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방울, 빗방울 훔쳐가며 복구 최선”… 예천·문경 호우 현장을 가다

곽경근 2023. 7. 19.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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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너지고, 잠기고, 부서지고… 호우피해 잇따라
- 또다시 굵어지는 빗줄기에 한숨만
장마비가 이어진 18일에도 소방, 경찰, 군은 인력과 장비를 대거 투입해 산사태 등으로 마을에 뒤덮인 토사를 걷어내며 실종자 수색과 응급 복구에 최선을 다했다. 경북 예천군 감천면 진평2리의 한 과수농가에서 복구작업을 마친 해병대 7여단 장병들에게 농가 주인이 고압호스를 이용해 옷과 몸에 물을 뿌려주고 있다.

- 예천 산사태 실종 3명 시신으로 수습, 사망 22명
- 장대비 속 군과 소방 등 복구와 수색에 온 힘
대구, 경북 지역에 호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집중호우로 인한 사망자와 실종자는 모두 50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18일 오후 8시 기준 전국 누적 인명피해는 사망 44명, 실종 6명, 부상 35명이다. 경북지역에서 호우로 인한 인명피해는 사망 22명, 실종 5명이다.
18일 오후 경북 예천군 감천면 벌말리에서 119 구조대원이 인명구조견과 함께 실종자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소방, 경찰, 군 등 당국은 이날도 야속한 비가 하루 종일 내리는 가운데 인력과 장비를 대거 투입해 산사태 등으로 마을에 뒤덮인 토사를 걷어내며 실종자 수색과 응급 복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각 지역에서 달려온 자원봉사자들도 복구에 힘을 보태고 있다.
'실종자 수색작업 벌이는119 구조대원'경북소방본부 관계자는 "큰비로 인해 땅이 물러져 수색 활동 시 평소보다 체력 소모가 심하다"면서 "하지만 실종자를 찾을 때까지 끝까지 힘을 내 구조활동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18일 경북 예천에서는 산사태로 인한 실종자 3명의 시신이 수습됐다. 이날 오전 10시30분쯤 예천군 용문면 제곡리 하천에서는 해병대가 여성 시신 1구를 수습했다. 오후 12시10분쯤에는 감천면 진평리 마을 인근 하천에서 70대 여성 실종자의 시신이 발견됐다. 이어 오후 3시35분쯤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에서 ‘나는 자연인이다’출연자 장병근씨(69)가 숨진 채 발견됐다.
18일 오전 토사가 마을전체를 뒤덮은 문경시 동로면 수평2리에는 복구를 위한 장비들의 움직임이 바쁘다. 계곡을 넘어 선 토사를 긁어내고, 과수원을 덮은 뻘을 제거하는 손길이 바쁘다. 수평2리에서 만난 오순옥(74)씨는 “15일 아침 머리 위에서 ‘윙윙~’ 헬리콥터 돌아가는 소리가 10분 정도 나더니 산이 무너져 내렸다.”면서 “이 마을에 시집와서 54년을 살았는데 이번처럼 무서웠던 것은 처음”이라고 말한다.
18일 오전 많은 비가 내리는 가운데 문경시 동로면 수평2리에서 침수마을 복구지원에 나선 육군 50사단 칠곡대대 장병들이 뻘에 빠진 물품을 세척하기 위해 옮기고 있다.

집중호우로 침수된 주민들의 침수가옥을 복구하고 토사를 제거하던 육군 50사단 칠곡대대 우현식(23) 소위는 “산사태 피해 현장에 오니 마음이 아팠는데 내 가족, 우리 동네라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 주민들이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복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몸은 지치고 힘들지만 어르신들께서 고마워하는 모습을 보니 다시 힘이 솟는다”고 말했다.
18일 오후 수해복구 지원에 나선 해병대 7여단 장병들이 예천군 감천면 진평리의 한 과수농가에서 뻘이 가득찬 사과박스를 지하창고에서 꺼내 세척하고 있다.

대부분 연로한 마을주민들은 손자뻘 군인들이 땀 흘리며 가재도구를 정리하고, 물청소와 쓰레기 제거 작업하는 것을 바라보며 큰 위안을 받았다. 산사태로 전기와 통신이 두절되자 외부와 단절된 마을을 한전과 KT직원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전봇대를 정리하던 한전 직원은 “길가의 전봇대들이 거의 모두 물에 휩쓸려 있어 대부분 다시 작업을 해야 한다”면서 “주민들이 한시라도 빨리 안정적으로 전기가 공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며 바삐 움직인다. 무너진 다리를 연결하고 꺼진 도로를 복구하는 등 대부분의 큰일은 중장비들이 나서서 하지만 결국 마지막 정리는 사람 손으로 해야해서 일손이 부족한 것이 주민들의 가장 안타까운 일이다.
18일에도 비가 멈추지않고 내리자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에 사는 한 농부가 모래와 쓰레기가 뒤덮여 절반이상 훼손된 자신의 논 앞에서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수해복구 지원에 나선 해병대 7여단 한 장병이 비에 흠뻑 젖은 자신의 모자를 어루만지고 있다.

