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3' 또 잭팟…액션 한우물 마동석 '오천만 배우' 됐다

나원정 2023. 7. 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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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범죄도시3' 32일만에 천만돌파
영화 '범죄도시3'이 2편에 이어 1년만에 또다시 천만흥행을 거뒀다. 2편으로 데뷔해 3편까지 연출한 이상용 감독은 이로써 데뷔작부터 2편 연속 천만돌파 신기록을 갖게 됐다. 사진 에이비오 엔터테인먼트,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영화 ‘범죄도시3’가 개봉 32일째인 1일 천만관객을 돌파했다. 마동석표 무쇠주먹 형사 캐릭터(마석도)가 2편에 이어 1년 만에 천만 과녁을 명중했다. 주연뿐 아니라 기획‧제작‧각본까지 맡은 마동석이 또다시 잭팟을 터뜨렸다.
‘범죄도시3’ 투자‧배급사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는 이날 오전 8시 ‘범죄도시3’가 천만흥행을 달성했다고 알렸다. 역대 극장가 30번째, 한국영화론 21번째 천만영화다. 한국영화에서 한 시리즈 두편의 천만을 기록한 건 ‘신과함께’ 1‧2편(2017‧2018)에 이어 두 번째. ‘범죄도시’ ‘신과함께’에 모두 출연한 마동석은 이로써 역대 한국영화 최다 천만흥행작을 보유한 배우가 됐다. 좀비 영화 ‘부산행’(2016) 이후 주연을 맡은 천만영화만 다섯편인 ‘오천만 흥행 배우’다. 카메오 등장한 ‘베테랑’(2015)까지 더하면 여섯편에 달한다.


'범죄도시3' 천만, '기생충'보다 빨랐다


영화 '범죄도시3'가 1일 오전 8시 천만관객을 돌파하고 관객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사진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범죄도시3’는 할리우드 액션 블록버스터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3’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가 장악한 박스오피스에서 단숨에 1위를 차지했다. 개봉 당일(5월 31일) 오전 8시까지 실시간 예매율 87.3%(이하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 사전 예매량만 64만장에 달했다. 개봉 한 주 전 특별 시사회로 48만 관객을 미리 확보한 데 힘입어 개봉 첫날 100만 돌파, 사흘째 200만 등 현충일 징검다리 연휴 기간 하루 100만씩 관객을 추가했다. 픽사/디즈니 애니메이션 ‘엘리멘탈’부터 할리우드 슈퍼 히어로 영화 ‘플래시’,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박훈정 감독의 청불 액션 ‘귀공자’ 등 액션 화제작이 가세하며 ‘범죄도시3’ 천만 돌파 속도는 전편(25일째)보다 여드레 늦었지만 팬데믹 전 ‘기생충’의 천만 도달(53일째)보단 훨씬 빨랐다.
1일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
한국 영화는 박서준‧아이유 주연 ‘드림’을 비롯해 ‘리바운드’ ‘킬링로맨스’ 등 부진 속에 1‧2편으로 검증된 ‘마동석표 형사 액션’이 구원투수가 됐다. 김현민 저널리스트는 “일본 애니메이션이 올해 상반기 높은 흥행 성적을 거뒀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관객들은 재밌는 한국영화에 목말라 있었다. 2000년대 이후 박스오피스에서 한국 관객은 외화보다 한국영화 선호도가 높은데, 올 상반기엔 ‘범죄도시3’가 이를 충족시켜줬다”고 했다. 김형호 영화시장분석가는 “한국영화는 망했지만, 전체 영화 시장은 작년, 재작년보다 총관객 수가 증가해왔다”면서“외화에 몰렸던 젊은 관객들이 ‘범죄도시3’로 돌아왔다. ‘범죄도시3’가 15세 관람가인 데다, 중간고사 끝나는 시점과 개봉 시기가 맞아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외화 몰렸던 관객, 재밌는 한국영화 목말랐다"


지난해 2편 흥행이 엔데믹 보복소비로 풀이됐다면, 3편은 OTT(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를 주로 보고 극장에선 데이트‧여가용으로 호불호 없고 쉬운 영화, 스펙터클이 있는 블록버스터 등을 찾게 된 대중의 뉴노멀 소비 취향에 들어맞았다는 평가다. 1편이 ‘청불’ 등급이었다면 2편부턴 수위가 낮아진 것도 관객층을 넓혔다. 3편의 마약 범죄자들은 베트남에 날아간 2편의 살인귀 강해상(손석구)보다 살벌함이 덜했다. 김현민 저널리스트는 “1편의 ‘청불’에서 2편부터 15세 관람등급으로 끌어내렸고, 3편은 2편보다 더 가볍고 덜 잔인하고 코미디 요소가 강화됐다. 이에 실망한 관객도 있겠지만 편안하게 볼 수 있어 시리즈 진입장벽이 낮아졌다”고 짚었다.
영화 '범죄도시3'는 형사 ‘마석도’(마동석)가 서울 광역수사대로 이동 후, 신종 마약 범죄 사건의 배후인 ‘주성철’(이준혁)과 마약 사건에 연루된 또 다른 빌런 ‘리키’(아오키 무네타카)를 잡기 위해 펼치는 소탕 작전을 그렸다. 사진 에이비오 엔터테인먼트,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여름 성수기 전 5~6월 극장가는 그간 마블 프랜차이즈 영화가 장악해 왔다. 그래서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 이후 주춤한 마블의 공백을 ‘범죄도시’ 시리즈가 채웠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는 “2009년 ‘아이언맨’으로 마블 영화 시리즈(MCU)가 시작된 뒤 한국영화계에서도 ‘신과함께’ ‘마녀’, 이순신 3부작 ‘명량’ ‘한산’ ‘노량’ 등 프랜차이즈 시도가 상업영화의 중요한 흐름이 됐다”면서 “프랜차이즈의 성패는 세계관인데 ‘범죄도시’는 악당들을 맨주먹으로 박살 내는 ‘마동석’ 자체가 장르다. 매 신작 빌런‧범죄만 바뀌는 익숙한 공식의 쾌감이 관객을 끌어들인다”고 했다.

