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미 박사의 성경 속 이야기/다니엘 세 친구

jonggyo@kmib.co.kr 2023. 7. 20.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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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믿음은 오직 하나님 뜻에 자신을 맡기고 순종하는 전인격적 결단”
이정미 박사

묵시문학으로서 다니엘서는 시대적 배경이 특이하게 이중구조다. 하나는 B.C. 6세기 이방 땅에서 사는 실제 역사적 포로들의 이야기와 다른 하나는 B.C. 2세기 셀류쿠스 왕조의 에피파네스 4세(Epiphanes IV: B.C 215년- B.C 164년) 치하에서 폭정에 시달리는 유대공동체가 자신들의 시대에 성취될 예언과 회복의 가르침으로 읽었던 이야기다. 언어 또한 디아스포라 유대인을 위한 계시 부분은 히브리어로, 세계 역사의 전개와 장차 도래할 영원한 메시아 왕국의 비전에 대해선 근동 공용어인 아람어를 사용했다. ‘경천위지(經天緯地)’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마치 씨줄과 날줄이 어우러져 쓸모 있는 베가 짜지는 것처럼 본서 역시 시공간의 수평적(人間) 역사와 그것을 초월한 수직적(神) 역사가 만나 놀라운 구원의 서사드라마가 펼쳐지는 장(場)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예루살렘이 함락된 때 느부갓네살은 두라(Dura) 평지에 거대한 금 신상을 세운다. 높이가 약 28m, 너비는 약 3m의 매우 길쭉한 기둥 모양의 오벨리스크(Obelisk·기념비)다. 왕이 왜 금 신상을 만들었을까? 그의 꿈 속에 나타난 우상의 정금머리가 자신이라는 해몽(단 2:38)에 자만한 나머지 신상 건립을 명했을 수 있다. 그는 자신의 위엄과 권세에 스스로 취했던 것 아닐까? 아니면 그것을 세워 자국의 부국강병을 상징하는 동시에 정치, 종교적 통합을 위해 착안된 전략적 장치일 수도 있겠다. 여하튼 왕은 제국 내 각 도 모든 관원이 신상 제막식에 참집하도록 강제한다. “너희는 나팔과 피리와 수금과 삼현금과 양금과 생황과 및 모든 악기 소리를 들을 때에 엎드리어 느부갓네살 왕의 세운 금 신상에게 절하라 누구든지 엎드려 절하지 아니하는 자는 즉시 극렬히 타는 풀무에 던져 넣으리라”(단 3:5-6) 다채로운 악기 소리는 왕이 세운 금 신상에게 절하라는 신호였다. 우스꽝스러운 금덩어리 앞에 절하는 순간 목숨은 부지하겠지만 화인 맞은 양심의 가책을 안고 살아야 할 것이다. 선택안은 우상숭배냐 죽음이냐다.

바벨론 제국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해 요직에 발탁된 다니엘의 세 친구 사드락과 메삭, 아벳느고도 낙성식에 참여했다. 하지만 이들은 신상 앞에서 경배하지 않았다. 그들의 입신출세를 시기, 질투하던 무리들이 즉시 느부갓네살 왕에게 고해 바쳤다. 모함하는 간신들의 고발을 들은 왕이 몹시 노했다. 근데 끌려 온 세 명의 유다인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 왕은 심문하면서 그들의 행위가 의도적이었는지를 확인하고자 했다. 그러곤 마지막 기회를 줄 터이니 신상 앞에 무릎 꿇어 절하라고 회유했다. 만약 거역한다면 화형(火刑) 시키겠다는 협박도 가했다.(고대 함무라비 법전에 화형은 죄인의 형벌 중 하나였다.) 그는 매우 거만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덧붙였다. “능히 너희를 내 손에서 건져 낼 신이 어떤 신이겠느냐”(단 3:15) 다니엘의 세 친구는 단호하게 거절한다. “느부갓네살이여 우리가 이 일에 대해 왕에게 대답할 필요가 없나이다 만일 그럴 것이면 왕이여 우리가 섬기는 우리 하나님이 우리를 극렬히 타는 풀무 가운데서 능히 건져내시겠고 왕의 손에서도 건져내시리이다 그리 아니하실지라도 왕이여 우리가 왕의 신들을 섬기지도 아니하고 왕의 세우신 금 신상에게 절하지도 아니할 줄을 아옵소서”(단 3:16-18) 과연 그들의 믿음은 용광로의 시퍼런 불꽃보다 훨씬 더 밝게 빛난다.(히 11:34)

