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무려 5200만 장이나 팔린 이 티켓... 우리도 만들자

이상현 2023. 7. 20. 16:5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 돌파하는 교통 전환, 1만원 교통패스①] 기후위기 대응·대중교통 활성화 가능

기후위기 시대, 교통 분야는 온실가스 감축과 동시에 교통 불평등을 해소하고 모두를 위한 이동권을 보장해야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이익의 사유화와 손실의 공공화를 넘어 모두를 위한 교통을 실현할 1만원 교통패스 도입 방안과 그로 인한 변화의 전망을 기후정의활동가, 녹색전환연구자, 청소년 이용자 등 다양한 당사자의 목소리를 통해 짚어 봅니다. <기자말>

[이상현 기자]

▲ 서울시 물가심의위 대응 기자회견 지난 12일, 서울시청 앞에서 ‘우리 모두의 교통운동본부’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노동조합·진보정당이 서울시 교통요금 인상 및 물가심의위원회 강행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 우리모두의교통운동본부
 
"자차를 사용해야 하나..."1)

결국 서울시가 버스 300원, 지하철 150원(내년도 150원 추가 인상 예정) 교통요금 인상안을 통과시키자 시민들이 근심을 토해낸다. 크게 늘어난 대중교통요금 부담을 감당하느니 차라리 돈을 더 보태 자가용을 타는 것이 낫지 않겠냐는 한탄이다. 물론 자가용 사용을 고민할 처지조차 되지 않는 시민들의 고민은 더 깊다.

한 달 교통요금이 10만 원 가까이 나오는 비정규직 활동가인 나 또한, 한숨이 푹푹 나온다. 교통요금이 부담스러워 폭염에도 대중교통 탑승 대신 걷다가 땀을 뻘뻘 흘리며 녹초가 되는 이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지난해 말 서울시 교통요금 인상안이 발표되자 시민들은 '불만'을 행동으로 표출하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거리로 나와 삼삼오오 모여 피켓을 들었고, 서울시에 민원을 넣었다. 서울시 교통요금 인상에 이의를 제기하기 위한 시민공청회 청구 서명운동을 벌이는 운동본부가 조직되었고, 제로웨이스트샵에서, 거리에서, 주민모임에서, 노동조합 교육장에서 6358명의 시민이 서울시 교통요금 인상에 관한 시민공청회 개최 청구 서명에 참여했다.2)
 
▲ '1만원 교통패스' 도입 촉구하는 시민단체 1만원교통패스연대 회원들이 2월 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 인근에서 열린 대중교통 요금 인상 반대 및 1만원 교통패스 도입 촉구 기자회견에서 팻말을 들고있다. 이들은 탄소감축을 위해 공공교통 확충이 이루어져야 할 시기에 대중교통 요금 인상은 기후위기 시대를 역행하는 조치라고 주장하며 정기권을 구입하면 정해진 기간 동안 모든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1만원 교통패스 도입'을 촉구했다.
ⓒ 연합뉴스
 
'1만원 교통패스 연대'가 발족된 것은 이러한 흐름을 타고서였다. 시민들은 의구심을 품었다. 기후위기와 고물가 시대, 독일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오히려 교통요금을 대폭 줄일 수 있는 교통정책을 시행하고 있는데 한국은, 서울은 왜 거꾸로 갈까? 우리도 기후위기와 경제난에 대응할 수 있는 교통대안 정책을 실현할 수 없을까?

기후위기 대응과 대중교통 활성화

"기후위기 역행하는 대중교통 요금 인상 반대한다. 1만원 교통패스 도입하라!"

1만원 교통패스 연대의 주장은 간단명료하다. 기후위기 시대,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지원하자는 것이다. 전세계적인 '자동차화(motorization)'는 탄소배출의 주범 중 하나로 꼽히며, 이동 및 수송 부문의 탄소배출 비중을 살펴보면 도로 교통이 80% 이상이다.

