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회②] “사회가 주입하는 물신주의… 제대로 된 경제교육 절실” [이슈&탐사]

정진영,이택현,김지훈,이경원 2023. 6. 26.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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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담회 참석 3인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현대경제연구원에서 소비·물가·부동산 등 거시경제 전반을 연구한다. 한국 경제성장률에 대한 분석과 정책 평가 등 대내적 연구와 글로벌 인플레이션, 주요국 경기 동향 등 대외적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최근 발간한 주요 보고서로는 ‘국내 5대 소비분화 현상과 시사점’ 등이 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2007년부터 공정거래위원회 경쟁정책 자문위원, 한국유통학회 회장, 동반성장위원회 위원 등 직위를 역임하며 소비·유통 전문가로서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의 물가구조 및 국내외 가격차이 해소방안’ ‘우리사회 이렇게 바꾸자’ 등이 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
현재 금융위원회 테크자문단 자문위원, 금융감독원 가상자산 리스크협의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암호화폐 시장의 시스템위험에 대한 금융 공학적 접근’ ‘비트코인, 블록체인기술 그리고 금융시장’ 등 연구과제를 진행하며 블록체인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명품’ 등 초고가 소비를 중심으로 한 소비 양극화의 심화, 투자자들 스스로가 도박과 투기라 부르는 변동성 큰 가상자산 투자 선호, 늘어나는 빚과 변제불능 사태들은 한국 경제의 미래에 대한 우려를 키운다. 자산 격차 좌절감과 불로소득 욕망이 뒤엉키는 사이 물신주의는 강화되고 노동 가치는 하락했다. 국민일보 좌담회에 참석한 경제 전문가들은 청년의 무기력증을 예방할 대책이 필요하며, ‘재테크’와 구별되는 진정한 경제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권현구 기자

미래를 설계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가상자산 투자 증가와 이어진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정당한 선택들일 것인데, 공동체적으로는 우려할 대목이 있는가?
▲홍 교수=우리 사회가 ‘꼰대병’에 걸려 있다고 생각한다. 꼰대 소리를 들을까봐, 젊은 세대에게 나쁜 소리하는 걸 병적으로 싫어한다. 잘못된 걸 잘못됐다고 말 못하는 게 제일 잘못된 것이다. 경제 성장이 멈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경제 성장이 멈춘 것은 어른들의 잘못도, 국가의 잘못도 아니다. 세계가 성장을 안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걸 다시 성장시키라고 하는 건 말이 안 되고, 세계 누구나 접해야 할 문제인 것이다. 다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어려울 것이다. 인류의 부가 커졌기 때문이다. 그걸 국가와 사회 잘못으로 돌리면서 “너희는 너희를 위해 살라”고만 하는 게 과연 좋은 것인가 생각해봐야 한다. 어른들이 “우리가 미안하다”고 얘기하는 게 어른이나 정부의 역할이 아니다. 건설적으로 나아갈 방향을 생각해야 한다고 본다.

코인 얘기로 돌아와서, 제가 학생과 교류를 많이 해서 제게 코인 상담을 많이 하는데, 밤새워서 투자하는 학생들이 많더라. 투자는 자신의 선택이지만 다음날 정상적인 활동이 되지 않으니 커리어를 망치고 있다. 그건 지적을 해줘야 되는데 거기에 대해서 지적을 못한다. ‘꼰대’ 소리 들으니까. “집을 안 사고 그 돈으로 투자하겠다”고 하더라. 그런데 서울이든 지방이든 어디든 집이 있어야 이들이 망했을 때 길거리에 나앉지 않는 법이다. 그래서 부모 돈을 당겨서 코인 투자를 하게 놔두는 건 무책임한 것이고, 아닌 건 아니라는 걸 이해해야 맞다. 정부가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다시 성장하려고 노력하는 것, 사회적 안전망을 구비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맞지만 5000년 인류 역사상 그 모든 게 가능했던 때는 없었다. 전 국민의 경제를 책임지지 못한다. 결국 가상자산 투자는 개인의 책임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아이들에게 “국가가 미안하다”가 아니라 “너희가 망할 때를 생각해봐라, 열심히 해야하지 않겠느냐”를 일깨워줘야 한다.

