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홀렸다, 다낭 옆 작은 도시…'일본식 다리' 들어선 사연
베트남 다낭 국제공항에서 자동차로 약 40분 남쪽으로 달리면 고도(古都) 호이안에 닿는다. 기원전부터 동양과 서양을 잇는 무역항으로 번성했던 호이안은 다낭으로 무역 중심지가 옮겨가면서 약 15만 명이 사는 소도시로 남았다.
현재 호이안은 한국인 관광객에게 당일 여행지로 인기인 도시다. ‘경기도 다낭시’라 불릴 만큼 친숙한 다낭에서 가까워서다. 그러나 고요한 휴식을 원한다면 호이안에 숙소를 잡는 게 좋다. 인적 드물고 고급 리조트가 모여 있는 호이안을 거점으로 근교를 여행할 수 있어서다.
유네스코가 인정한 다양성의 도시
까마득한 과거부터 여러 문명이 교차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평범해 보이는 유적도 특별하게 다가왔다.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둔 5월 말, 구도심을 관통하는 투본 강은 색색의 연꽃 모형을 실은 조각배로 가득 차 있었다. 불교 국가 베트남은 한국처럼 부처의 탄생을 기린다. 관광객이 소원을 빌며 강에 띄운 ‘소원초’를 감상하며 걷다 보니 구도심 중심에 떡하니 자리한 일본 다리(내원교)가 나타났다. 1500년대 후반에 이미 일본인 수백 명이 사는 마을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유적이다.
인력거가 줄지어 돌아다니는 골목에서는 중국을 만났다. 과거 중국인이 해신(海神)으로 받들었던 천후성모와 관우를 모신 ‘푸젠 화교회관’이 나타났다. 근대 서구의 영향도 호이안 구도심에서 마주쳤다. 가이드 라이 탄 망은 “노란색 외벽의 고택과 가죽공예 상점이 즐비한 건 20세기 초 베트남을 지배했던 프랑스의 흔적”이라고 설명했다. 일본과 중국, 프랑스가 공존하는 풍경 덕에 1999년 호이안 구시가지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시원한 바람 부는 해발 1500m 프랑스 마을
해발 1485m 정상부에 도달한 뒤 거대한 손이 다리를 떠받친 모양의 ‘골든 핸즈 브릿지’를 걸었다. 2018년 완공된 다리로, 바나힐스 최고의 명소답게 인파로 북적였다. 계속 걷다 보니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을 축소해놓은 듯한 고딕 양식의 생드니 성당을 비롯해 제법 진짜 같은 프랑스 거리가 나타났다. 한라산 8부 능선 높이에 이처럼 거대한 석축 도시를 만든 것이 놀라웠는데, 길 끝자락에서 ‘린쭈아린뜨 불교 사당’과 9층 석탑인 ‘린퐁탑’을 마주쳤다. 높은 언덕에도 어김없이 여러 문명의 흔적이 서려 있었다. 산 아래로 유유히 흐르는 구름이 신기했다.
호이안과 바나힐스를 오가며 몽고메리 링크스·BRG다낭·바나힐스골프클럽 등 여러 골프장을 지나쳤다. 모두 비슷한 거리에 있어서 골프 여행을 즐겨도 좋겠다 싶었다. 현지에서 만난 한국인 여행객 김모씨는 “호이안은 서핑이 유명한 다낭 미케비치도 멀지 않다”며 “일주일 동안 바다와 클럽을 오가며 ‘가성비 높은’ 베트남을 두루 누렸다”고 말했다.
럭셔리 리조트에서 ‘마음 챙김’ 해보니
‘포시즌스 리조트 남하이’는 호이안 구시가에서 자동차로 약 20분 거리 해변에 자리하고 있다. 포브스가 세계 6대 해변으로 꼽은 하미해변과 안방해변을 마당으로 두고 있다. 완벽한 입지 조건과 천혜의 자연만으로 충분한 쉼을 누릴 수 있지만, 리조트가 운영하는 ‘마음 챙김’ 프로그램도 추천할 만하다.
저녁에 연못 뒤로 지는 노을을 보며 자연에게 손편지를 썼다. 자연의 주파수와 가깝다는 432Hz의 싱잉볼 연주와 향초 냄새가 곁들여지니 마음이 차분해졌다. 마사지 받을 때도 싱잉볼 소리가 심신에 안정을 더해줬다. 야외 정자에선 오전에 맞춤형 요가 수업을, 오후엔 명상 수업을 진행한다. 린다 고 포시즌스 PR 담당 디렉터는 “프로그램 전반이 베트남 불교 지도자 틱낫한의 정신을 본받은 것”이라며 “리조트 자체도 예로부터 어부들이 풍요를 기원하던 불교사원 자리에 지었다”고 설명했다.
요리 배우고 맛집 탐방까지
포시즌스 리조트는 ‘오토바이의 나라’에 걸맞은 이색 투어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발랄한 디자인의 이탈리아 오토바이 브랜드 ‘베스파’를 타고 가이드와 함께 주변 관광지와 맛집을 방문하는 ‘푸디 베스파 어드벤처’ 이야기다. 다만 갑자기 찾아온 스콜 탓에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그래도 아쉽지 않았다. 바다를 바라보며 수영과 명상을 즐기고, 온갖 문명과 문화가 공존하는 도시의 매력에 취한 것만으로 충분했다.
■ 여행정보
「 인천국제공항에서 베트남 다낭 국제공항까지는 비행기로 4시간 걸린다. 시차는 한국이 2시간 더 빠르다. 환율은 1원이 18.25동(VND)이다. 베트남에서 사온 작은 사탕 한 봉지가 9만동(약 5000원)이었다. 베트남은 무비자로 최대 14박15일까지 체류할 수 있다.
포시즌스 리조트 남하이 투숙객은 요가와 명상 프로그램, 크리스탈 싱잉 볼 체험, 굿나잇 키스 투어스 등을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조식, 공항 왕복 교통편, 개인 비서 서비스, 세탁 서비스(하루 최대 6벌)도 무료다. 리조트에서 호이안 시내로 나가는 무료 셔틀버스는 하루 세 번(오후 3, 5, 8시) 운행한다. 바나힐스 투어(45만원), 베스파 맛집 탐방(20만원), 요리 강습(16만원)은 별도 요금을 받는다.
」
호이안(베트남)=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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