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지역 명물은? 숙소는? 교통편은? 여행자 맞춤 구성해 상품 경쟁력 높이죠

성선해 2023. 6. 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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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필요한 교통편과 숙박·레저·기타 시설 이용권을 한데 묶어서 파는 것을 여행상품이라고 해요. 한정된 기간 낯선 여행지에서 적절한 관광·레저 및 여러 시설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즐길 수 있어 인기가 많습니다. 이러한 상품을 기획하는 사람이 바로 여행상품기획자예요. 회사원이지만 여행지 답사를 위한 출장이 잦기 때문에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꿈의 직업이기도 하죠. 여행상품기획자는 무슨 일을 하고, 어떤 과정을 거쳐 될 수 있을까요. 서울시 중구에 있는 여행기업인 모두투어 본사에서 동남아 사업부 총괄 부서장인 이우연 이사를 만나 여행상품기획자의 업무에 대해 알아봤어요.

20년 차 여행상품기획자인 이우연 모두투어 이사가 여행상품기획자를 꿈꾸는 청소년을 위해 인터뷰에 응했다.

대학에서 호텔·관광을 공부한 이 이사는 세계의 다양한 문화와 관광지·관광시설뿐만 아니라 일상 탈출의 설렘과 행복도 판매하는 여행업에 끌렸는데요. 그는 모두투어 일본 사업부를 시작으로 20년째 여행상품기획자로 근무 중입니다.

"여행사는 여행자와 항공사, 여행사에서 의뢰받아 현지에서 호텔·차량·식당·액티비티 예약 등 투어 관련 모든 업무를 하는 랜드사 사이에서 알선·대리를 하는 관광유통업자예요. 그래서 여행업은 여행알선업이라고도 불리죠. 여행사 업무는 크게 상품기획·영업·지원 부분으로 나뉘어요. 여행상품기획자는 여행업을 이루는 구성 요소들인 항공·호텔·현지 관광 매력물 등을 고객(여행자)의 필요와 욕구에 맞게 최적으로 기획·구성하여 판매하는 직무로서, 여행사 업무의 꽃이라 불리죠."

모두투어 동남아 사업부 부서장인 이우연 이사가 근무하는 사무실 전경. 여행상품기획자는 평소에는 사무실에서 일하는 회사원이지만 상품기획과 고객 지원을 위해 여행지로 출장도 자주 간다.


여행상품기획자는 상품 기획은 물론 고객·항공사·랜드사 사이의 일까지 함께 다루다 보니 업무의 범위가 넓습니다. 모두투어 기준으로 여행상품기획자는 OP(operator), MD(merchandiser), SM(supplier management)으로 세분돼 있어요. OP는 단체 여행객을 대상으로 기획한 '상품 단체'를 운영해 매출을 극대화하는 직무죠. 상품 단체를 위한 기획부터 출시 후 모객, 고객의 출발·도착, 일정 종료 후 사후 관리까지 모든 행위를 '상품 단체를 운영한다'고 말해요. MD는 시장 분석, 상품 유통 판로 개척 및 상품의 노출, 상품의 기간별 수익률 예측 및 마케팅 업무를 진행하는 상품 판매 관리자예요. SM은 항공·현지 호텔 등 여행 구성요소와 서비스 전반에 대한 공급망을 관리하는 공급 관리자죠. 보통 팀장급이 SM을 겸하는 경우가 많은데, 동남아 사업부 총괄 부서장인 이 이사 역시 OP·MD·SM 직무를 모두 거쳤습니다.

여행상품기획자는 상품의 기획·홍보 및 고객 조력을 위한 출장도 잦아요. 이는 TC(Tour Conductor) 출장, 팸투어(familiarization tour), 인스펙션 투어(inspection tour) 등으로 구분하죠. "TC는 패키지 등 단체 여행의 인솔자로 나가서 공항에서 고객의 업무를 돕고, 현지 도착 후에는 로컬 가이드를 돕거나 관리·감독하는 업무예요. 팸투어는 현지 관광지·호텔 홍보를 위해 기자·블로거·여행 기획자·항공 기획자 등을 초청해 답사 형식으로 투어를 진행하는 것이죠. 인스펙션 투어는 현지 관광지·관광 일정을 개발하기 위한 시찰 여행을 말해요."

이 이사는 여행상품기획자의 업무를 설명하면서 전 세계 다양한 지역에 대한 정보와 여행 일정이 담긴 홍보물을 보여줬어요. 이런 다양한 일을 해야 하는 여행상품기획자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하는 소양부터 현직자의 뒷이야기까지 고일재·안수민 학생기자가 소중 편집부에 보내온 질문을 통해 알아봤습니다.

2018년 4월 말레이시아 페낭 섬으로 팸투어를 갔을 당시 많은 예술가가 남긴 벽화로 유명한 조지타운 벽화 명소의 거리에서 포즈를 취한 이우연 이사. 페낭은 한국의 부산 같은 큰 도시로, 이 이사는 페낭의 좋은 호텔과 관광명소를 국내에 소개하고 싶다고 밝혔다.

Q : 일재: 여행상품을 기획할 때 어떤 요소를 고려해야 하나요.

