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섬 어린이와 놀이공간] ‘뻔하지 않은’ 놀이터 늘리고 놀이터 지도 만들고

문정임 2023. 7. 6.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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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아동친화도시 전주

앞서 소개한 미국 프레시디오 국립공원의 터널톱스 놀이터처럼, 우리나라에도 시민 휴식 공간에 비정형화된 놀이터를 조성하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전주시다. 한지와 한옥의 고장에서 최근엔 앞서가는 아동친화정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편집자 주>

‘행복 도시’를 고민하던 전주시는 아이들이 즐거운 도시가 모두가 행복한 도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전임 시장이 재임하던 2019년 7월 시 기획조정국에 야호아이놀이과를 신설하고, 시내 곳곳에 생태놀이터를 늘려가기 시작했다. 신규 부지에 새로운 놀이터를 만들기보다 기존 놀이터나 공원을 리모델링하는 방식을 택했다. 위치와 주변 여건에 따라 숲·물·책·예술을 주제로 다양한 유형의 놀이터를 만들어 놀이 가치를 확산하고 있다.
전주 덕진공원 맘껏숲놀이터에 설치된 나무집에서 아이들이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문정임 기자


나무집에 붙은 문구가 인상적이다. 문정임 기자


이렇게 새 옷을 입은 공간 중 하나가 덕진공원 ‘맘껏숲놀이터’다. 오래전 야외 수영장으로 사용되었던 공원 모퉁이 부지를 놀이터로 변신시켰다. 시는 이곳이 1973년부터 약 30년 간 수영장으로 운영되면서 당시 전주시 내 거의 모든 아이들에게 물놀이 장소로 기억이 축적된 곳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뻔한 놀이터가 아니어야 했다.

숲이라 나무가 많았다. 아름드리 개잎갈나무 숲에는 2층 높이의 나무집을 여러 개 설치했다. 나무집 사이는 흔들다리로 연결했다. 간격이 넓은 나무 사이에는 집처럼 넓은 그물침대를 놓고, 20m가 넘는 긴 외줄 다리를 만들었다. 교실 벽만큼 커다란 야외 칠판도 설치했다.

줄 놀이 공간을 지나 언덕을 내려가면 구불구불 좁은 수로 끝에 모래 놀이터가 있다. 모래장 가까이 물이 있고, 삽과 여러 형태의 나무 블록이 있어 모래 하나로 다양한 놀이를 할 수 있다.


한 아이가 슬라이딩 가벽 형태로 조성된 맘껏숲놀이터 내 대형 칠판에 분필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 문정임 기자


전주시가 발행한 놀이터 지도 앞면.


맘껏숲놀이터는 오르기와 건너기, 파기, 만들기 등 아이들이 가장 즐거워하는 놀이 욕구를 실현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곳곳엔 크고 작은 평상과 벤치를 놓아 어른들이 아이들을 재촉하지 않고 스스로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했다. 돗자리를 깔고 간단한 요기도 할 수 있다.

놀이터 한쪽에는 도서관을 지었다. 생태와 놀이에 관한 도서를 비치했다. 활동가 선생님도 두었다. 이곳에선 지난해에만 60개가 넘는 놀이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단오 물맞이의 명소이자 전주 시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도시공원이 아이들에게 가장 ‘핫’한 놀이터로 변신에 성공한 것이다.

베짱이숲으로 올라는 숲 길. 문정임 기자


전주 베짱이숲놀이터에서 한 아이가 나무에 올라타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문정임 기자


맘껏숲놀이터와 같은 ‘숲 놀이터’는 전주시 곳곳에 있다. ‘임금님숲’ ‘띵까띵까 베짱이숲’ ‘들락날락 두더지숲’ ‘떼구르르 솔방울숲’ 등 이름도 가지가지다. 시청 앞 광장도 집라인이 있는 거대한 놀이 공간으로 바뀌었다.

단장한 놀이터 정보는 한곳에 모아 놀이터 지도를 만들었다. 지도 뒷면에는 전체 놀이터를 ‘물놀이가 가능한 놀이터’ ‘잔디광장이 있는 놀이터’ 등 특징별로 구분해 실었다. 부모들이 날씨와 활동 목적에 따라 놀이 장소를 손쉽게 선택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전주시는 이 같은 실질적인 변화를 바탕으로 지난해 유니세프 한국위원회로부터 아동친화도시 상위단계 인증을 획득했다.


지난해 4월 서울 광나루한강공원에 개장한 서울시 제1호 거점형 어린이놀이터의 모습. 서울시 제공


아동친화도시를 만들기 위한 지자체의 노력은 이미 전국적으로 확대 중이다. 2022년까지 전국 83개 지자체가 아동친화도시 현판을 내걸었다. 이중 25개 지역이 전주시처럼 상위단계 인증을 받았다.

전남 순천시가 대표적이다. 2016년부터 ‘기적의 놀이터’ 조성사업을 추진해 현재 8호까지 완성했다. 순천시의 기적의 놀이터는 조합 놀이대와 고무매트로 구성된 기존 놀이터의 정형성을 타파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향동 고층아파트 사이에 설치한 제1호 기적의 놀이터는 부지의 기울기를 그대로 살려 공간에 입체감을 줬다. 모래와 나무, 바위, 물 등 자연적인 놀이재료를 중점 배치해 아이들이 조합 놀이대와 같은 놀이시설 없이도 즐겁게 놀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웠다.

서울시도 노후 놀이터를 개선하고 있다. 생활권 주변에 조성된 서울시 내 어린이공원 1147곳 중 현재 50곳에 대해 개선사업을 진행 중이다.

권역별 거점 공원에는 5000㎡ 이상의 넓은 부지를 확보해 다양한 연령대의 어린이와 장애아가 함께 놀 수 있는 대규모 놀이 공간을 조성하고 있다. 지난해 강동구 광나루한강공원에 6000㎡ 규모의 제1호 거점형 어린이놀이터를 개장했다.

내년 어린이날에는 동작구 보라매공원에 2호가 문을 연다. 설계 단계에서부터 장애아와 비장애아가 함께 이용할 수 있는 범용디자인을 도입하고, 자연친화적인 환경에서 유아에서 초등학생까지 폭넓은 연령대의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놀이시설을 갖춘다. 시는 2025년까지 이 같은 통합 놀이 공간을 모두 5곳 조성할 방침이다.

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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