2050 국가 탄소중립 시나리오 최종(안)을 살펴보면 수송 부문에서 도로부문을 전기수소차로 전면 전환할 것인지 여부로 온실가스 감축량은 6백만톤 이상 차이가 난다. 도로 부문의 전면 전환이 2050 탄소중립 달성 여부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최종(안)
ⓒ 환경부
  
그러나 전기수소차 전환으로 충분할까? 내연기관차를 전기차로 교체하는 경우, 주행 시 탄소배출은 줄어들지만 전기자동차 생산 및 전기자동차에 필요한 대량의 에너지를 생산하는 데에는 또다시 탄소배출이 동반되며, 발전소 건설을 위해 대규모 산림 및 농지 손실이 발생한다. 전기차를 제조하고 유통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탄소 배출 행위이다. 그러므로 진정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전기차를 더 많이 구매하라는 정책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대중교통 인프라를 확충하고 이용을 활성화하여 전체 자가용 수를 줄이는 것이 바람직한 대책이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법 및 시행령, 각 광역시와 기초자치단체의 조례를 통해서도 녹색 대중교통 확충을 통한 탄소배출 감축이 필요함을 명시하고 있다.
자가용 이용이 교통혼잡과 기후위기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자가용 이용자가 아닌 대중교통 이용자를 지원하는 게 적합하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은 거꾸로다. 국제 유가 상승으로 인해 국내 기름값이 오르자 정부는 2021년 말부터 수차례에 걸쳐 유류세를 큰 폭으로 인하해왔으며, 명절에 고속도로 통행료를 감면하는 등 자가용 이용자를 지원했으나, 대중교통 이용자에 대해서는 요금을 인상하는 등 오히려 부담을 가중했다.
 
 집단별 자동차와 대중교통비 소비지출비율
ⓒ 사회공공연구원
 
계층, 성별, 고용형태별 대중교통비 소비지출비율을 살펴보면 정책의 불평등은 명확하다. 사회공공연구원 이영수(2023)에 따르면, 소비지출 비율 중 대중교통비가 가장 높은 집단은 무주택자, 여성, 청년, 비정규직 및 저소득층이다. 연령 및 성별에 따라 가장 비율이 높은 집단은 35세 미만 여성이다. 교통요금 인상이 35세 미만 여성, 무주택자, 저소득층에게 더욱 가혹할 것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유류세 지원이 상대적 고소득층인 자가용 이용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반면, 대중교통에 대한 지원은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하는 상대적 저소득층 및 취약계층의 부담을 경감하는 정책이므로 보다 정의의 원칙 및 사회적 형평성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

기후위기·고물가 시대, 독일 9유로 패스의 도전
 
▲ 9유로 패스 티켓 독일 9유로 패스 티켓
ⓒ 독일 국회(bundestag.de)
 
독일의 경우는 어떨까? 지난해 독일은 기후위기 극복과 세계적 경제 위기 속 국민들의 경제적 부담 경감을 위해 9유로(약 1만 3천원) 티켓 정책을 시행했다. 무려 5200만장이 팔려나간 이 티켓은 버스, 지하철, 철도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 독일의 전역을 이동할 수 있는 프리패스 티켓이다. 이를 통해 독일에서는 180만 톤의 탄소가 절감되었고, 이 기간 동안의 대기질이 6% 향상되었다.

대중교통 이용률 증가에도 크게 기여했다. 티켓 이용자 중 20%는 이전에 대중교통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던 사람이었으며, 27%는 이전에 버스나 지하철을 한 달에 한 번 정도만 탄 사람들이었다. 이에 따라 교통혼잡이 개선되기도 했다. 물가상승률이 0.7% 감소했고 가계소득이 보전되었다.3)

1만원 교통패스가 가져올 변화

한국에 만약 1만원 교통패스를 도입하면 어떨까? 1만원 교통패스 도입이 한국 사회에 가져올 즐거운 변화를 상상해본다.

