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밀고 파크골프장? 습지 옆에?... 고령군의 반생태적 행정

정수근 2023. 6. 14.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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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현장 확인해보니 부지 조성중... 하천점용허가 내준 환경당국도 문제

[정수근 기자]

 다산파크골프장 조성공사가 벌이지고 있는 곳(왼쪽 빨간 동그라미)은 넓은 의미에서 달성습지 영역에 포함된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1300만 영남인의 식수원 낙동강 둔치에 그리고 국내 최대의 내륙습지 중 하나로 일컬어지는 달성습지 지척에 파크골프장이 건설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고령군, 식수원 낙동강 둔치에 27홀 파크골프장 조성중

경북 고령군이 고령군 다산면 호촌리 일대 낙동강 둔치 2만7630㎡ 면적에 파크골프장과 양수시설(수중펌프), 이동식 관리실 및 화장실을 짓는 하천공사를 실시하고 있는 것을 대구환경운동연합 물하천위원회가 지난 12일 낙동강 현장조사를 통해 확인했다.

공사가 진행 중인 낙동강 둔치는 달성습지의 규모를 크게 잡으면 습지 영역에 포함될 수 있는 곳에 위치해 있다. 고령군은 이런 곳에 대규모 인파가 이용하는 시설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 
 
 천혜의 내륙 습지 달성습지 지척에 파크골프장을 짓고 있는 고령군.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파크골프장 조성 부지에서 발견된 야생동물 발자국. 삵과 너구리로 보이는 이들 야생동물들이 달성습지와 이곳을 오가며 살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달성습지는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 빚어놓은 천혜의 자연습지로 10여 종의 법정보호종과 각종 동식물들이 살고 있어 생물 다양성이 풍부한 내륙습지다. 낙동강 건너 고령군 다산면 쪽 둔치도 달성습지와 연결된 생태계로 야생동물들이 달성습지와 파크골프장 조성 부지까지 왔다갔다 하면서 살고 있다.
지난 12일 찾은 공사 현장에서 멸종위기종 삵과 너구리 그리고 고라니의 발자국들이 선명하게 찍혀 있는 것을 확인했다. 
 
 고령군은 '고령숲'을 조성해 이를 알리는 기념판을 설치했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파크골프장 부지 조성 현장엔 '고령숲을 조성하고 타임캡슐을 묻었다'는 내용의 표지석이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더군다가 파크골프장 공사 현장은 고령군에서 2011년 '고령숲'을 조성해 20년을 내다보고 '희망캡슐'이란 타임캡슐까지 묻은 곳이다. 고령숲 일대를 보전하겠다는 약속을 한 곳에 숲 대신 파크골프장을 조성하는 행정을 벌이는 것이라 고령군 스스로 논란을 만드는 셈이다.

달성습지 바로 지척에 하천점용허가를 내어준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 또한 문제다. 이 일대는 달성습지의 영역으로 달성습지가 습지보호지역이자 야생동물보호구역이다. 이런 사실을 잘 아는 환경부가 파크골프장을 허가내준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환경영향평가 해주고 하천점용허가를 내주는 환경부가 더 문제

지난 12일 현장을 함께 둘러본 대구환경운동연합 김우영 운영위원의 말이다.

"달성습지가 어떤 곳인가. 이곳은 멸종위기종 흑두루미와 재두루미와 같은 철새들의 낙원이었다.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흑두루미의 월동지로 이름을 날리던 그런 곳이 달성습지였다.

그런 달성습지를 복원하기 위해서 대구시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서 '달성습지 탐방나루조성사업' 같은 복원 공사도 진행했었는데 바로 지척의 고령군에선 습지를 훼손하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아이러니가 어디 있느냐? 고령군이 도대체 생각이 있는 지자체인지 모르겠다."

김 운영위원은 또 환경당국의 책임 또한 크다고 성토했다. 그는 "이런 사업의 환경영향평가를 해준 대구지방환경청과 하천점용허가를 내어준 낙동강유역환경청의 책임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면서 "달성습지를 보호하고 보전해야 할 환경당국이 달성습지 바로 지척에 달성습지와 연결된 생태계를 훼손하도록 어떻게 파크골프장 허가를 내줄 수 있단 말인가. 이는 환경당국의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대구지방환경청과 낙동강유역청을 비판했다.
  
 달성습지 지척의 파크골프장 부지 조성 현장.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다산파크골프장 조성 공사 현장.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김 운영위원의 말대로 달성습지는 1980년 말까지만 하더라도 유명한 흑두루미의 월동지였다. 흑두루미뿐만 아니라 각종 철새들이 찾아오는 천혜의 습지로 당시 이곳 농민들의 증언에 의하면 "공중에서 날아드는 새똥 때문에 우산을 들고 다녀야 할 정도였다"고 할 정도로 철새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대구 쪽으로는 성서공단이 들어서고, 고령군 다산면 쪽의 농업형태가 논에서 밭으로 그리고 비닐하우스 농업으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먹이터가 사라진 달성습지를 철새들이 더 이상 찾고 있지 않은 것.

달성습지가 겨울철새 도래지로서의 세계적인 명성을 잃은 이유다. 명성을 되찾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 지자체가 있는 반면에 습지를 훼손하는 지자체가 있다. 또한 훼손 행위를 허가해주는 환경당국이 있다. 이들이 빚어놓은 총체적 생태 파괴 정책의 현실이 이곳 다산파크골프장 현장에서 드러났다.

달성습지 복원이라는 큰 그림을 놓고 원점 재검토돼야

이미 고령군엔 파크골프장이 있다. 27홀짜리 파크골프장 조성공사 현장 바로 위에 고령군이 조성해둔 소규모 파크골프장이 있다. 이 파크골프장이 있는데도 또다시 그 아래에 대규모의 파크골프장은 조성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으로 보인다.
 
 공사 현장에 내걸린 현수막.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달성습지 지척 파크골프장 공사 현장의 하천점용허가 현황 알림판. 낙동강유역환경청이 하천점용허가를 너무 쉽게 내어준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지금이라도 이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 달성습지라는 세계적인 습지의 보전 관점에서 다시 생각해야 한다. 하우스 중심의 농사를 보조금 등을 통해서 노지 농업과 논농사 중심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통해 먹이터를 복원하고, 달성습지를 조금 더 생태적으로 관리해나간다면 흑두루미와 재두루미가 도래하는 세계적인 습지로 복원할 수 있다.

달성습지 복원이라는 큰 그림을 놓고 보면 고령군에서 추진하고 있는 다산파크골프장 건설사업은 근시안적인 행정이라고 볼 수 있다. 대구시와 고령군 그리고 환경부(대구지방환경청)이 머리를 맞대고 달성습지 복원 논의를 시작해도 벌써 했어야 이 시점에 습지로 들어가는 길목에 파크골프장을 조성한다는 건 반생태적 행정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다행히 아직 부지조성 중에 있고 본격적인 공사는 들어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이 사업은 원점에서 재검토왜야 할 필요가 있다. 습지에 시설이 들어와버리면 그 습지가 망가지는 것은 하루아침이기 때문이다. 고령군의 결단과 환경부의 자성이 특히 요구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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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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