그러자 사드락과 메삭, 아벳느고를 향한 느부갓네살의 얼굴빛이 바뀌었다. 왕은 (평소보다) 풀무를 칠 배나 뜨겁게 하라 하고 그들을 쇠사슬로 결박해 맹렬히 타는 용광로 속에 던져 넣으라 명했다. -성도가 믿음으로 살아갈 때 현실은 일곱 배나 더 뜨거운 도가니다.- 세 친구는 고의와 속옷, 겉옷과 모자 및 다른 의복을 갖춘 채 즉각 던져짐을 당했다. 풀무가 심히 뜨거워서 그들을 묶어 끌고 간 병사들이 불가마 아귀에서 순식간 치솟은 화염으로 인해 먼저 타죽었다. 다니엘의 세 친구도 검붉게 타오르는 풀무불 가운데 거꾸로 떨어졌다.(당시 기술에 의하면 풀무 온도를 섭씨 1500도까지 높이는 것은 가능했다.) 근데 왕은 이글거리는 불꽃 속에 유유하게 거니는 네 사람을 목격했다. 그들은 결박이 풀린 채 털 끝 하나 다치지 않았다. 마치 천사가 산들바람이나 새벽이슬 같은 생기와 시원한 입김을 그들에게 불어주고 있는 듯했다.

왕이 급히 일어나 모사들에게 묻는다. “우리가 결박하여 불 가운데 던진 자는 세 사람이 아니었느냐…내가 보니 결박되지 아니한 네 사람이 불 가운데로 다니는데 상하지도 아니하였고 그 넷째의 모양은 신들의 아들과 같도다”(단 3:24-25) -주석가들은 그 네 번째 인물이 여호와의 사자(28절)라고 해석한다.-

‘시련과 역경 없는 반전이 없다.’ 느부갓네살은 풀무 아귀 가까이 가서 (그들을) 불러 이르되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의 종 사드락, 메삭, 아벳느고야 나와서 이리로 오라’(단 3:26) 하니, 그들이 아무런 해함도 없이 불 가운데서 걸어 나왔다. 왕과 그의 모사들이 불사(不死)의 세 친구를 찬찬히 살펴보니 ‘머리털도 그슬리지 아니했으며 고의 빛도 변하지 아니했고 불 탄 냄새도 없었다.’(27절) -성도는 현실의 고난이 가혹할수록 주님의 두르시고 보호하시는 은혜가 큼을 깨닫게 된다.-

왕은 곧 자신의 경솔함과 어리석음을 인정했다. 동시에 신실한 세 친구를 바벨론 도에서 더욱 높여 영예롭게 했다. 뿐만 아니라 제국에 칙령을 내려 그들의 하나님을 영원히 경외토록 했다. “각 백성과 각 나라와 각 방언하는 자가 무릇 사드락과 메삭과 아벳느고의 하나님께 설만히 말하거든 그 몸을 쪼개고 그 집으로 거름터를 삼을지니 이는 이같이 사람을 구원할 다른 신이 없음이니라”(단 3:29) 요컨대 참 믿음은 오직 하나님 뜻에 자신을 맡기고 순종하는 전인격적 결단을 요구한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세상과 타협하지 않는 믿음, 그것을 통해 하나님이 영광을 받으신다.

jonggy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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