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약물'도 그녀 못 이겼다…문체 2차관 된 '내추럴' 장미란

박린, 김한솔 2023. 6. 29.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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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도 여제’ 장미란(40)이 체육행정 책임자로 새출발한다.

장미란 용인대 체육학과 교수는 29일 정책 홍보와 체육, 관광을 담당하는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에 임명됐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여자 역도 금메달리스트 장미란. 중앙포토


장미란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당시 여자 역도 최중량급 75㎏급 경기에서 인상 140㎏, 용상 186㎏, 합계 326㎏, 당시 세계신기록을 들어 금메달을 땄다. 당시 은메달과 동메달을 딴 올라 코로브카(우크라이나·277㎏)와 마리야 그라보브츠카야(러시아, 270㎏)가 이후 추적 도핑테스트에서 양성반응이 나왔다. ‘약물의 시대’에 장미란은 순수 피지컬로만 2위보다 49㎏나 더 들었다. 국내 팬들은 장미란에게 ‘내추럴’이란 별명을 붙여줬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4위를 기록한 장미란. 중앙포토


앞서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땄던 장미란은 어깨 통증을 안고 참가한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4위에 머물렀다. 역기를 뒤로 떨어뜨렸지만 바벨에 손키스를 해서 감동을 안겼다. 그런데 동메달을 딴 흐리프시메 쿠르슈다(아르메니아)가 2016년 뒤늦게 금지약물에 걸렸고, 장미란이 동메달을 되찾아 올림픽에서 금-은-동메달을 모두 갖게 됐다. 장미란은 2005년부터 세계선수권대회 4연패를 이뤄냈다. 선수 생명이 짧은 편인 여자 역도 최중량급에서 장미란처럼 오랜 시간 챔피언 자리를 유지한 선수는 없었다.

29일 신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에 내정된 장미란 용인대 교수. 사진 대통령실


장미란은 중3 때 뒤늦게 역도를 시작했다. 역도 감독이었던 아버지 지인이 몸집이 큰 장미란을 처음 보고 “오우~”만 3번할 만큼 감탄했다고 한다. 처음 역도장에 들어섰을 때 한 남학생의 “와 진짜 크다”는 말에 사춘기였던 장미란은 울면서 집에 돌아왔다. 부모님의 권유로 바벨을 잡은 뒤 역도계를 평정했다.

장미란은 지난 2월 예능 ‘유퀴즈’에 출연해 “장사 같은 아버지와 스피드가 좋은 어머니에게 좋은 유전자를 물려 받았다. 전 반복하는 걸 좋아한다. 역도는 기록 경기라서 재미있었다”며 “하루 들었던 연습량을 다 더해보니 최대 5만 ㎏였다. 보통은 2만~3만㎏ 정도였다”고 말했다. 장미란은 데드리프트 245㎏, 밀리터리프레스 105㎏, 스쿼트 275㎏를 드는데, 이른바 3대500이 ‘3대625㎏’이나 된다. 타고난 피지컬과 천재성에 지독한 노력이 더해져 ‘역도 여제’에 등극한 거다.

올초 예능 유퀴즈에 출연한 장미란. 사진 유퀴즈 캡처


한창 선수 시절에 키 1m70㎝에 몸무게 115㎏였던 장미란은 “체중을 늘리려고 억지로 먹고 구토할 뻔한 적도 있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2012년 은퇴한 장미란은 몰라볼 만큼 체중이 줄었다. 빵집에서 구경만 하고 딱 한 개만 먹을 만큼 관리를 하고 있다고 한다.

고려대 출신으로 성신여대에서 석사, 용인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용인대 체육학과 교수에 임명됐고, 2017년 미국 오하이오주 켄트주립대로 유학도 다녀왔다. 장미란은 은퇴 후 2012년 ‘장미란재단을 설립해 비인기종목 선수와 꿈나무를 도왔다. 탈북청소년과 학폭 피해학생과 함께하는 ‘장미 운동회’도 열었다. 그는 연탄 배달과 독거 노인을 위한 급식 봉사도 해왔다. 박혜정과 김수현 등이 장미란을 보고 역도를 시작한 ‘장미란 키즈’들은 ‘포스트 장미란’을 꿈꾸고 있다.

국가대표를 지낸 엘리트 선수 출신으로 차관을 맡았던 수영 최윤희와 사격 박종길은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 때 차관을 맡은 최윤희는 스포츠 인권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서 1년 만에 물러났다. 오뚜기 창업주 고 함태호 회장이 장미란을 ‘키다리 아저씨’처럼 도운 게 뒤늦게 알려졌는데, 장미란도 역도에서 받은 사랑을 돌려주는 삶을 살길 원한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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