여행을 갈 고객의 욕구를 반영해야죠. 그런데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상품은 시대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여행의 트렌드를 읽을 줄 알아야 해요. 예를 들어 과거에는 태국 방콕이 동남아 여행 1번지였는데, 요즘 핵심 지역은 베트남이에요. 호텔 및 현지 여행 경비가 비교적 저렴하고, 고객이 만족할 만한 관광 매력물도 많기 때문에 경쟁력 있는 상품을 구성할 수 있죠.

이렇게 유행과 빅데이터에 기반해 해당 상품이 겨냥하는 고객층과 시장 상황에 맞춰 상품을 구성·기획한 뒤, 고객의 안전·편의성과 여행지의 접근성을 고려하죠. 여기서 말하는 안전은 검증된 현지 랜드사와 우수 가이드를 통해 투어 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태풍·지진 등 자연재해나 고객이 아플 때 등 위급상황 시 빠른 대처로 문제 발생을 최소화하는 것까지 포함해요. 물론 여행상품을 이루는 호텔·항공 등 구성 요소들의 원가를 통제해 상품 가격도 합리적으로 책정해야 하고요.

상품을 기획한 후에는 판매·유통 채널을 확보해 마케팅도 해야죠. 젊은 세대는 특히 감성에 충실하기 때문에 다양한 채널에서 오감을 자극하고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문구나 영상을 사용해 상품을 알립니다. 또 모두투어에서 기획한 여행상품을 판매하는 대리점에 제공하는 커미션도 여행상품 기획 시 고려 요소죠.

10여 년 전 배낭을 메고 라오스·미얀마 국경 지역으로 여행을 떠났던 이우연 이사의 모습. 업무를 위한 출장 외에도 여행을 즐긴다.

Q : 수민: 현재 상품 기획을 맡은 동남아는 다른 지역과 비교했을 때 어떤 특성이 있나요.

동남아는 각 여행사에서 차지하는 매출의 비중이 높아, 해당 부서 또한 중추적인 역할을 해요. 모두투어에서도 동남아는 모객 인원과 매출 기준 40%대를 점유할 정도로 중요한 지역이죠. 동남아는 비교적 단거리이면서도 고객이 상품 가격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역이란 특성이 있어요. 여행상품의 판매채널도 유럽·미주·대양주 등 장거리 여행지에 비해 다양하기 때문에 경쟁도 그만큼 치열합니다. 또한 동남아는 휴양지 노선이 많은데, 이는 호텔·리조트의 가격·시설 경쟁력과도 직결돼요. 따라서 지역별로 경쟁력 있는 호텔·리조트와 항공 공급석을 확보하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Q : 일재: 그간 기획한 여행상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상품은 무엇인가요.

일본 상품 기획 실무자로 근무했을 때는 북해도(홋카이도) 전세기 상품이 기억에 남아요. 북해도는 여름에도 시원한 지역인데 온천 관광과 연계해 전세기를 띄우는 여행상품을 판매했었죠. 여행사에서는 사전 항공요금을 선납하고 비행기를 전세 낸 뒤 (여행상품과 연계해 좌석을) 판매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걸 '통챠터'라고 해요. 일본 사업부에 근무했을 때 7~8월에 300석의 통챠터 전세기를 11회 정도 띄운 적이 있어요. 미판매 시 그대로 여행사의 손실로 이어지기 때문에 상품 기획 및 판매가 설정, 적절한 채널을 통한 사전 판매 등 모든 것이 잘 이뤄져야 했죠. 당시 저는 이걸 중장년·노년층을 겨냥한 삿포로·도야·노보리베츠·오타루·죠잔케이 지역 온천 상품과, 젊은층을 겨냥한 후라노·비에이 꽃구경 및 이색 체험 상품으로 나눠서 판매했어요. 야근도 많이 하고 매우 힘들었지만, 성과가 좋아서 좋은 기억으로 남았죠.

일본 사업부에서 실무자·팀장으로 여러 경험을 한 뒤 동남아 사업부로 옮겨 2015년부터 팀장으로 근무했고, 현재는 총괄 부서장인데요. 동남아 사업부에서는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상품이 기억에 남아요. 코타키나발루는 보르네오섬 동부에 있는 말레이시아 사바주의 주도인데, 예전에는 괌·필리핀 등에 비해 고객에게 덜 알려진 휴양지였죠. 사실 코타키나발루는 휴양과 관광을 동시에 만족할 수 있는 천혜의 관광지예요. 연간 태풍에 피해가 없는 청정지역일 뿐만 아니라 세계 3대 석양, 반딧불 투어, 민속 마을과 키나발루산 국립공원 투어 등 여러 관광 요소를 갖췄죠. 접근성이 좋은 대형 리조트와 5성급 호텔들은 물론이고요. 그래서 코타키나발루의 장점을 다양한 채널을 통해 홍보했고, 그 결과 모두투어에서 판매하는 코타키나발루 상품이 국내 여행사 상품 중 꾸준히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어요.