청년층이 무기력하고, 역동적이지 못다는 얘기가 반복적으로 나오는 이유는 미래가 없다고 생각해서이다. 그런데 이 아이들이 하는 행동은 돈을 한 사람에게 몰아주는 것이다. 빚 져서 ‘나는 잃어도 괜찮다. 누군가는 돈을 버니까’ 하는 현상이 자연스럽게 벌어진다. 젊은 세대는 대리만족을 한다. 누군가 돈을 크게 번 이를 보면서 열광하는 것인데, 그게 무기력감의 가장 끝에 있는 장면이라 생각한다. 이들은 여기에 중독돼 있다. 잘못됐다는 걸 모르지 않는데, 그 행동을 고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들에게 미래를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약 중독자에게 마약을 더 제공하는 게 답은 아니잖나. 물론 우리가 내년에 8%대 성장을 하면 모든 문제가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그런 성장은 어려울 것이고, 결국 아이들에게 건강한 시각을 주입해 주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해결을 못하니까 이게 정당하다고 하는 건 사회적으로 굉장히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이 이사=제가 처음부터 했던 얘기가 유치원부터 경제, 특히 금융 교육을 제대로 시키라는 것이었다. 계속 그 얘기를 했는데, 10년 전부터 사회과목에 경제 분야가 좀 늘었더라. 초등학생들에게 전문가들이 쉽게 강의해주는 기회도 생긴 것 같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성인이 되면 제대로 된 가치 판단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어느 정도 갖춰야 한다. 특히 경제 금융에 대해서는.

말이 좋아 가상화폐지, 경제학을 조금이라도 배운 사람은 화폐부터 배울 것이다. 그게 과연 경화(硬貨)로서의 조건을 갖췄나? 누구도 보증하지 않는 곳에 투자하는 건 제정신이 아니라고 본다. 결국 가치관의 문제인데, 그 가치관의 배경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 또한 선택이라면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그 선택에 개인이 책임져야 하는데 제도 탓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택도 없는 것에 투자를 못하게 했어야지, 방치해놓고 지금 와서 이러냐”는 식이다. 본인이 선택했으면 깔끔하게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자세도 필요하다. 투자에 앞서 자세 자체가 왜곡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투자자 보호를 강조하는 주장과 '계층이동 사다리를 끊지 말라'는 주장이, 시차를 두고 투자자 집단에서 나왔었다.
▲이 이사=이건 그들만의 리그다. 폰지 사기’와 똑같다. 그걸 보고 박수치고 열광하는 심리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굉장히 많다. 기본적인 경제에 대한 이해가 없는 것이다.

▲이 교수=2018년도에 버블이 크게 생겼다가 그게 가라앉으면서 코로나 때 버블이 생겼잖나. 정부는 국민들이 정상적인 경제 활동을 하도록 해야 한다. 정상적인 활동에서 벗어나는 상황이 생기고, 문제점이 있다면 막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가상자산 투자는 일종의 중독이 생긴다. 주변에서 10~20배의 가치 상승을 보니 말이다. 그러면 월급 300만원을 받아서는 도저히 답이 안 나온다는 생각이 들지 않겠나. 정상적인 경제활동보다는 비정상적인 곳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어떻게 투자할까 돈을 만들까(만 고민한다).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안 되면 국가 자체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왜 흡연을 규제하겠는가. 여러 사회적 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술, 마약도 마찬가지다.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있는 상황인데, 금융 부분에 있어서는 정부 책임이 있다고 본다. 국가의 미래인 청년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물론 자산 투자를 할 수 있지만 얼마나 합리적으로 하느냐가 중요하다. 빚을 내서 무리하게 투자하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 투자한 젊은이들이 부채에 시달리고 있는데 이 문제를 어쩔 것인가. 가상자산이라고 하는 건 버블이 생겼다 꺼졌다를 되풀이한다.


