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균기자의 한국 골프장 순례]남도 골프장 1번지 ‘포라이즌CC’

정대균 2023. 6. 16.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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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박태준 명예회장 승주CC로 92년 개장
스카이-베이-가든 총 27홀 회원제 골프장
南道 대표할 프리미엄 레저타운으로 재탄생
멀리 순천만, 여자만, 고흥만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전남 순천시 포라이즌CC. 포라이즌CC 제공

천혜의 입지조건

진입로에서 부터 마치 고향집에 온 것처럼 정겨움이 느껴진다. 양지 바른 언덕에 기와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그 앞을 실개천이 흐른다.

완만한 오르막 길에 들어섰을 때 자동차 라디오에서 타이밍 절묘하게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라는 가요 ‘향수’가 흘러 나온다. 까치들까지 대나무 숲을 총총 걸음으로 뛰어 다니며 먼길 달려온 길손을 반갑게 맞이 한다.

자주는 아니지만 올 때마다 ‘터 한 번 제대로 잡았구나’라는 생각을 하지 않은 적이 없다. 골프장에 들어서면 일단 탄성부터 나온다. 발 아래로 펼쳐지는 풍광 때문이다. 막혔던 체증이 일거에 뻥 뚫린 듯한 느낌이다.

승주CC서 포라이즌으로 개명

전남 순천시 별량면에 위치한 포라이즌CC(대표이사 김정수)다. 이 골프장은 ‘제철보국’의 신화 故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이 세계 100대 골프 코스를 목표로 지금으로부터 31년 전인 1992년에 개장했다.

원래 이름은 승주CC였으나 작년에 포라이즌으로 개명했다. 사계절(Four seasons) 천혜의 자연환경을 품고, 모기업인 포스코의 새로운 미래를 여는 재탄생을(Reborn) 기념하며, 수평선(Horizon) 에서 찬란하게 떠오르는 태양과 함께 라운드할 수 있는 골프장이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클럽하우스 스타트 광장에 고 박태준 전 명예회장이 개장 기념으로 식수한 향나무가 수호신 처럼 턱 버티고 서있다. 포라이즌CC

포라이즌이 개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전남 동부권에는 골프장이 전무했다. 전남 전체를 통틀어서도 광주CC를 비롯해 손에 꼽을 정도였다. 골프 불모지나 다름없던 전남 지역에 세계적인 수준의 골프장이 들어섰으니 이 지역민들이 느꼈을 자부심과 긍지는 이루 형언할 수 없었으리라.

붉은 노을 물든 순천만의 장관

총면적 2,082,645m2(63만평)의 27홀 코스(스카이, 가든, 베이)는 우리나라 골프장 중에서 최고 입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순천만, 고흥만, 여자만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곳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해질녁 붉은 노을로 뒤덮힌 순천만의 뷰는 스펙터클 그 자체다. 잠시 골프는 뒷전이고 풍광에 넋을 잃게 된다.

왜 포라이즌을 자연 속에 숨 쉬는 편안한 여유로움과 사계절 자연의 다채로운 변화를 감상하며 라운드를 할 수 있는 곳이라 하는 지를 금세 알 수 있었다.

코스 원설계자는 국내 코스 디자인의 1인자 장정원씨가 했으나 2006년에 로버트 트렌트 존스 디자인의 수석 디자이너인 개리 로저 베어드(미국)의 리뉴얼을 거쳐 새롭게 재탄생했다. 베어드는 이스트밸리CC, 파인비치골프링크스, 포천 아도니스CC를 설계한 코스 디자이너의 대가다.

남원 광한루의 오작교가 연상돼 춘향이 홀로 불리고 있는 베이코스 4번홀. 포라이즌CC

페어웨이 잔디는 한국잔디, 러프는 조시아 자포니카(들잔디-야지), 에이프런은 켄터키블루, 그린은 벤트그라스, 티잉그라운드는 켄터키블루다. 전체적으로 페어웨이가 넓지만 83개의 벙커와 워터 해저드가 적재적소에 배치돼 있어 전략적 플레이를 요구한다.

거대한 정원같은 조경

조경에도 심혈을 기울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나무를 대부분 원형 그대로 살려 우선 숲이 울창하다. 홀 마다 조경에 특성을 부여했는데 가든코스 8~9번홀에는 벚꽃터널, 가든코스 3~4홀 이동로에는 메타세콰이어 길과 편백숲 산책로를 배치하는 식이다.

잣나무, 히말리야시다, 느티나무 등 조경 교목에다 봄이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황매화, 금사매 등 다양한 조경 관목까지 다양한 수종들로 채워져 있어 마치 거대한 정원에 들어와 있다는 착각을 불러 일으키게 한다.

스카이코스는 순천만을 안고 있다. 해발 160m에서 120m까지의 완만한 지형에 바다와 산록을 두루 보는 위치에 있다. 페어웨이는 넓고 티잉 구역에서의 시야가 탁 트여 호쾌한 샷을 저절로 부른다.

베이코스는 해발 170m의 클럽하우스에서 시작해 다도해를 굽어보는 240m 높이 산등성이까지 오르내린다. 아름다운 홀과 전략적인 홀들이 조화를 이루며, 수도권 명문 골프장에서 볼 수 없는 다른 차원의 풍광과 흥미를 제공한다.

