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명조끼 없이 수색하던 해병대원, 실종 14시간 만에 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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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예천에서 집중호우와 산사태로 인한 실종자를 수색하다 내성천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던 해병대 장병이 14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수색에 투입된 해병대원들은 구명조끼는 물론이고 구호장비도 갖추지 못한 채 현장에 투입됐다.
전날부터 현장에 투입된 A일병은 동료 대원들과 이날 오전부터 대열을 맞춰 내성천에서 실종자 수색을 하다가 갑자기 강물에 빠졌다.
보문교 일대 내성천에 투입된 해병대 장병들은 실종자를 찾기 위해 '인간띠'를 만들어 강바닥을 수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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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빠졌던 2명은 수영해 나와
수색 인력 3600여명 악전고투
경북 예천에서 집중호우와 산사태로 인한 실종자를 수색하다 내성천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던 해병대 장병이 14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수색에 투입된 해병대원들은 구명조끼는 물론이고 구호장비도 갖추지 못한 채 현장에 투입됐다.
19일 오전 9시3분쯤 경북 예천군 호명면 황지리 내성천 보문교 일대에서 수색작업을 하던 해병대 1사단 포병대대 소속 A일병이 급류에 휩쓸렸다. 실종됐던 A일병은 야간 수색 도중 발견됐다. 수색 당국은 이날 오후 11시8분쯤 내성천 고평교 하류 400m 지점에서 A일병을 발견해 인양했다. A일병은 인양 당시 숨을 거둔 상태였다.
전날부터 현장에 투입된 A일병은 동료 대원들과 이날 오전부터 대열을 맞춰 내성천에서 실종자 수색을 하다가 갑자기 강물에 빠졌다. 함께 물살에 휩쓸렸던 2명은 수영해서 빠져나왔으나 A일병은 20m가량 떠내려가다가 사라졌다고 장병들은 전했다.
보문교 일대 내성천에 투입된 해병대 장병들은 실종자를 찾기 위해 ‘인간띠’를 만들어 강바닥을 수색했다. 사고 당시 보문교 부근에는 해병대원 39명이 있었다. 이들은 일렬로 4m 정도 거리를 두고 9명씩 짝을 맞춰 장화를 신고 수색에 투입됐다. 이들에게 제공된 구호장비는 없었다. 대개 경찰과 소방 당국은 수색 구조를 위해 구명보트, 드론, 구조견, 안전모, 구명조끼, 로프, 탐침봉, 구명환을 활용한다.
해병대 1사단 측은 “물에 들어갔을 때 깊지 않았고, 소방 당국과 협의가 이뤄진 하천 간 도보 수색 활동이었다”며 “유속이 낮은 상태에서 지반이 갑자기 붕괴할 줄 몰랐다”고 해명했다. 해병대 1사단은 전날 호우 속에서도 수색작업을 위해 풍양면 삼강교 일대에 상륙돌격장갑차(KAAV)를 투입했다. 하지만 빠른 유속 탓에 5분여 만에 다시 뭍으로 올라와야 했다. 군인권센터는 성명서를 내고 “해병대 병사 실종은 무리한 임무 투입으로 발생한 인재”라고 밝혔다.
사고 현장을 찾은 A일병 어머니는 “물살이 셌는데 구명조끼는 입혔냐. 어제만 해도 비가 많이 왔는데 왜 구명조끼를 안 입혔냐”며 “구명조끼도 안 입히는 군대가 어딨느냐. 기본도 안 지켰다”고 오열했다. 이어 “어제저녁에 (아들과) 물 조심하라고 딱 2분 통화했다. 아이고 나 못 살겠네”라고 절규했다.
신고자는 “당시 일부 대원은 허리 높이까지 물에 들어갔다. 내성천은 모래 강이라 저렇게 들어가면 위험할 거 같아 계속 지켜봤는데 갑자기 한 간부가 뛰어와 119에 신고해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소방, 군, 경찰 등 실종자 수색에 나선 인력들은 산사태 피해범위가 워낙 넓은 데다 집중호우가 반복되는 환경에서 실종자를 찾기 위해 연일 악전고투하고 있다. 구조 당국은 예천에서 실종된 주민들을 찾기 위해 이날 인력 3630명과 장비 1143대를 투입했다. 오전엔 개포면 동송리 경진교 부근에서 실종된 B씨 시신을 수습했다. 그의 아내는 전날 숨진 채 발견됐다. 오후엔 은풍면 오류리 사과밭에서 50대 여성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됐다.
기자가 이날 찾은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는 수색과 복구 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마을 입구부터 흙먼지와 함께 매캐한 냄새가 났다. 수천t에 이르는 토사를 치우려는 포크레인과 덤프트럭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흙탕물 사이로 떠내려온 바윗돌과 노란 플라스틱상자, 뿌리째 뽑힌 나무 등이 어지럽게 걸려 있었다.
예천=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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