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佛시위' 3명중 1명은 10대…마크롱 "부모들 책임져야"

박소영 2023. 7. 3.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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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 검문을 피해 달아나던 알제리계 17세 소년 나엘이 경찰 총격에 숨진 사건으로 프랑스 전역에서 인종 차별과 경찰의 과잉 진압을 규탄하는 폭력 시위가 6일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시위 가담자 30%가 10대 미성년자로 집계됐다. 이로 인해 지난 2005년 당시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됐던 이민자 청소년 폭동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 1일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에서 17세 소년 나엘이 경찰 총격에 숨진 사건으로 거리에 나온 시위대가 강경 진압하는 경찰을 피해 도망치고 있다. AFP=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프랑스24에 따르면 프랑스 내무부는 이날 상황 통제를 위해 전국에 경찰과 헌병 대테러 특수부대 등 4만5000여명을 배치했다. 밤새 경찰에 체포된 시위 가담자는 모두 78명으로, 전날(719명)보다는 크게 줄었다.

지난달 27일부터 6일 동안 체포된 인원은 총 3210명으로 추산됐다. 프랑스24는 이 중 30%가 미성년자로, 평균 연령이 17세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앞서 2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시위대의 3분의 1이 매우 어리다"면서 "시위에 가담한 미성년자의 부모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군인들인 2일 파리 개선문 앞에서 폭력 시위를 막기 위해 경비를 서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1일 스위스 로잔에서도 이번 사태에 동조한 100여명이 모여 화염병을 투척하고 상점 유리창을 박살 내는 등 과격한 시위를 펼쳤다. 7명이 체포됐는데 그중 6명이 15~17세로 포르투갈·소말리아·보스니아·조지아·세르비아·스위스 국적이었다. 로잔은 인구의 80%가량이 프랑스어를 쓴다. 이민자 2세인 나엘의 죽음에 또래인 10대 미성년자들, 특히 이민자 청소년들이 동요한 것으로 관측된다.

가디언은 "프랑스의 흑인 또는 북아프리카계 청소년들은 국가 정책에서 소외되고, 경찰 신원 조회에서 인종 프로파일링을 당하며, 일자리와 교육 시스템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고 여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나엘의 경찰 총격 사건이 도화선이 돼 끓어오르던 분노를 폭발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번 폭력 시위는 지난달 27일 파리 서부 외곽 낭테르의 도로에서 교통 검문을 피하려던 17세 소년 나엘이 경찰관이 쏜 총에 맞아 차 안에서 숨진 사건이 계기가 됐다. 당시 경찰관이 무면허 상태로 다른 탑승자를 태우고 운전하던 나엘의 차를 멈춰 세웠는데, 나엘이 이를 무시하고 출발하자 발포했다. 나엘은 왼팔과 흉부를 관통한 총상을 입고 숨졌다.

지난달 27일 파리 외곽 낭테르의 도로에서 교통 검문을 피하려던 17세 소년 나엘이 경찰관이 쏜 총에 맞아 차 안에서 숨진 사건을 계기로 프랑스 전역에서 6일 연속 폭력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사진 트위터 캡처

외신들은 이번 시위가 2005년 발생했던 폭동과 유사한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당시 프랑스 파리 동부 외곽 클리시수부아에서 아프리카 출신의 무슬림 10대 2명이 경찰을 피해 변전소 담을 넘다가 감전사했다. 이후 3주간 프랑스 전역에서 시위가 일어나 차량 약 1만 대가 불탔고 미성년자 등 3000여 명이 체포됐다.

자크 시라크 당시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후 시라크 대통령은 "차별이라는 독과 싸우겠다"며 이민자 저소득층 지원을 늘리고 소외지역 청소년들을 위한 정책을 내놓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민자 청소년들은 18년이 지나도 크게 변한 것이 없다고 느낀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일 전했다.

파리 외곽의 저소득층이 모여 사는 지역의 흑인 또는 아랍계 이민자 청소년들은 하나같이 "언제부터 무면허 운전을 하면 사형 선고를 받았나"라면서 "자유·평등·박애는 자신들에겐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지난 2005년 폭동의 진원지인 클리시수부아도 여전히 가난한 이민자의 동네라고 FT가 전했다. 클리시수부아 전체 주민 중 이민자가 59%로, 어린이 4명 중 3명의 부모는 원래 프랑스 국적이 아니다. 이곳의 빈곤율은 전국 평균(15%)의 약 3배에 이른다.

클리시수부아에서도 이번 폭력 시위의 여파가 컸다. 지난 2016년 문을 연 공공도서관이 화재 피해를 입어 지난 1일 폐쇄됐다. 이 지역에 사는 20대 청년 말리크는 "친척들로부터 2005년 폭동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면서 "모두가 이번 폭력 시위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또 아무것도 변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프랑스 파리 외곽 뇌이쉬르마른에서 발생한 폭력 시위로 경찰서와 경찰차 등이 불에 탔다. AFP=연합뉴스

프랑스 정부는 이번 폭력 시위가 2005년 폭동처럼 확대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2일 마크롱 대통령은 총리·내무·법무 장관 등과 대책회의를 열고 관계 장관들에게 프랑스 내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할 것을 요청했다. 또 4일엔 엘리제궁에서 시위가 발생한 220여곳의 지자체장들과 만날 예정이다.

나엘의 유족도 시위대에 진정하라고 촉구했다. 나엘의 할머니 나디아는 이날 프랑스 BFM TV 인터뷰에서 "(폭력 시위에 가담한) 사람들은 나엘을 핑계 삼고 있으며 우리는 사태가 진정되길 바란다"며 "학교나 버스 등을 공격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나엘에게 총을 쏜 경찰관은 구금돼 살인 혐의로 정식 수사를 받고 있다. 그는 당초 나엘의 다리를 겨냥했지만 차가 출발할 때 부딪히면서 가슴을 쏘게 됐다고 주장했다.

영국 등 유럽 국가들은 프랑스 방문 때 시위에 영향을 받는 지역을 피하라고 권고했다. 중국은 지난달 29일 마르세유에서 자국 관광객들이 탄 버스가 시위대로부터 투석 공격을 받아 일부가 다치자 영사관을 통해 자국민에게 주의를 당부하는 한편, 프랑스 당국에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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