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대들보함흥면옥...1956년 창업 100년 가게 선정 [맛좋은 칼럼]

명정삼 2023. 7. 1.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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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손꼽는 냉면 그리고 한우불고기
이성희 푸드칼럼니스트
1956년 창업 당시 고 조병선 여사(왼쪽 두번째).

 대전 최초. 최고 함흥냉면, 김종훈⋅김재숙 부부의 냉면 사랑

“세월이 참 빠릅니다 67년 동안 잊지 않고 찾아주신 고객들에게 항상 감사하죠 평범한 말이지만 항상 정직하고 성실하게 제대로 된 음식을 만드는 게 그 감사에 보답하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김종훈 대표는 4남 4녀 중 여섯째로 태어났다. 아들로는 셋째다. 어린 시절부터 냉면 만드는 걸 보면서 자란 터라 냉면과는 떼래야 뗄 수 없는 운명으로 여겼다. 당시 부친은 예산군수를 지내는 등 공직에 있었기 때문에 가정 살림은 언제나 모친의 몫이었다고 한다.

김 대표는 당시 건설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모친은 김 대표가 대를 이어 가업을 이어주길 바랐다. 그는 고민했지만 부인 김재숙 여사의 결단으로 모친의 뒤를 이어 냉면을 뽑은 지 벌써 50년이 흘렀다. 그래서 대전 외식업의 산증인'으로도 불린다.

대를 이은 아들에게 모친은 두 가지를 당부했다고 한다. ‘늘 내 가족에게 먹일 음식이라 생각하고 정성과 사랑을 다하라’는 유지였다. 김 대표는 지금도 그 뜻을 받들어 장인정신, 맛, 청결, 정직을 사훈으로 정하고 전 직원들에게 항상 주지시키고 있다. 주방도 홀도 항상 청결을 유지하는 배경이다.

김 대표는 이왕 맡았으니 대전 최고의 냉면집을 만들자는 결심을 했다고 한다. 그 다짐은 100년을 이어갈 한식당이 되자는 목표로 이어졌다.

함흥면옥 2대를 이어온 김종훈, 김재숙 부부.

100년 이어갈 한식당. 정성으로 만든 냉면육수 중독성 있는 깔끔한 맛

대들보함흥면옥은 함흥냉면으로 대전 최초의 냉면집으로 1956년 2월 문을 연 이래 67년 동안 어르신들에게는 ‘옛날 그대로의 맛’, 젊은 세대에게는 ‘깊고 담백한 맛’으로 호평을 받는다. ‘대들보’라는 이름처럼 대전에서 굳건하게 손꼽히는 한식당 노포 맛집이다.

1950년대 대전은 식당이라 불리는 곳이 별로 없었다. 창업주인 고(故)조병선 여사는 이북 함흥출신으로 주변지인들에게 함흥에서 먹던 냉면을 대접하곤 했다. 그러다 맛있다고 소문난 이 냉면을 널리 알고 싶어서 1956년 대전 은행동 성심당 옆에 ‘함흥면옥’이라는 간판을 달고 개업했다.

1988년에 선화동 국일관 옆으로 이전했다가 1996년 지금의 유천동에 정착했다. 이후 함흥냉면 가게들이 대거 늘어나면서 함흥면옥이란 상호로는 상표등록출원이 되지 않아 대들보 함흥면옥이라는 상호로 역사를 이어가게 된다.

대들보함흥면옥 냉면의 특징은 발효가 잘된 동치미 국물의 개운하고 깔끔한 맛과 고기육수의 깊은 맛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맛이다. 이런 맛을 내기 위해서는 동치미를 일 년 내내 똑같은 맛을 유지하는 게 노하우인데 이 부분에 관해서는 부인 김재숙 여사의 동치미 담는 기술이 전국 최고로 인정받고 있다.

창업 67년 된 대들보 함흥면옥 전경.

면발은 고구마전분을 익반죽해 숙성시켜 다른 곳보다 쫄깃한 식감이 살아있다. 육수는 평양식이지만 면발은 이 집에서 개발한 고구마전분에 메밀을 섞어 만든 면발을 사용한다. 그래서 다른 곳과 달리 면발이 조금 더 굵고 고소하다.

