요한이 서 있고, 그들의 사이로 보이는 꽃병에는 백합이 있다. 백합의 맑고 깨끗한 이미지는 성모 마리아를 상징한다. 
 
▲ 백합 Lilium Candidum, Priscilla Susan Bury, 1834년 / Lilium Longiflorum, Priscilla Susan Bury, 1834년
ⓒ 아트비
 
두 그림 모두 영국의 식물 학자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프리실라 수잔 베리(1799~1872)의 작품이다.

왼쪽은 릴리움 칸디둠, Lilium Longiflorum(릴리움 롱기플로품; 나팔 나리)로, 화가는 특히 백합에 관심이 많았다.

꽃이 트럼펫 모양처럼 생긴 나팔 나리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백합이라고 생각하는 하얀 백합이다. 부활절 장식으로 많이 쓰이기 때문에 '부활절 백합'이라고도 불린다. 

백합과 나리꽃의 차이
 
▲ 산수화훼도(좌) / 괴석과 나리꽃(우) 신명연, 19세기, 비단에 담채, 30 x 17.9cm / 이용우,1936년, 종이에 수묵담채, 127.5 x 36cm
ⓒ 국립중앙박물관/공유마당(CC BY)
 
왼쪽은 조선 후기의 화가 신명연(1808∼1886)이 그린 산수화훼도첩에 속해있는 <백합>이다. 

그는 조선의 삼대 묵죽화가 중 한 명인 신위1769∼1845)의 둘째 아들이기도 하다.
하얗고 커다란 백합 아래에는 분홍빛 패랭이꽃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오른쪽 그림은 근현대기의 한국화가 이용우(1904~1952)의 <괴석과 나리꽃>이다. 화면의 왼편에 붉은색의 나리꽃을 멋스럽게 그렸다.

이처럼 하얀 꽃을 백합, 붉은 꽃은 나리라고 생각할 때가 많다. 하지만 두 단어는 같은 뜻으로 백합은 한자어, 나리꽃은 순우리말이라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 참나리 EBS_식물_0655, 한국교육방송공사
ⓒ 공유마당(CC BY)
 
한의학에서는 백합과 식물인 참나리의 비늘줄기를 약재로 사용한다. 가을에 채취하여 끓는 물에 약간 삶아서 햇볕에 말린 것으로, 한약재로 사용할 때의 이름 역시 백합이다. 

백합은 맛은 달고 성질은 찬 편으로, 우리 몸의 물(진액)을 보태주어 열을 내리고 대소변이 잘 나오게 한다.

또한 폐를 촉촉하게 만들어 기침을 멎게 해준다. 조금만 찬 공기를 들이마셔도 발작하듯 기침을 하는, 인후가 건조하고 예민한 사람에게 좋다. 마른 기침을 하다가 피가 나오거나, 가래에 피가 섞여 나오는 병증에 활용한다. 

가슴이 답답하고 안타깝고 불안해서 편안히 잠들지 못할 때, 마음이 안정되지 못하여 갈팡질팡하고 갈피를 잡지 못할 때도 도움이 된다.

신경쇠약, 정신이 불안한 증상에는 그대로 생용(生用)하고, 기침에 사용할 때는 밀자(蜜炙)해서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밀자란 약재를 꿀과 함께 볶는 것으로 백합 500g 당 꿀 31g의 비율이다. 이때 꿀은 약한 불에 물기가 없어지도록 졸인 연밀(煉蜜)을 이용한다.

한편, 백합이라는 이름의 질병도 있다. 백합병은 말이 없고 잘 먹지도 잠을 자지도 못하며, 오한과 발열 증상이 있는 듯 없는 듯 하고, 정신이 불안하며 간혹 혼자 중얼거리는 일종의 정신질환이다. 입 안이 쓰고 소변이 붉고 맥박이 약간 빠른, 열증을 수반하는 질환이다.

이 질환은 감정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할 수도 있고 큰 병을 앓고 난 후에 생기기도 한다. 특히 심장과 폐에 음액(陰液)이 부족해지고 내열(內熱)이 생겨서 오는 병증이다. 

신경과민으로 초조해하며 피로한 증상이나 히스테리 혹은 열병으로 몸이 쇠약해진 경우에도 나타나며, 갱년기증후군에서도 비슷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백합병에는 백합지황탕이나 백합지모탕 등의 처방을 사용하여 치료한다. 지황과 지모는 화를 내리고 열을 식혀주며 건조한 것을 촉촉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는데, 백합의 효능과 유사한 면이 많다. 

이렇게 백합이 들어간 약으로 치료 효과를 본 데에서, 백합병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도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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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윤소정 시민기자의 개인 브런치 https://brunch.co.kr/@nurilton7 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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