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병원, 폐업 초읽기…'외국인 전용 병원'도 산 넘어 산

성기호 2023. 7. 18.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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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에 남은 유일한 대학병원인 서울백병원이 다음달 말까지 폐원하겠다고 밝히면서 향후의 서울 도심 의료공백 해소 방안에 대한 관심이 모인다.

서울시는 일단 백병원 부지를 의료시설로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우선 백병원이 '외국인 전용 병원'이 된다면, 기존 의료시설 부지로만 사용하자는 서울시 계획의 취지인 '지역 의료공백 해소'에 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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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31일 환자진료 종료
서울시 의료공백 해소 골몰

서울 도심에 남은 유일한 대학병원인 서울백병원이 다음달 말까지 폐원하겠다고 밝히면서 향후의 서울 도심 의료공백 해소 방안에 대한 관심이 모인다. 서울시는 일단 백병원 부지를 의료시설로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서울시 계획대로 추진해도, 관련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서 6개월 이상 소요될 전망이다. 이와 별도로, 백병원 설립자의 후손은 기존 백병원을 외국인 관광객 특화 병원으로 만들자는 제안을 내놨다. 그러나 이 방안도 현실화하기에 넘어야 할 산이 많아 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백병원 폐업 관련 이사회가 열린 20일 서울 중구 백병원에서 폐업을 반대하는 직원들이 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윤동주 기자 doso7@

인제학원은 지난달 20일 서울 중구 백병원 건물에서 이사회를 열어 경영정상화 태스크포스가 제안한 ‘서울백병원 폐원안’을 통과시켰다. 백병원은 2004년 처음 73억원의 손실을 기록한 뒤 지금까지 누적 적자가 1745억원을 기록했다.

서울백병원 폐원안에 따르면, 다음달 31일 환자 진료를 종료하고, 입원 중인 환자는 다른 병원으로 전원한다. 이 병원 수련의와 전공의는 백병원 계열 타 병원 등으로 소속을 옮기게 된다.

현재 백병원 동문 대표와 노조, 교수 등은 폐원에 반대하고 있다. 백병원 설립자인 백인제 선생의 후손인 백진경 인제대 멀티미디어학부 교수는 지난 3일 서울시청에서 강철원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기자들을 만나 폐원을 반대하며 백병원을 ‘글로벌 K-메디컬 허브’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백 교수는 정무부시장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백인제 선생이 이 병원을 설립한 뜻에 따르면 적자를 이유로 병원을 폐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광객이 많은 명동과 인접한 백병원의 특성을 살려 관광객 의료시설, 원격진료, 응급센터를 갖춘 시설로 특화하자고 주장했다. 그는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건강검진 등 K의료서비스 센터 구축에 최적의 장소"라며 "한국 최초의 민간의료 법인인 백병원의 역사를 전승하고 K메디컬 병원으로 발전시킬 방안을 서울시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백 교수의 주장을 따르더라도, 이 방안의 현실화에는 장벽이 많다. 우선 백병원이 ‘외국인 전용 병원’이 된다면, 기존 의료시설 부지로만 사용하자는 서울시 계획의 취지인 ‘지역 의료공백 해소’에 반한다.

서울시는 폐원 결정과 관련 의료 공백을 이유로 백병원 부지의 상업용도 전환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서울 중구청은 백병원 부지를 도시계획시설로 지정하는 서류 절차를 진행 중이다. 중구에서 서류를 완료해 서울시에 제출하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된다. 다만 이 절차는 최소 6개월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여, 도시계획시설 지정은 연말이 되어야 가능해진다. 서울시는 백 교수의 제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인제대학교 총장 선거도 관건이다. 백 교수는 다음달 열리는 총장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입장이다. ‘글로벌 K-메디컬 허브’ 전환안은 백 교수의 주장일 뿐, 인제학원은 아직 폐원과 관련한 입장 변화가 없다. 이 때문에 총장 선거의 결과에 따라 인제학원 측의 입장이 어떻게 정리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폐원을 반대하는 쪽에서도 백병원의 외국인 전용 병원 전환안이 아직 의견 정도이기 때문에 더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이준태 보건의료노조 서울지역본부 사무국장은 "다양한 안이 나오고 있지만, 명확하게 확정된 것은 없는 상황"이라며 "당장의 목표는 백병원의 폐원을 저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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