비빔냉면 역시 과일, 고춧가루 등 10여 가지의 재료로 숙성시킨 소스가 비법, 얼큰하면서 깊은 맛이 일품이다.

함흥냉면 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것은 홍어회가 들어있는 회냉면. 매운 비빔장과 홍어회를 얹어 매콤 새콤한 맛이 환상적이다. 약간 되직한 특제양념을 쫄깃한 면에 고루 비벼 달짝지근한 홍어회 한 점과 같이 입에 넣으면 절로 화색이 돈다. 요즘 명태회를 넣는 곳이 많지만 이 집은 창업 때부터 이어온 홍어회만 고집한다.

함흥물냉면은 한우양지, 사태 등을 3~4시간 우려낸 국물과 직접 담근 동치미국물을 섞어 맛을 낸 육수에 편육. 오이, 계란 등을 고명으로 얹어 손님상에 낸다. 진하고 깊은 맛을 내는 국물은 잡내 없이 시원하면서 깔끔하다. 인공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아 깊고 담백한 맛이 먹을수록 당기는 맛이다. 전통냉면의 자연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왼쪽)함흥물냉면, (오른쪽)홍어회가 들어간 함흥회냉면.

한우양념불고기 추억의 맛. 2022년 100년 가게 인증받아

냉면과 환상궁합을 자랑하는 한우양념불고기는 최상급 한우와 신선한 버섯, 쫄깃한 당면과 특제양념을 넣어 자박하게 끓여 별미로 인정받는다. 육질이 부드러워 입안에서 사르르 녹고, 당도가 알맞아 눈을 지그시 감고 음미하게 만든다. 자작자작한 불고기양념은 오래 끓여도 달거나 짜지 않아 어르신들이 특히 좋아한다. 그래서 매콤하고도 달콤한 양념에 쫄깃한 면발, 그리고 홍어회가 어우러진 회냉면 한 그릇이면 업무에 지친 심신의 피로가 말끔히 풀린다.  

냉면집은 여름철에는 손님이 붐비고 겨울철에 한기가 도는 날이 잦다. 냉면은 여름철에 먹는 음식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인데 요즘은 사계절 마니아층이 늘고 있지만 예부터 냉면은 따뜻한 온돌방에서 겨울철에 먹는 음식이었다.

대들보 함흥면옥은 2011년 대전시가 인증한 고유한 맛과 옛 추억을 간직한 ‘3대 30년 전통업소’로 2012년 농림축산식품부와 한식재단이 선정한 ‘한국인이 사랑하는 오래된 한식당 100선 가게에 선정되었다. 냉면집으로는 대전에서 유일하다.

또 2022년에는 중소벤처기업부 선정 백년가게로 인증받기도 했다. 이런 사실은 SBS생방송투데이, KBS1아침마당. KBS6시내고향 등 방송을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한우양념불고기.
백년가게 인증서.
창업주 어머니 경영방침, 장인정신. 맛. 청결, 정직 이어갈 것

김종훈 대표는 “세월에 따라 자리는 변했지만 초심은 변하지 않았다”며 “가슴 속 깊은 정성과 철학으로 요리하고 특히 장인정신이란 무엇인지 되새기고 고유한 맛을 지키기 위해 정직한 식재료를 통해 한결같은 맛을 고수하는 100년 냉면 한식당이 되겠다”고 다짐한다.

“아무리 역사가 오래되었다 해도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진정한 역사는 대대로 이어온 전통의 맛을 얼마나 잘 보존하고 지켜나가는가에 달려있습니다. 사람들은 냉면을 쉽게 생각하는데 정말 어려운 게 냉면입니다. 음식은 공을 들이지 않으면 절대 맛이 나올 수 없어요. 특히 육수와 면발에 정성이 묻어나지 않으면 고객은 인정을 안 합니다. 먹어보면 금방 압니다”

김 대표는 믿고 먹을 수 있는 냉면집으로 어머니의 유지를 이어가겠다고 강조한다. 맛은 추억과 미각이 섞여 머릿속에 자리 잡는다. 요즘 음식점을 창업해서 1년 버티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런데 70여 년의 세월을 냉면 하나로 시민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는 것은 그만한 정성과 노력이 뒤따랐을 것이다, 냉면하면 다 같은 냉면이 아니라는 걸 알려주는 냉면집이다.

대전=명정삼 기자 mjsbroad@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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