독일의 사례에 비추어 보면 1만원 교통패스 도입 시, 무상교통에 가까운 비용으로 인해 대중교통 이용 유인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고물가 상황으로 인한 가계 부담이 가중되는 가운데, 그간 자가용을 주로 이용했던 시민들도 큰 경제적 혜택이 있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강한 동기부여가 된다.

이에 따라 많은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자가용이 줄어들고 대중교통 이용이 증대될 경우 2018년 기준 67조 7631억 원으로 추정되는 전국의 교통혼잡비용, 연간 104조 원에 이르는 대기오염으로 인한 부담금이 절감될 것이며, 대기오염 감소와 함께 미세먼지 감소, 건강 증진 효과 등 막대한 사회적 편익을 기대할 수 있다. 그뿐인가. 도로에서 자가용이 줄어들면 도로교통사고로 인한 사망률이 감소할 것이고, 도로교통사고로 인한 연간 약 41조 7000억 원의 사회적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이러한 전환은 서울수도권 뿐 아니라 중소도시, 교통인프라가 열악한 지역에서도 매우 효과적이다. 중소도시의 경우, 대중교통 이용률이 증가하면 열악한 교통 인프라가 개선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될 수 있기에 지역균형 발전의 관점에도 부합한다. 게다가 이러한 시도들은 이미 이루어지고 있다.

전라남도 신안군의 경우, 2013년부터 버스 완전공영제를 도입했다. 버스업체의 버스를 사들여 공영버스를 군이 직접 운영하였고, 노선과 배차간격을 조정하고 요금을 내리자 승객수가 이전보다 3배 이상 늘고, 승객 만족도도 높아졌다.4) 강원도 정선군, 경기도 화성시 또한 버스공영제를 도입하였고, 화성시의 경우 무상교통 정책을 실험하고 있다.

1만원 교통패스 도입은 기후위기 대응과 대중교통 활성화라는 확실한 정책 비전과 목표 하에 교통전환을 이루어나가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단순히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이 아니라, 정부와 지자체가 공적 책임을 지고 운영하는 '공공교통'으로서의 질적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1만원 교통패스는 이 과정에서 전환에 대한 대중들의 광범위한 지지와 실천을 담보할 수 있는 중요한 정책 수단이다.

1만원 교통패스, 미룰 이유 있나
▲ 1만원 교통패스 도입 설문조사  1082명이 참여한 1만원 교통패스 도입에 대한 시민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94.3%가 1만원 교통패스 도입 시‘이용할 의사 있음’ 으로 응답하였고, 월정액 패스 도입 시, 적정 금액으로는 ‘1만원’이 36.4%로 가장 높은 답변율을 기록했다.
ⓒ 1만원교통패스연대
많은 시민에게 '1만원'이라는 금액은 무상교통이나 다름없게 느껴질 것이다. 격하게 환영하는 반응 한편, 고개를 갸웃하는 반응도 있을 것이라 짐작된다. 재정에 대한 1만원 교통패스 연대의 구상은 이러하다. 1만원 교통패스연대는 패스 도입 재정으로 교통시설특별회계로 걷은 세금 중 사용하지 않아 적립된 약 12조원의 사용을 요구한다.

사용되는 예산의 용도를 바로잡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 교통시설특별회계 중 약 60%는 도로건설에 쓰이고 있으며, 2017년 기준 도로 추가 건설에 투입된 예산은 7조 5000억 원에 이른다. 1만원 교통패스 연대는 이 세금을 도로교통이 아닌 대중교통에 전면적으로 사용할 것을 제안한다.  