취재진은 이날 오후 이번 폭우로 가장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한 예천군을 찾았다. 예천군 진평리와 벌방리에는 장대비 속에 수색작업과 함께 복구작업이 한창이다. 구조당국은 예천지역 5개 마을에 소방구조대와 군인 등 2천4백 명의 인력을 투입해 수색과 복구작업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산이 무너지고 물이 뒤집힌 땅에 복구를 위한 땀방울이 곳곳에 넘쳐난다.

집중호우로 발생한 산사태로 인해 마을의 절반 이상이 쓸려 내려간 경북 예천군 감천면 진평2리에서 18일, 많은 비가 내리는 가운데 한국수자원공사 예천수도지사 직원들이 상수도 긴급 복구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진평리 마을에서 오전 내내 실종자 수색작업을 마치고 수해복구 지원에 나선 해병대 7여단 김호준(29) 대위는 “국민의 군대인 해병대 장병들이 아버지 어머니를 향한 아들의 마음으로 복구 작전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며“비도 많이 오고 습해서 어렵긴 하지만 저희의 구슬땀이 망연자실해 있는 아버지, 어머님들의 시름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릴 것이라 생각하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사태로 도로가 유실된 문경시 동로면 수평리

산사태로 인해 수도관로가 유실되어 물 공급이 끊기자 한국수자원공사 예천수도지사 직원들은 수돗물 공급을 위해 흙더미를 걷어내고 임시관로 설치에 바쁘다. 수자원공사 직원은 “지금은 마을회관에 병물을 공급해 식수로 사용하고 물차를 지원하고 있지만 하루 빨리 수돗물이 나와야 복구작업이 원활하게 진행될 것”이라며 내리는 빗속에서 수도관을 연결한다.
예천군 감천면 벌말리 인근 논에 집중호우로 상류에서 떠내려온 각종 쓰레기 농경지에 가득하다.

이득호(75) 진평리 노인회장은 “40여 가구 60여 명이 형님 아우하며 지내던 마을이 산사태로 무너졌다. 5년 전 귀촌해 마을에 들어 온 부부가 산사태로 희생되었고, 과수원들이 모두 뻘에 덮여 올해 농사는 물론 몇 년 동안은 수확이 불가능하게 되었다.”면서 “이 마을에서 나고 자랐는데 초등학생 때 겪은 사라호 태풍 이후 이렇게 큰 피해는 처음 겪는다. 비가 더 온다는데 앞으로 피해가 더 늘어날까 걱정”이라며 고개를 돌린다.
산사태로 떠내려온 바위와 나무들이 예천군 감천면 벌말리의 한 주택을 가득 메웠다.

진평리 이웃마을인 벌말리에도 실종자 수색작업과 복구작업이 한창이다. 벌말교회 앞에 설치된 커피트럭에서는 자원봉사자들과 지역 주민들에게 시원한 아이스커피를 제공한다. 푸드트럭에 핸드드립 기구, 커피추출기, 전기 보온통, 소형 냉장고 등이 갖춰 울산에서부터 달려온 백두용(50)씨는 “큰일을 당한 지역 주민들과 복구하는 자원 봉사자들에게 커피 한 잔이라도 대접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예천군문화체육센터에는 감천면 천향2리 주민 37명 등 4개 마을 42명의 이재민이 텐트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예천군 감천면 진평2리에 산사태로 갑자기 몰려온 흙더미에 차량이 반파되어 있다.

한편, 청주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와 관련해 전날 오후 7시50분쯤 60대 여성 시신 1구가 수습되면서 사망자는 14명, 부상자는 10명으로 파악됐다. 재난당국은 지하차도 내 고립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인원이 모두 발견된 만큼 추가 희생자는 없을 것으로 보고 공식적인 수색을 종료할 계획이다.
산사태로 도로가 유실된 문경시 동로면 수평리 일대

산사태로 몰려 내려온 토사가 승용차 유리창을 깨고 차안까지 밀려들어왔다.


예천·문경=글‧사진 곽경근 대기자  kkkwak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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