국내 회원제 코스 1위에 선정된 포라이즌CC. 포라이즌CC

가든코스는 조계산 방향의 산줄기를 따라 올라갔다가 순천만을 굽어 보며 내려온다. 스카이코스와 베이코스에 비해 전장이 약간 짧은 편이지만 자연 지형을 그대로 살린 코스 루트와 백두대간의 흐름을 만나는 풍광 속에서 도전적인 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

광한루와 태백산맥 등 모든 홀이 스토리

특별한 에피소드를 간직한 홀들도 있다. 베이코스 4번홀, 일명 ‘춘향이 홀’ 같은 경우다. 돌다리를 건너 그린으로 이동하는 홀로 남원 광한루의 오작교가 연상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스카이 8번홀은 ‘아멘코너’로 불린다. 마스터스 개최지인 오거스타 내셔널의 11~13번홀마냥 공략이 그만큼 어려워서다.

27개홀 중에서 가장 아름다우면서도 어려운 홀은 베이코스 7번홀이다. 포라이즌CC에서 가장 지대가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어 순천만, 여자만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어서다.

티잉그라운드 옆에는 전망대를 설치해 풍광을 감상토록 했다. 하지만 풍광에 너무 심취했다간 자칫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전장이 긴데다 항상 앞바람이 불어와 핸디캡 1번홀로 지정돼 있다는 걸 잊어서는 안된다.

울창한 숲속에 자리 잡은 16실의 글램핑장. 포라이즌CC

스카이코스 4번(파3)은 ‘한국 미(美) 홀’로 불린다. 바람 없는 날에는 이 홀 호수에 비치는 하늘과 산 그림자가 거울 속 다른 세상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가든코스 2번홀(파5)에 서면 조정래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책장을 넘기는 듯한 느낌이 든다. 순천 봉화산과 계족산, 멀리 광양 백운산의 첩첩산중 능선이 아스라이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 너머는 지리산이다.

프리미엄 레저타운 조성 계획

포라이즌은 회원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국내 9개 골프장 및 해외 12개 골프장과 제휴를 맺고 있다. 국내는 안성베네스트(경기도 안성), 한원CC(경기도 용인), 가야CC(경남 김해시), 보라CC(울산광역시 울주군), 라온GC(제주시), 대구CC(경북 경산시), 에이원CC(경남 양산시), 파미힐스CC(경북 칠곡) 등이다.

다양한 부대시설도 있다. 2014년에 준공한 40실 규모의 골프텔을 비롯해 16실의 글램핑장, 골프 연습장 등이다. 하지만 진정한 체류형 골프장으로 거듭나기 위해 조만간 프리미엄 레저타운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2022년에 리뉴얼을 마친 뒤 쾌적한 공간으로 탈바꿈한 포라이즌CC 클럽하우스 로비. 포라이즌CC

레저타운은 기존 골프텔을 직원 기숙사로 활용하고 조망이 빼어난 글램핑장에 들어서게 된다. 지향하는 컨셉트는 홍천 세이지우드, 가평 아난티 코드, 해운대비치 골프앤리조트다. 이를 위해 순천시와 MOU를 체결한 상태다.

클럽하우스도 2022년에 리뉴얼을 마쳐 쾌적한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클럽하우스 레스토랑은 남도의 맛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도록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제철 음식을 내놓는 걸 원칙으로 하고 있다.

주변에 송광사, 선암사, 순천만, 국가정원, 낙안읍성 등 관광지가 즐비해 가족단위 여행지로도 제격이다. 게다가 상사댐 계곡의 민물 매운탕, 벌교 꼬막, 순천 아랫장 노포들에서 맛볼 수 있는 다양한 식단들이 금강산도 식후경인지 식후경에 금강산인지 헷갈리게 한다.

돌아 오는 길, 골프장에 들어갈 때 들었던 ‘향수’의 후렴구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히리야’가 귓가에 맴돈다. 포라이즌이 준 감흥 또한 오랫동안 잊지 못할 추억으로 자리 잡을 것 같다.

포라이즌의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포스코와이드의 김정수대표. 포라이즌CC 제공

[인터뷰]김정수대표 “국내 최고 회원제 골프장으로 도약”

“그룹 명성에 걸맞는 명품 골프장으로 거듭나겠다.”

포라이즌과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 코리아를 총괄 책임지고 있는 포스코와이드 김정수 대표의 포부다. 그는 “새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는 심정으로 골프장 이름 변경에서 부터 클럽하우스 리뉴얼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했다.

김 대표는 이어 “최상의 코스 관리는 물론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으로 한 번도 방문하지 않은 골퍼는 있을 지언정 한 번만 방문한 골퍼는 없는 골프장이 되도록 하겠다. 국내 최고 회원제 골프장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강한 자신감을 내보였다.

임직원들의 그런 노력은 최근 결실을 봤다. 2023 MK 대한민국 골프장 평가에서 회원제 부문 전국 1위를 차지한 것.

순수 골퍼 3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포라이즌은 만족도 99.7점, 코스 관리 94.5점, 위험 관리 부문 100점, 시설 99.5점 등 대부분의 항목에서 고르게 최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향후 프리미엄 레저타운 조성에도 강한 자신감을 내보였다. 김 대표는 “체류형 프리미엄 레저타운 조성으로 순천시 관광 인프라를 구축하여 지역 내 소비 활성화 및 고용 창출에 기여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순천=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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