설문조사에선 60%의 투자자가 "가상자산이 사실상 투기 도박에 해당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또 언젠가는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 응답했다.
▲이 이사=이 현상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 EU(유럽연합)도 미국도 일본도 가상자산 제도 정비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여전히 갈피를 못 잡고 있고 부작용도 심하다. 경화와 코인의 교환 가능성을 어디까지 열어둘 것이냐는 문제도 있고, 굉장히 문제점이 많다. 사견이지만 제도적 장치가 갖춰졌을 때 투자를 시작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먼저 시작한 쪽의 수익이 커질 건 분명하지만 미래의 불확실성에 기대는 것, 거기에 내 자산 대부분을 쏟아붓는 것은 굉장히 불합리한 선택이 아닌가 싶다.

▲홍 교수=국가적 수준, 개인적 수준의 이슈가 있다. 국가 차원에서는 비효율이 발생한다. 효율적인 곳에 자원을 배분하는 게 맞는데, 블록체인 기업들은 사회에 가치를 창출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15년간 기회를 줬음에도 증명을 못하는 상황에서 우리 자원이 여기에 계속 들어가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비효율이라 말할 수 있다. 2014년에 내걸렸던 목표는 4차 산업 기술, 블록체인을 이용해서 성장하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것은 세금이나 개인들의 돈을 들여서 할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성장으로 이어질 게 없다고 판명 나면 국가적으로 자원 낭비라는 얘기다.

다른 꼭지는 젊은층의 미래소득 분배다. 20대의 1억원과 40대의 1억원은 가치가 다르다. 20대에 1억을 가지고 전셋집을 얻으면 선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 집을 사면서 인적자원 투자를 할 수 있는 돈이기 때문이다. 그 돈이 가상자산 시장에 투입되면 20대에 있어야 할 인적자원 투자가 일어나질 않는다. 아이들이 인턴을 안 하고 전업 투자를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300명 이상의 학생 데이터를 보면 수익률이 안 좋다. 차라리 인턴월급이 낫다.

가르치는 학생 전부를 표본으로 할 때, 가상자산에 투자하는 학생이 과반인가?
▲홍 교수=당연한 얘기다. 주변 친구들이 다 버는데 내가 안하는 건 이상하잖나. 투자하는 것 자체는 이상하지 않다. 아이들이 수익이 안 난다는 걸 알아도 큰 돈을 버는 사람이 있으니까 하는 것이다. 주식도 하고 스포츠 토토도 하는 것이니까. 그런데 인턴도 안하고 잠도 안자고 투자를 하는 게 문제다. 그게 개인의 비극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다. 커리어도 쌓지 못하는 일로 귀결되고, 이러니 패배의식이 들 수밖에 없다. 그게 개인적 차원에선 큰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런데 이들이 돈을 잃으면 무기력감에 빠진다는 점이 굉장히 큰 문제다.

▲이 이사=배금주의가 무서운 것이다. 저는 젊은이들에게 이런 얘기를 한다. 주식을 1000만원 사서 매일 1%씩 수익을 낸다면 3년 후에 30억이 된다. 그런데 매일 1%의 수익을 어떻게 내는가? 결국 이는 불가능한, 꿈의 숫자다. 복리는 예·적금을 통해서 차근차근 쌓아가는 것이다. 인생의 커리어도 마찬가지다. 3년만 눈 딱 감고 뭐 하나에 집중해보라고 후배들에게 얘기한다. 그런데 3년 간 집중을 하지 않는 게 문제다. 자산에 관해서는 ‘3-3-3 법칙’을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얘기한다. 저축-소비-주거. 그렇게 10년만 살아보면 마법 같은 복리효과가 나타날 거라고 말이다. 하지만 듣지 않더라. 그래서 제가 복리, 주식 1% 그래프와 3-3-3 그래프를 같이 보여주면 시각적으로 이해하더라. 그런데 그걸 10년 하라고 말하니 듣기엔 힘든 것이다.

