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균기자의 한국골프장 순례]‘한국 골프의 역사’ 대구CC

정대균 2023. 6. 30. 09:2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구-경북 최초의 회원제 골프장으로 1972년에 개장한 대구CC 전경. 대구CC제공

▶1972년 개장 51년의 반세기 역사

‘칸트리 구락부’
골프장 입구 명패석에 ‘컨트리 클럽(country club)’이 아니라 ‘칸트리 구락부(俱樂部)’라는 표기가 새겨진 것을 보아 역사가 오래된 곳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렇게 표기된 명패석은 우리나라 초창기 골프장에서만 볼 수 있는 광경이기 때문이다. 오랜 연륜은 진입로를 따라 도열한 고색창연(古色蒼然)의 아름드리 벚나무 터널을 지나면서 한 번 더 느껴졌다.

길지 않은 진입로여서 이동시간은 짧았지만 첫 인상은 임팩트가 꽤나 강했다. 오는 10월22일이면 개장 51주년을 맞는 대구CC(대표이사 우승백)다. 이 곳에 오면 늘 떠오르는 키워드가 있다. ‘한국 골프의 역사와 발전, 스타 산실 요람, 코스 관리의 교과서, 골프문화 등’이다. 그 이유를 차차 설명하겠다.

대구CC는 1972년에 대구-경북 지역 최초의 회원제 골프장으로 개장했다. 국내 골프장 중 반세기 역사를 자랑하는 몇 안되는 곳이다. 정확한 소재지는 경북 경산시다. 신라시대 중심지이자 영남의 명산으로 불리는 팔공산이 한 눈에 보이는 곳에 자리 잡고 있다. 교통의 사통팔달 지역이어서 접근성이 빼어나다.

서코스 시그니처홀인 6번홀 전경. 대구CC제공

대구-경북 지역 최초 회원제 골프장

인공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원래의 자연지형을 최대한 살린 동(東)·중(中)·서(西) 3개 코스 총 27홀이다. 중, 서코스가 1972년에 먼저 개장했고 그로부터 19년 뒤인 1991년에 동코스가 증설됐다. 흥미로운 것은 코스 설계를 1대 대표이사이자 창업주인 고(故) 송암 우제봉 명예회장이 했다는 점이다.

3개 코스는 저마다 다른 매력을 발산하며 골퍼들을 유혹한다. 전체적인 코스 특징은 업다운이 심하지 않은 완만한 구릉지대라는 지형적 특성을 최대한 살려 페어웨이는 넓고 전장은 길고 그린 언듈레이션과 브레이크가 까다롭다는 점이다.

먼저 서코스는 드라마틱함과 아기자기함이 공존한다. 그 중 6번홀(파3)이 시그니처홀이다. 자연호수를 바라보며 날리는 티샷을 뒤에서 바라보면 환상적인 ‘인생샷’ 그 자체다. 중코스는 난이도가 있는 1번홀을 무사히 넘기면 황홀감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 곳이다. 뻥 뚫린 페어웨이를 바라보며 호쾌한 샷을 날릴 수 있다.

완만한 구릉지대에 자리잡고 있어 페어웨이 폭이 넓고 전장이 긴 대구CC. 대구CC 제공

양탄자 페어웨이 등 최상의 코스 컨디션

막내인 동코스는 도전할수록 그 웅장함에 매료되는 코스다. 넓은 페어웨이에다 긴 전장 때문에 장타 친화형 남성적 홀이다. 그 중 4번홀(파5)은 전장이 무려 610m로 전체 코스 중 가장 긴 직선홀이다. 지금껏 방문한 골프장 중에서 이보다 더 편안하게 샷을 날린 홀을 본적이 있었던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혹서기에 3부제로 운영됨에도 잔디 상태가 그야말로 양탄자다. 이른바 ‘대프리카’ 골프장 중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전국으로 범위를 확대해도 그만한 코스 퀄리티를 찾기가 쉽지 않다. 그만큼 코스 관리가 잘 돼 있다는 방증이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재방문율이 높은 대표적 골프장으로 자리매김했다.

‘다시 찾고 싶은 명문 골프장’으로 회자되는 이유는 또 있다. 개장 이래 지속적으로 코스 난이도를 높여 고객들에게 도전적인 즐거움을 선물해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대대적인 리뉴얼 공사를 한 것도 아니다. 골프장 내의 자연 수림대와 다양한 폰드를 적극 활용한다.

대표적인 것이 그린이다. 대구CC 그린은 사계절 내내 균일한 빠른 스피드를 유지한다. 그린 퀄리티는 연간 20여개의 크고 작은 대회를 개최하는 것으로 충분히 입증되고 남는다.

동코스 9번홀 티잉그라운드에서 바라본 전경. 이 홀에는 바위를 뚫고 자란 '송암'이 있다. 이 송암은 창업주 고 우제봉 명예회장의 아호가 됐다. 대구CC 제공

700여 수종의 거대한 수목원

조경은 또 어떠한가. 고객들이 시선을 한 순간도 떼지 못하게 한다. 전체 132만2314m2(40만평) 부지에 700여종의 만화방초와 수목을 심었다. 라운드를 하다 보면 마치 거대한 수목원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게 한다.

