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향 항소심 뒤집을 수 있을까?... 검찰, 유리한 증인 불렀지만
[김종훈 기자]
▲ 정의기억연대 후원금 사적유용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2월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벌금 1500만원을 선고 받고 법원을 나오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
ⓒ 이희훈 |
윤미향 무소속 의원의 항소심에서 검찰이 후원금 횡령 등 대부분 혐의가 무죄로 나온 1심 결과를 뒤집기 위해 분투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분위기다. 5일 열린 4차 공판에서는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박물관)의 전 학예사가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해 윤 의원에게 불리한 증언을 쏟아냈다. 하지만 변호인 측이 증거를 제시하며 구체적인 질문을 어어가자 제대로 된 답을 하지 못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부장판사 마용주·한창훈·김우진)는 이날 박물관 학예사 출신 A씨를 증인으로 불러 윤 의원 측이 박물관을 서울시에 등록할 당시 부정한 방법이 사용됐는지 여부를 살폈다. 검찰은 윤 의원이 학예사가 없어 박물관 등록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는데도 허위 서류를 서울시에 제출해 박물관을 등록하고, 마치 학예사를 보유한 정상적인 등록 박물관인 것처럼 허위 보조금 신청서를 제출해 국가보조금을 부정으로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한 A씨는 이런 검찰의 시각을 뒷받침했다. "박물관 등록 과정에서 학예사로 이름을 올리는 것을 동의했냐"는 검찰 측 질문에 A씨는 단호한 목소리로 "없다"며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퇴사 후 정대협 인물들을 개인적으로 만난 적 없다, (2013년 1월) 서울시청에서 등록을 했다면 이벤트라 기억을 할 텐데 그런 게 없다"라고 말했다. 윤 의원 측에 불리하게 작용할 증언이다.
하지만 이어진 변호인 측 반대신문에서 상황은 달라졌다.
이메일과 행적 구체적으로 파고든 변호인 질문에 흔들린 검찰 측 증인
윤 의원 변호인은 2012년 12월 A씨가 작성해 정대협 관계자에게 보낸 이메일 한 통을 화면에 띄우며 말을 이었다.
- 변호인 "증인이 2012년 12월 17일 (정대협에) 보낸 이메일이다. 증인은 이메일에서 학예사 (3급) 자격증과 이력서 첨부해서 보냈다. 그러면서 '박물관 등록하시는데 도움 필요하시면 또 말씀해주세요'라고 적었다. 맞나?"
- A씨 "나는 박물관 등록과 관련해 동의해서 보낸 게 아니다."
- 변호인 "(박물관 등록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 않았나?"
- A씨 "인지는 없었다."
- 변호인 "박물관 등록하는 거에 대해 몰랐다는 의미냐?"
- A씨 "몇 년 전 이메일이냐? 상황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 (이메일을 보낸 게) 어떤 목적인지 기억이 안 난다. 다만 (정대협이 박물관) 등록이 필요해서 자격증과 이력서가 필요하다고 했으면 나는 동의하지 않았을 거다."
요약하면 2012년 12월 17일 자신의 학예사 자격증을 정대협에 보낸 건 사실이지만, 2013년 1월 11일 서울시청 별관에서 진행된 박물관 등록 시 자격증 사용 여부는 몰랐다는 뜻이다. 하지만 같은날 A씨는 자신의 국민은행 임금통장을 서소문지점에서 개설한다. 국민은행 서소문지점은 서울시청 별관 인근이다.
윤 의원과 함께 기소된 김동희 전 정대협 사무처장의 변호인이 이날 A씨의 구체적인 행적을 따져가며 질문을 이어갔다.
- 변호인 "국민은행 계좌에 대해 묻겠다. 박물관 등록이 이뤄진 2013년 1월 11일 국민은행 계좌를 개설하고 통장과 도장을 (정대협에) 전달한 건 인정하나?"
- A씨 "당시 나는 (서울 정동) 배재학당 박물관 근처에 있었다. 그곳에서 정대협 관계자 전화를 받고 어떤 사유인지 기억이 안 나는데 통장을 발급받고 퀵으로 보냈다."
- 변호인 "통장과 도장을 퀵으로 보냈다는 건가?"
- A씨 "퀵이든, 배달이든, 우편이든... 퇴사하고 개인적으로 정대협 인사 만난 적 없다. 따로 만나 전달한 기억이 없다."
즉, 학예사 자격증 뿐 아니라 본인 명의 계좌를 개설해 통장과 도장을 준 것은 사실이라는 말이다. 모두 박물관 등록에 필요한 것들이다.
A씨는 2008년 3월부터 2009년 6월까지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건립위원회에서 정대협 상근직으로 근무했다. 호주 유학 시절 '위안부' 증언대회에 참석했다가 윤 의원을 만났고, 귀국 후 윤 의원을 찾아가 정대협에 몸담으며 박물관 건립 업무를 담당했다. 이후 2015년 5월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운영위원회 회의에 운영위원으로 한 차례 참석한 사실도 있다.
선고까지 앞으로 약 2개월반... 검찰, 뒤집을 수 있을까?
이번 항소심 선고는 오는 9월 20일로 잡힌 상황이다. 앞으로 몇차례 공판이 더 남아있다.
윤 의원은 지난 2020년 9월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위반, 업무상 횡령과 배임, 사기와 준사기, 지방재정법 위반, 공중위생관리법 위반 등 6개 혐의와 8개 죄명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하지만 지난 2월 10일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주요 혐의 대부분 무죄가 선고했고, 일부 혐의만 벌금 1500만 원이 나왔다.
1심 재판부는 학예사를 제대로 갖추지 않고 박물관을 등록했다는 부분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고 보면서도, "(관련 법과 규정상) 학예사가 반드시 상주할 필요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보조금 수령 의혹에 대해서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론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 실제 사업을 제대로 수행했다고 보는 이상 달리 기망·부정한 방법으로 보조금을 교부받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윤 의원과 검찰은 각각 항소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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