▲이 교수=청년들에게 저축성 예금을 추천하면 반응이 안 좋다는데, 인생 선배로서 경험한 것을 얘기하자면, 내 목돈이 거기서 만들어지더라. 주식도 단타에 몰두하면 일상에서 정상적 활동이 어렵다. 부동산 시장 상황도 파악하고 매수·매도 시점을 찾아야 하는데 주식은 더하다. 가상자산은 그나마 주식보다 더 짧은 시간에 차익이 나는데 이건 대단히 비정상적이다. 그건 국가의 경제력을 굉장히 낭비하는 거다. 국가가 경제력을 얻어서 위로 올라가야할 경제력이 축적이 안 되잖나. 벌써 우리 사회는 단타에 빠져 있다. 정부는 이걸 정말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요즘 회사도 예전에 비해서 연봉 등 조건에 따라 자주 옮긴다. 회사에 대한 충성도도 떨어지고. 지속성이 있어야 경쟁력이 쌓이는데 쌓일 시간이 없는 것이다.


설문에서 '빚투' 비중을 보니 18% 정도였다. 투자 실패로 인한 개인회생 신청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이 교수=가계부채가 1900조원에 이르는데 코로나 기간 부채가 되레 늘었다. 이 가계부채에 건강하지 못한 부채가 있을 때 문제가 커진다. 물론 부채는 있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3년쯤 전에 통계자료를 보니 대부업체에 돈을 빌린 이용자들이 200만명이 넘어 있었다. 지금은 더 늘었을 가능성이 있다. 지금은 대부업체 상환금리가 20%다. 그렇다면 200만명을 넘는 채무자들이 원금보다 이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것인데, 이들이 생계를 위해 급한 대출을 일으켰는지, 아니면 그 대출이 단기 투자 수요였는지 잘 파악해야 한다. 부채를 진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제2금융권이라고 해도 채무자가 그 부채를 어떤 용도로 썼는지 살펴야 한다. 예를 들어 부동산 투자 때문에 대출을 받았다면 상대적으로 괜찮겠지만, 리스크가 높은 쪽에 투자를 했다면 (부채) 건강성에서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지금처럼 자산시장이 하락하는 상황에서는 채무불이행 등 리스크가 높아진다. 그래서 부채가 얼마나 건강한지 정부가 살피고 대비해야 한다. 또 비정상적인 투자가 이뤄지는 것에 대한 예방책을 고민해야 한다.

▲홍 교수=(빚투가) 아주 일부는 아니고 굉장히 많을 거다. 앞의 두 이슈와는 다르게 가계부채에는 정부책임이 크다고 생각한다. 자료상으로도 (부채가) 2018~2020년에 확 늘었는데, 인터넷전문은행이 이때 시장에 돈을 ‘살포’했다. 출범의 명분은 중금리 대출을 하겠다는 것이었는데, 결국 비대면 대출 루트만 열어놓고 일반 은행업을 해버린 셈이다. 그러면서 투자에 쓸 돈을 쉽게 당길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 카카오뱅크가 시작이었고 그 다음이 토스뱅크였다. 젊은층에게 신용대출로 2억원씩을 빌려줬다. 그게 진짜 큰 문제다.

가상자산 시장에서의 2018년 랠리는 그 돈으로 이뤄졌다고 봤다. 당시엔 “내년이나 내후년에 어떻게 되는 거냐”며 걱정했었다. 인터넷은행에서 나온 돈이 비트코인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인데, 한 해에만 수천억원이었다. 중금리 대출로 이어져야 하는 돈이 비대면 대출로 돌려진 게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대환시스템이 만들어진 것도 일조할 것이다. 그 시스템을 이용할 사람들은 금리가 높아진 상황에서의 개인일 터다. 마케팅이 이뤄지면 개인들이 계속 갈아탈 가능성이 높다. 결국 가계대출 증가를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굉장히 큰 뇌관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

'손쉬운 대출'이 가상자산으로 흘러간 규모를 계량화하자면 어느 정도인가?
▲홍 교수=추측되는 규모는 5조~7조원 정도다. 그 돈이 신규 부채라는 게 중요한 포인트다. 전에는 그만큼 대출이 쉽지 않았고, 젊은층이 돈 빌려서 투자할 생각을 못했다. 2018~2020년에 신용으로 새로 빌린 돈이 1조원에 육박한다고 봤다. 충격적인 통계지만 코로나 때는 이걸 더 풀어줬다. 지금은 그 통계가 어떻게 됐을지 감도 안 잡힌다. 학생들에게 “투자에 실패하면 갚을 것이냐”고 물어보니, “개인회생하면 된다”고 대답하더라. 그래도 안 되면 “죽겠다”고 한다. 물리적으로 죽겠다는 게 아니라 사회적으로 죽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학생들이 이걸 가볍게 생각하고, 구제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모럴 해저드’가 있다.