지자체에서 1만원 교통패스를 도입할 경우 사용할 수 있는 재정들도 있다. 서울시의 경우, 2022년 결산 기준 3조 7500여 억의 순세계 잉여금5), 전액 유가보조금으로 사용되고 있는 서울시 주행분 자동차세 5399억, 교통유발부담금 약 3000억의 재원 등이 바로 그것이다. 또한 통합재정안정화 기금과 기후변화기금 등을 활용할 수 있도록 '대중교통기금' 등을 만들어 운영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교통관련 재정이나 쓰다 남은 잉여금을 편성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과감한' 시도도 가능하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프랑스 파리에서는 자동차 주차장을 자전거 정류장으로 바꿨고, 스웨덴은 자국 내 세 번째로 큰 공항을 폐쇄했다. 한국을 살펴보자. 최대 20조 이상의 건설비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6)되는 가덕도 신공항이나 각종 신공항 건설 계획을 철회하고 공공교통 예산으로 편성하면 어떨까. 지난 4월 14일에 세종시에서 진행된 '414기후정의파업'에서 실제로 등장한 제안이다.7) 혼잡비용에 대한 세금을 늘리고 탄소세를 부과해서 세수를 늘리는 것도 가능하다.

제도 개선도 중요하지만, 정부와 지자체에 의무 이행을 압박하는 것도 잊어선 안 된다. 무인수송요금과 같은 PSO(공공서비스의무, 국가 등이 공익 목적에서 특정한 서비스 제공 의무를 사업자에 부과하는 것) 비용을 정부(지자체)에 제대로 부담하게 하거나, 버스 완전공영제 시행 등으로 현재 버스 준공영제 하에서 사모펀드를 통해 대기업 등에 고액배당되고 있는 비용을 줄인다면 교통 재정은 증가한다.

사업자·기업의 분담에 대해서도 고려해보자. 프랑스의 경우 1971년부터 11인 이상 고용 사업장이 교통세를 납부하도록 하고 있으며, 사업자가 부담하는 비율이 전체 운영비에서 50% 수준에 이른다.8) 노동자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통근함으로써 사업자가 혜택을 얻는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돈이 없는 것이 아니라 어디서 걷어서 어디에 쓸지 어떻게 선택하느냐이다. 개발 논리에 묻혀온 질문에 응답하자. 기후위기 시대, 대중교통 이용자들은 사회적으로 얼마만큼의 편익을 창출하고 있는가. 자가용 이용자 대비 대중교통 이용자들에 대한 사회적 형평성은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누가 대중교통으로부터 혜택을 얻고 누가 비용을 부담해야하는가.

1만원 교통패스 도입 요구는 우리가 살아갈 미래 사회의 운영방식이 그간 기후위기를 만들어온 사회의 관성에 따라서는 안 된다는 선언이자 기후위기를 만들어온 이 사회에 대한 시민들의 권리 청구서이다. 지갑에 좋은 정책이 지구와 우리의 미래에도 도움이 된다. 미룰 이유가 있나. 

<각주>
1) [JTBC] 서울 교통요금 8년 만에 인상…버스 300원·지하철 150원↑https://n.news.naver.com/article/437/0000350986?sid=102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가 이들이 청구한 시민공청회 '뭉개고' 물가심의위원회를 강행하자 <우리 모두의 교통 운동본부>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담당공무원을 직무유기로 경찰에 고발했고, 서울시는 시민공청회를 개최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통보했다.
3) 독일운수회사연합(Verband Deutscher Verkehrsunternehmen, 이하 VDV) 발표
4) [한겨레] 신안·정선·남해·화성…진화·확산하는 '버스공영제' https://www.hani.co.kr/arti/area/honam/1032803.html
5) 1회계연도에 수납된 세입액으로부터 지출된 세출액을 차감한 잔액, 순수한 잉여금을 말한다.
6) [한겨레21] 가덕도 신공항 건설, 빠르게 갈 수 있을까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2001.html
7) 414기후정의파업 조직위원회는 '가덕도, 제주2공항, 새만금, 흑산도 신공항 등 모든 신공항 추진계획을 폐기하고, 건설 예산을 공공교통 확충 예산으로 전환하라'는 요구를 내세웠다.
8) 사회공공연구소 이영수(2023)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1만원 교통패스 연대' 공동집행위원장입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