필리핀 보홀의 명소 초콜릿힐 전망대 앞에 선 이우연 이사. 그는 여행지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즐기는 사람에게 여행상품기획자는 자신의 흥미와 적성을 발휘할 수 있는 직업이라 말했다.

Q : 수민: 여행상품기획자로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과 가장 힘든 순간이 궁금해요.

제가 기획·판매하는 여행상품이 '완판'이 됐을 때 보람을 느껴요. 앞서 제가 일본 사업부에서 맡았던 여름 북해도 전세기 상품을 언급했는데요. 진행 당시 오후 10~11시까지 야근을 많이 해서 힘들었어요. 하지만 준비한 상품이 모두 판매돼 회사에 큰 수익을 가져다줘서 뿌듯했죠.

Q : 일재: 여행상품기획자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하는 스펙은 무엇인가요.

학교에서 여행·관광업 분야를 전공하면 실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업무 관련 자격증은 국외여행인솔자(TC) 자격증, 항공사 좌석예약시스템 관련 자격증, SNS 마케팅 전문가 자격증 등을 꼽고 싶어요. 상품의 기획·구성도 중요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상품을 어떻게 잘 팔 것인가'에 대한 마케팅 요소가 특히 중요해졌어요. 유명 인플루언서의 SNS를 통해 상품을 판매하거나, 인플루언서와 패키지로 여행하는 콘셉트 투어 상품도 많이 늘었거든요. 어학 능력도 매우 중요합니다. 저는 일본어·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데요. 사실 일본 사업부에 처음 입사했을 때는 일본어를 잘하지 못했어요. 회사 근처 일본어학원 새벽반을 9개월 정도 다니면서 실력을 쌓았죠.

Q : 수민: 여행상품기획자를 꿈꾸는 청소년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어학연수, 다양한 해외여행과 같은 여러 경험을 쌓는 것을 추천해요. 여행상품기획자는 고객의 욕구에 부합하는 상품을 기획해 적시적소에 노출·판매하는 능력이 중요해요. 다양한 경험치를 통해 상황 대처 능력과 트렌드를 읽는 센스를 갖추면 업무를 할 때 많은 도움이 될 거예요.

■ 여행상품기획자가 추천하는 가족 여행지

천혜의 자연환경과 교육적 체험활동을 갖춘 휴양지인 필리핀 보홀. 모두투어 제공

이우연 모두투어 이사가 소중 독자 여러분의 여름방학을 위해 초·중학생을 포함한 가족이 즐기기에 적합한 여행지를 추천했어요.

"초등 고학년과 중학생이 동행하는 가족 여행지는 천혜의 자연환경과 교육적 체험은 물론 액티비티까지 가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인프라가 갖춰진 곳으로는 필리핀 보홀을 추천합니다. 요즘 떠오르는 여행지이기도 한데요. 국내에서 비행기로 4시간 반 정도면 도착할 수 있는 비교적 근거리 휴양 관광지예요. 보홀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수영장 시설은 물론 자연 친화적 환경에서 바다거북이·고래상어·반딧불·안경 원숭이 등의 동물을 가까운 거리에서 볼 수 있어요. 또 유네스코 자연유산인 초콜릿힐도 있으며 로복강에서는 크루즈 체험도 할 수 있죠."

■ 여행상품기획자의 가방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

「 여행상품기획자는 사무실 근무 외에도 업무상 여행지 출장이 잦은데요. 20년 차 베테랑 여행상품기획자이자 동남아로 자주 출장을 가는 이우연 이사의 가방에는 어떤 소지품이 들어 있을까요. "과거에는 종이에 인쇄된 지도를 휴대하기도 했지만, 요즘은 지도 앱을 통해 길을 찾고 이동도 현지 이동 수단 예약 앱을 통해 쉽게 할 수 있어서 소지품이 많이 줄었어요."

상비약: 설사약, 벌레 물림 약, 연고와 반창고, 두통약 등
겉옷: 얇은 점퍼나 카디건
업무용 물품: 노트북, e북 리더기, 와이파이 공유기, 멀티 어댑터, 360도 촬영 카메라, 보조배터리 등


그의 소지품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요. 첫 번째는 상비약입니다. 여행지에서 흔히 겪는 물갈이 대비용 장약, 벌레에 물렸을 때 바르는 약, 상처에 바르는 연고와 반창고, 두통약 등은 해외에선 구입이 어려울 수 있어 미리 챙기는 게 좋아요. 두 번째는 겉옷입니다. 무더운 동남아 지역은 버스·호텔·실내 관광지 등에서 에어컨을 강하게 틀기 때문에 필요하죠. 세 번째는 업무에 필요한 노트북 등 전자기기입니다. 자료 모니터링에 필요한 e북 리더기, 인터넷 연결용 와이파이 공유기나 유심칩, 여행지를 360도 촬영·기록할 수 있는 카메라 등이죠. 또 해외는 국내와 전압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해당 국가의 전압에 맞는 어댑터를 구비하는 게 좋아요.

글=성선해 기자 sung.sunhae@joongang.co.kr, 사진=이승연(오픈스튜디오)·모두투어, 동행취재=고일재(서울 강명초 5)·안수민(서울 동호초 5)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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