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평의 정원을 가진 여자 최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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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문수 기자]
▲ 여름 꽃들이 무성한 싱그러운 정원 모습 |
ⓒ 오문수 |
▲ 오후 햇살 아래 자주 차를 마시는 공간. 작은 철제 가제보 |
ⓒ 오문수 |
"아무리 많은 것을 소유해도 그 어떤 성취를 이룬다 해도 설렘 없는 삶은 곧 지루해지고 말 것입니다. 정원을 가꾸면서 제가 느끼는 가장 큰 기쁨도 매일 매순간 살아 생동하는 변화무쌍한 정원이라는 공간이 주는 설렘입니다."
상상 못할 곳에 자신만의 천국을 만들다
▲ 신우대 대밭 옆 천 평 녹차밭 모습 |
ⓒ 오문수 |
▲ 춤추는 정원의 소박한 나무 대문 |
ⓒ 오문수 |
▲ 정원에서 가장 고요하고 아름다운 명상의 집 모습 |
ⓒ 오문수 |
영화나 TV에 등장하는 재벌집 정원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지만 도시의 소음과 산만한 분위기에서 벗어나 처음 그녀의 정원을 방문한 사람들에게는 매력 만점의 힐링 장소이다.
고통스럽던 젊은 시절에 찾아온 명상
남편 김만수씨는 여수 시내에서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한의사다. 연세대학교 정외과 재학 중 민주화 운동을 하다 졸업 후 잡지사에 취직했지만 적성이 맞지 않아 다시 한의대를 다닌 후 한방병원을 개업했다.
약대 졸업 후 한의대생인 남편을 위해 10년 동안 약사로 재직한 최미숙씨는 학창 시절에 진보적 정치사상을 공부하기도 했다. 타고난 소심증 때문인지 사회변혁 운동의 중심에 서지는 못했지만 지식인으로서의 사회적 의무를 다하기 위해 치열하게 살았다.
무엇보다 가부장적 사회를 비판하는 여성해방 이론은 자유로운 삶을 담보하는 사상적 무기로 여겨졌다. 약사라는 직업 세계에서도 너무나 많은 불합리한 문제를 목격해야 했고 가사와 육아 등 여성에 대한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데 대한 불만으로 마음이 편치 않았다.
투쟁이 한계에 부딪혔을 때 운명처럼 명상이 다가왔다. 명상은 그 어떤 것보다 강렬하게 그녀의 존재를 깨웠다. 진보적 사상이 지배 이데올로기에 세뇌된 의식을 깨웠다면 명상은 존재의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한 영혼을 깨웠다.
운명처럼 만난 시골집과 '자인'
남편이 뒤늦게 한의대를 졸업하고 개원해 가정 경제를 책임지자 남편에게 "적어도 10년 동안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겠다"고 선언한 그녀는 약국을 그만뒀다.
"평생 내가 몰두할 수 있는 일, 수행적 삶과 병행할 수 있는 일, 거기다 재미있기까지 한 일은 어디 없을까? 하고 고민하고 있을 때 우연히 사놓은 항아리를 갖다 놓을 시골집이라도 한 채 구해서 조그만 텃밭이라도 가꾸면 재미있을 것 같아 봉수마을 맨 끝 산골짜기 집을 샀어요."
그녀의 멋진 정원을 본 사람들이 부러워하겠지만 처음 집을 샀을 때 정원은 허허벌판에 온갖 지저분한 가건물이 널려 있었다. 그녀가 좋아하는 꽃과 나무를 조금씩 사다 심으면서 정원 모습이 갖춰지기 시작했다. 집안일도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 정원을 만들겠다고 하니 주변 사람들은 은근히 비웃기까지 했다.
심지어 동네 사람들조차 사모님 소리 들으면서 치맛자락이나 날리고 다니지 왜 이런 험한 곳에 와서 고생하냐면서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때로는 너무 힘들어 "내가 도대체 왜 이런 데서 혼자 이러고 있지?"라는 회의가 들 때도 있었다.
▲ 아내와 함께 춤추는 정원을 방문하자 '자인'이 기타를 치고 최미숙(서있는 분)씨가 노래를 해 함께 7080노래를 합창했다. 왼쪽 모자쓴 분이 최미숙씨 남편인 김만수씨로 여수에서 한방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
ⓒ 오문수 |
정원 만들면서 인부들과 갈등이 생겨 힘들어하고 있을 때 '자인'이 환한 모습으로 웃고 들어왔다. '자인'은 명상센터에서 한 때 같이 공부했던 도반이다. '자인'은 오랫동안 명상과 더불어 차 공부를 해온 터라 차에 대한 미각과 지식이 뛰어나다. 그녀는 '자인'에 대해서 "우리 정원을 위해 신이 주신 선물이에요"라고 칭찬했다.
춤명상을 통해 평화가 찾아오다
▲ 돌담과 인생 나무 아래에서 즐거운 가든파티 모습 |
ⓒ 오문수 |
6월이면 그녀는 천 평 차밭에서 딴 차를 채취해 정성껏 차를 만든 후 지인들과 함께 정원에서 가든파티를 즐긴다. 김밥과 샐러드, 떡과 샌드위치, 과일만으로도 정원에 차려진 식탁은 풍성하기 그지없다. 거기에 '자인'의 기타연주, 길벗들의 시낭송, 중저음의 매력적인 목소리를 가진 남편의 노래와 그녀가 주관하는 춤 테라피까지 곁들이면 환상의 가든파티가 된다.
▲ 6월 가든파티 때 회원들과 함께하는 춤명상 모습 |
ⓒ 오문수 |
그녀는 20년 동안 손수 가꾸고 만든 정원에 대한 이야기를 책 <춤추는 정원>으로 출판했다. 그녀의 책을 두 번 읽으며 그녀는 셀리그만의 행복의 조건 5가지를 완벽하게 이뤄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만의 정원을 만들며 긍정적으로 변했고, 정원에 몰입했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춤추거나 가든파티를 즐기며 삶의 의미를 깨달았고, 자신의 힘으로 이뤄낸 멋진 정원에 대한 성취감을 맛보며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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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뉴스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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