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요일日문화]"좋은 아침입니다" (*^▽^)/ 표정 이모티콘, '카오모지'를 아시나요

전진영 2023. 6. 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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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표정 드러내는 일본의 이모티콘
전각·반각 구분하는 일본어 특징 살려 개발

여러분 안녕하세요, 상쾌한 주말 아침입니다. ( ´ ▽ ` )?

갑자기 기사에 웬 이모티콘인지 궁금하시죠. 일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이처럼 기호로 만든 표정 이모티콘을 종종 볼 수 있는데요. 오늘은 일본의 표정 이모티콘 '카오모지'(顔文字)에 대해서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카오모지는 말 그대로 '얼굴'을 뜻하는 일본어 카오(顔)에 '문자'라는 뜻인 모지(文字)를 합성해 만든 단어입니다. 다양한 표정을 드러내는 이모티콘을 뜻하는데요. 사람의 웃는 얼굴부터 동물의 모습까지 다양한 표정을 오로지 컴퓨터에서 입력할 수 있는 기호들로 만들게 됩니다.

상황별 카오모지를 쓸 수 있도록 정리해놓은 사이트.(사진출처-시메지 홈페이지)

사실 알파벳 자판을 쓰는 영미권 국가에서는 표정 이모티콘은 ':-)', ':-(' 이런 식으로 얼굴이 가로로 누운 이모티콘을 쓰는 편입니다. 일본은 반면 똑바로 서 있는 사람의 표정인 정위형 이모티콘을 사용합니다. 가령 웃는 얼굴이라면 '(^○^)', 놀란 얼굴이라면 '((°Д°;)' 이런 식으로 쓸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유독 일본이 이러한 이모티콘 발명에 특화된 이유가 있는데요. 배경에는 일본어를 컴퓨터로 입력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일본은 전각과 반각을 구분해서 사용하는 나라기 때문인데요.

이렇게 비교하면 쉽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컴퓨터로 문서를 입력할 때 굳이 자간을 신경쓰지 않습니다. 한자와 한글은 글자 하나가 각각 1:1 정사각형 형태에 꽉 들어차는 전각문자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원고지 한 칸에 글자 하나를 쓰는 것처럼요.

이처럼 가로세로 비율 1:1인 기본적인 문자를 전각이라고 할 때, 가로와 세로 비율이 1:2인 문자는 반각이라고 합니다. 반각의 가로 폭이 전각의 절반인 셈인데요. 우리나라에서는 한글과 한자는 전각, 알파벳과 숫자는 반각으로 자동 입력이 되기 때문에 사실 이는 구분해서 써야 할 문제로 여겨지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이를 구분해놓습니다. 일본 컴퓨터 키보드나 노트북에는 반각과 전각을 변환하는 버튼이 있습니다. 논문이나 레포트를 작성할 경우 히라가나와 가타카나는 전각으로, 숫자와 영어는 반각으로 작성하는 일이 많습니다.

일본 컴퓨터 키보드의 전각과 반각 전환 키.(사진출처=with pc 홈페이지)

그러나 이마저도 사용처에 따라 다릅니다. 전각과 반각 구분이 실감 날 때는 관공서 문서나 인터넷 회원가입을 할 때인데요. 주소를 입력하고 확인 버튼을 눌렀는데 숫자를 전각으로 입력해 달라고 에러가 뜰 때가 있습니다. 전각으로 바꿔 입력하고 다시 확인 버튼을 눌렀는데 이번에는 번지수를 나타낼 때 쓰는 기호 '-'가 반각이니 전각으로 입력해달라고 하는 식입니다.

번거롭기는 하지만 이렇게 전각과 반각을 구분하는 덕분에 카오모지 발명자들은 섬세하게 간격을 조정해가며 다양한 표정을 만들 수 있게 됐습니다. 전각의 경우 컴퓨터에서 2바이트, 반각은 1바이트를 차지하기 때문에 컴퓨터에서도 변형과 조합이 자유로운 것입니다.

갑자기 이야기가 어려워진 느낌이 드는데요. 그렇다면 일본 최초의 카오모지는 언제 등장했을까요?

일본에서 처음 카오모지가 등장한 것은 1986년 6월20일이라고 합니다. 아스키 넷이라는 PC 통신 호스트 게시판 관리인이 '(^_^)'라는 이모티콘을 투고한 것이 시초라고 하는데요. 당시에는 이 이모티콘을 보고 웃는 얼굴이라고 알아차리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냥 기호인가."라는 반응이 대다수였다고 하네요.

이후 일본 대형통신사 NTT도코모의 쿠리타 시게타카라는 사람이 이메일에서 감정 표현을 할 수 있는 도구로 카오모지를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이모티콘은 우리가 아는 '이모지'(emoji)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됩니다. 현재는 윈도우나 안드로이드, Mac 등 웬만한 OS에는 이모지들이 탑재돼있죠.

결국 카오모지를 비롯한 이모티콘은 기술 발전으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변화하면서, 이를 효율적으로 전달하고 싶은 인간의 욕구가 반영된 산물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컴퓨터가 보급되고 온라인 통신이 활발하게 이용될 당시 등장한 카오모지. 앞으로 다가올 인공지능(AI) 시대에는 어떤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이 등장하게 될지 궁금해집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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