유실수가 많아 제철 과일을 따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6월에는 수줍은 듯한 얼굴 빛의 살구 맛집이 된다. 상록수인 적송이 가장 많다. 봄에는 벚나무, 진달래, 연산홍이 색의 향연을 펼치고 늦가을엔 삼색의 열매를 맺는 피라칸사스가 어우러진다.

대구CC는 지역민들과 함께 하는 이색 축제로도 유명하다. 2004년부터 매년 가을이면 지역 주민, 회원, 직원가족 등 2000여명을 초청해 ‘가곡과 함께 하는 가을의 향연’을 개최하고 있다. 저녁 뷔페를 무료로 제공하는 이 행사에는 골프장 우기정회장이 직접 싱어로 무대에 서기도 한다. 전국 골프장 최초로 1990년부터 초.중.고교생들의 소풍 장소로 개방하는 등 골프장을 주민화합의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페어웨이가 시원스럽게 쭉 뻗은 중코스 8번홀 전경. 대구CC제공

전국 골프장 최초로 제과부를 직접 둬 30년 이상 갓 구워낸 빵을 내장객에게 제공하는 것도 대구CC의 자랑이다. 당일 만든 빵은 당일에 모두 소진되는 ‘유통기한 1일’이 철칙이다. 이윤추구보다는 고객들에게 제대로 된 먹거리를 제공한다는 설립자 우제봉 명예회장의 서비스 마인드에서 시작됐다. 특히 팥빵은 경주 황남빵처럼 팥이 많이 들어 있어 인기가 높다.

박세리-고진영-김시우 등 배출한 송암배 개최

대구CC를 설명하는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스타 산실의 요람’으로 불리는 송암배 아마추어선수권대회(이하 송암배)다. 1994년부터 매년 개최되는 이 대회는 창업주 우제봉 명예회장이 한국 골프 발전과 골프 보급에 기여한 공로를 기리기 위해 대구·경북 경제인들이 뜻을 모아 창설했다.

대회명에 우 명예회장의 아호인 ‘송암’이 들어간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대회의 지속적 개최를 위해 ‘재단법인 송암’을 설립했다. 이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법인인가를 받은 국내 최초의 순수 골프장학재단이다.

송암배를 창설한 우기정 회장은 “송암재단은 후진 양성을 위한 틀을 만들자는 취지였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 한국인의 골프가 지속 발전할 수 있는 미래의 발판으로 송암배를 생각한 것이지요. 선친이 생각하시고 앞장서셨듯이 나 역시 자연스럽게 생활의 기본이 바로 골프이니까 선친이 생전에 계실 때 송암배를 시작했습니다”라며 “‘송암배는 내 인생에서 네가 나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라며 좋아하시던 선친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고 했다.

작년에 증개축한 대구CC 클럽하우스 야경. 대구CC 제공

선수권부(핸디캡5 이내)와 미드아마추어부로 나뉘어 열리고 있는 송암배는 1회 대회는 남자부만 열렸으나 2회 대회부터 여자부가 신설됐다. 제7회(2000.7.4~7) 대회부터 골프 꿈나무 육성을 강화하기 위해 초등부도 신설했다. 5회 대회부터는 국가대표와 국가대표 상비군 선발 대회로 승격됐다. 9회 대회는 국내 단일 대회로는 처음으로 7개국이 참가한 국제대회로 치러지기도 했다.

30회째를 맞는 올해 대회는 오는 8월22일부터 나흘간 열린다. 오랜 역사만큼 송암배가 배출한 스타는 수두룩하다. 여자부 초대 챔프인 박세리를 비롯해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고진영, 신지애, 최나연, 박성현, 한희원, 김효주, 최혜진, 박현경, 조아연, 허석호, 김대섭, 배상문, 김경태, 안병훈, 김대현, 서요섭 등이 송암배가 배출한 선수들이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세계 최초로 골든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박인비를 비롯해 유소연, 장하나, 허미정, 미국프로골프(PGA)투어서 활동중인 노승열, 김민휘, 김시우와 DP월드투어서 활동중인 왕정훈은 송암배 초등부에 출전했던 꿈나무 출신들이다.

클럽하우스 증개축으로 고객 편의성 극대화

2011년부터는 아마추어 메이저 대회이자 네셔널 타이틀 중 하나인 한국시니어아마추어대회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국내 시니어대회가 대회 장소를 구하지 못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얘기를 들은 우기정 회장이 시니어골프 활성화를 위해 전폭적 지원을 약속하면서 시작됐다.

고객 편의성을 감안해 넓다란 공간으로 탈바꿈한 대구CC 클럽하우스 로비. 대구CC 제공

대구CC는 미래 100년을 바라보며 지난 2022년에 ‘골프문화를 선도해온 대구CC 50년사’라는 사사를 발간했다. 또 클럽하우스 리노베이션 및 대대적인 증개축을 통해 고객 편리성을 극대화했다.

나아가 ESG경영 일환으로 인간에게 유익한 생명체인 빨간 잠자리를 모티브로 한 BI(브랜드 아이덴티티) 재정립을 추진했다. 이는 사람과 환경을 함께 생각하며 기업의 사회공헌을 꾸준히 실천하겠다며 대구CC가 세상을 향해 던진 실천강령인 셈이다.

경산=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