▲이 이사=제도도 한몫을 한다. 굉장히 관대하다. 학생들이 ‘누르면’ 소액신용으로 바로바로 돈이 들어온다. 서류 없이 물타기 하려고 몇십만원씩도 빌린다. 온정주의적 제도가 참 문제다. 소위 말하는 ‘빨간줄’이 생기면 불이익을 받으니까 웬만하면 해결해준다.

▲이 교수=정부가 제도적인 측면에서 선별하기 굉장히 어렵다. 열심히 살려다가 온 건지 아닌지.

▲홍 교수=그걸 해결하는 방법은 쉽다. 간단한 신용대출을 줄이면 된다. 대부분 직접 가면 대출을 못 받는 이들이다. 인터넷은행은 빅데이터를 활용해서 그 가운데 될 사람만 빌려주겠다고 약속해놓고 결국엔 다 빌려주고 있다.


가계부채는 일단 관리 가능한 범위에 있다고 한다. 향후 위험요인이 있는가?
▲이 이사=많다. 전세의 경우 정부가 대출을 저금리로 다 지원을 해주잖나. 공공이 레버리지, 버팀목을 해준다는 거다. 미국이나 일본처럼 구제를 안 해주면 가계부채가 자연스럽게 떨어진다. 이런 제도 하에서 가계부채는 늘 ‘뇌관’이고, 늘 늘어날 수밖에 없다. 선진국의 경우에는 한 번씩 (경제가) 무너져서 그렇지, 무너진 기간을 빼면 항상 성장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많은 논쟁이 있었지만 가계부채를 줄이는 방법은 부실채권을 다 디폴트(채무불이행) 시켜버리는 거다.

▲홍 교수=성장을 멈춘 선진국에선 이게 이상할 게 없는 현상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적이 없다보니 두려워하는 게 있다.

▲이 교수=가계부채가 줄지 않고 경제 성장을 않는 상황에서 채권 리스크가 터지면 2금융권으로 갈수록 리스크가 더 커진다. 채무불이행도 2금융권에서 더 커질 수 있다.

간편한 대출이 문제인가?
▲홍 교수=시작부터 돈을 안 빌려주면 되는 거 아니냐고 말하기엔… 부채가 있어야 경제도 성장을 한다.

▲이 이사=인플레이션과 대출은 있어야 한다. 어느 정도냐가 중요한 거다. 악성부채가 발생하기 전에 사전에 솎아내 방어해야 하는데, 그러면 취약계층은 또 돈을 빌릴 데가 없다. 그렇게 되면 금융자유가 심각하게 훼손되면서 생명의 위협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할 수가 없다. 결국은 경제 전반을 건강하게 가꿔가는 수밖에 없다. 경제가 널뛰기를 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성장하면 문제가 없다. 그게 가계부채를 예방하는 방법이다.

고가 소비와 위험 투자의 반대편에는 '일하는 삶', 돈을 착실히 모으는 삶이 있다고 보는가.
▲이 이사=그렇다.코인하고 투자하는 반대편에서는 아르바이트를 2~3개씩 뛰는 애들이 있다. 서로 상쇄해주는 게 있어서 굴러간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회가 벌써 붕괴됐을 거다. 제도권에서 해줘야 하는 건 건강하게 가도록 만들어주는 것이고, 개인파산과 투자실패 이런 일이 안 생기도록 예방해주는 방법밖에 없다. 그것은 생활을 바꾸는 것이고, 결국은 교육 시스템이다.