'종합선물세트' 천만공식 이제 안 통해


영화 '범죄도시3'에서 배우 이준혁이 신종 마약 범죄 사건 배후로 몸무게를 증량하고 이미지 변신을 꾀했다. 사진 에이비오 엔터테인먼트,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범죄도시’ 시리즈가 ‘웃음‧액션‧감동을 겸비한 종합선물세트’로 요약되는 기존 한국영화 천만공식을 깼다는 점도 거론된다. 김형호 분석가는 “대작 마케팅 때마다 하나만 걸리라는 식으로 밀어붙이던 종합선물세트 콘셉트가 코로나19 영화 시장에선 안 통했다. ‘범죄도시’ 시리즈처럼 특정 장르를 밀어붙인 작품들이 살아남았다”면서 “‘베를린’의 하정우, ‘공조2’의 현빈이 액션 영화를 찍었다고 ‘액션 배우’로 정의하진 않는데 마동석은 스스로 선례로 삼는 할리우드의 실베스터 스탤론, ‘더 록’, 브루스 윌리스처럼 한국영화계 유일한 액션 배우로 자리매김했다”고 했다. 김형호 분석가는 “빙(Bing) AI(인공지능)와 구글 바드(Bard)로 영화 포스터 속 마동석 표정을 수치화해 분석하니 ‘분노’ 비율이 높을수록 작품 흥행이 잘됐다. 마동석이 포스터에서 웃을수록 흥행이 저조했다”면서“분노한 마동석이 확실한 브랜드가 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범죄도시3’ 흥행은 전편들의 안방 흥행으로도 이어졌다. OTT 통합검색 플랫폼 키노라이츠의 지난달 1~7일 각종 OTT 검색순위 1~3위를 ‘범죄도시’ 시리즈가 차지했다. 지난해 3년 만에 천만흥행을 터뜨린 2편이 TV VOD(IPTV)에서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매출액 100억원, 이용 건수 100만건을 넘겼다. 영화진흥위원회 2022년 영화산업 결산에 따르면 ‘범죄도시2’는 140억원(153만건) 매출로 지난해 TV VOD 영화매출 1위를 차지했다.

해외서 잘 팔려…2편 금지한 베트남도 3편 흥행


'범죄도시3' 중고차 딜러이자 건달 '초롱이'(맨오른쪽) 역의 고규필은 이번 영화의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의도치 않게 마석도(마동석)의 사건 해결을 도우면서 등장하는 장면마다 감초 역할을 한다. 사진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범죄도시3’는 사전 해외 판매가 잘 되는 바람에 제작사 입장에서는 손익분기 도달이 크게 어렵지 않은 상황이었다. 총제작비 135억원을 투입하고도 손익분기점이 180만에 불과했다. 영진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영화계가 전체적으로 어려운 데도 완성 작품 해외 수출 총액이 2005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성적을 낸 데는, ‘범죄도시2’의 천만흥행 영향으로 ‘범죄도시3’ 선판매가 잘된 점이 작용했다.
‘범죄도시3’는 지난달 7일 전 세계 박스오피스 집계 사이트 ‘컴스코어’ 기준, 전 세계 흥행 4위에 올랐다. 몽골, 홍콩 및 마카오, 북미, 대만, 베트남 등 한국과 동시 개봉한 국가에서 선전했다. 영미권 외신도 할리우드 영화 ‘이터널스’ 출연 배우가 아닌, ‘범죄도시(영제 The Roundup)’의 마동석이라고 그를 부를 정도다. 마동석 출연작 ‘부산행’, ‘악인전’(2019) 등이 칸영화제에 초청되기도 했다. 한 영화 관계자는 2편에서 자국이 부정적으로 묘사됐다고 상영을 금지한 베트남에서도 3편은 문제없이 개봉돼 전편의 두 배 가까운 성적을 냈다고 귀띔했다.

4편 내년 공개 예정…자기복제 피해야


4편은 내년께 나온다. 3편 말미 배우 박지환 등장 장면으로 4편을 예고한 바다. ‘신세계’ ‘범죄도시’ 시리즈 등의 무술감독 허명행이 직접 연출까지 맡았다.
김현민 영화 저널리스트는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마석도의 히어로적 면모와 새로운 빌런의 등장만으로 관객을 사로잡기엔 역부족”이라며 “4편은 보다 정교하게 강화한 액션 영화가 될 것”이라 내다봤다. 한편 극장가에서는 일부 블록버스터 시리즈의 속편만 흥행하는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허남웅 영화평론가는 “한국영화는 창의성이 무기인데, 티켓값이 오르면서 관객의 영화 선택이 보수적이 됐다. 한국영화 발전을 위해 유리하진 않은 상황”이라며 “어려워진 극장들이 돈 되는 영화만 상영하는 합법적 독점 분위기가 됐다”고 상영관 독과점 문제를 지적했다.
영화 '범죄도시3'가 1일 오전 8시 천만관객을 돌파하고 관객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사진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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