▲이 교수=흡연 인구가 줄고 있다. 왜 줄고 있을까? 흡연의 비용이 커졌고, 규제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담배를 쉽게 피우지 못하게 됐고, 건강에 대한 계도도 이뤄졌다. 이런 것들이 종합적으로 흡연 인구를 줄였다. 마찬가지로 정상적인 범위를 넘어서는 투자는 건강한 경제활동을 어렵게 하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다. 단기 투자나 손실이 예상되는 부분에 부화뇌동하지 않도록 정부가 건전한 투자를 권장하는 일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내 경제활동의 모든 것은 내 책임이기 때문이다. 국가가 책임지는 게 아니라 내가 책임져야 하는 거다. 국가적으로는 건강한 경제활동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홍 교수=기본적인 맥락은 비슷하다. 그런데 저는 지금 정부가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중심으로 하는 성장에 대해 다시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술과 혁신의 허상이라는 걸 돌이켜볼 때가 됐다. 제조업처럼 실제 경제성장에 도움이 되는 사업보다 추상적인 부분에 집중하면서 경제가 더 나빠진다고 생각한다.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분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 경제교육이 중요하다. 지금 우리사회는 금융 교육을 ‘재테크’로 자꾸 호도한다. 재테크는 돈 있는 사람이 돈을 굴리는 것이다. 그런데 돈을 버는 게 경제교육이라고 착각한다. 제가 말하는 경제교육은 희소한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통한 합리적 의사결정을 가르치는 것이다. 이걸 초중고에서 가르쳐야 한다. 자기 생애주기에 있어서 소비활동의 기준점을 스스로 세울 수 있다는 게 장점일 것이다. 성장을 멈춘 국가에서는 10, 15, 20년을 보고 가는 게 필요하다.

‘명품’ 등 초고가 소비를 중심으로 한 소비 양극화의 심화, 투자자들 스스로가 도박과 투기라 부르는 변동성 큰 가상자산 투자 선호, 늘어나는 빚과 변제불능 사태들은 한국 경제의 미래에 대한 우려를 키운다. 자산 격차 좌절감과 불로소득 욕망이 뒤엉키는 사이 물신주의는 강화되고 노동 가치는 하락했다. 국민일보 좌담회에 참석한 경제 전문가들은 청년의 무기력증을 예방할 대책이 필요하며, ‘재테크’와 구별되는 진정한 경제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권현구 기자

현재까지는 그런 게 없었나?
▲홍 교수=없다. 아이 엄마들이 ‘성인 될 때까지 1억원 만들기’ 이런 걸 가르치는 실정이다. 어느 유투버 아이의 엄마가 육아 저서의 서평을 부탁해왔는데, 나는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은 아이에게 그런 걸 주입하면 안 된다”고 했다. 아이에게 “네 인생의 목표가 2000억원을 버는 것이라고 말하면, 그건 영원히 달성하지 못하니까 불행할 것”이라는 코멘트를 했다. 그게 우리가 처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사회가 아이에게 그런 걸 자꾸 강제하는 게 미래 세대에게는 불필요한 결과를 초래할 거라고 본다.

▲이 이사=교육은 중립적이어야 한다. 모두가 ‘포레스트 검프’가 될 수 없고 스티브 잡스가 될 수 없다. 건강하고 평범한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어야 한다. 1억원 투자해서 100억원 만드는 걸 왜 교육하나.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이 교수=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다 양극화다. 정치도 그렇고. 그러다 보니 사회적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소비의 양극화를 강의 양쪽이라고 볼 때, 하단에 있으면 상단으로 가고 싶은 건 당연하다. 그럼 행복하지 않을 것 아니겠나. 같이 살고 있는데 상대는 명품을 소비하면 마음이 급하지 않겠나. 강을 건너려면 방법은 리스크를 잡는 거다. 리스크가 커지면 성공할 확률은 희박하고, 오히려 나락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걸 국가에서 어떻게 예방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그걸 정부가 고민하지 않으면 국가의 미래가 어두울 것이다.

이슈&탐사팀 정진영 이택현 김지훈 이경원 기자 young@kmib.co.kr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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