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건강] 간에 붙어있는 쓸개… ‘암 씨앗’ 담석·용종 경계하라

민태원 2023. 6. 13.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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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율 낮은 담낭·담도암
고령화·고지방식 등 발생률 증가
3㎝ 이상 담석·1㎝ 용종 절제 권고
초기 증상 없어 뒤늦게 발견 위험
오른쪽 윗배 통증·황달땐 의심


자신의 쓸개(담낭)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쓸개는 간 아래쪽에 붙어있는 길이 7~10㎝의 작은 주머니로, 간에서 생성된 쓸개즙을 일시 저장하며 소화를 돕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런 담낭과 쓸개즙의 이동 통로인 담도에 생긴 암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가장 최근인 2020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7452명의 쓸개 관련 암(담낭암 2708명, 담도암 4744명)이 새로 발생했다. 위·대장암 등에 비해 덜 알려져 있으나 주요 10대 암(9위)에 포함돼 있다. 발생률도 매년 증가 추세다. 고령화와 더불어 고지방 식이에 따른 담석 발생 등 위험인자의 증가 영향이 크다.


반면 5년 생존율(2016~2020년 기준)은 29%(담낭암 31.7%, 담도암 27.3%)에 불과해 꼴찌인 췌장암(15.2%) 다음으로 치료 성적이 안 좋다. 말기까지 특별한 증상이 없어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 대부분 발견되기 때문이다. 건강검진 시 복부 초음파검사로 우연히 발견되기도 한다. 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 간담췌암센터장인 홍태호 교수는 12일 “담낭·담도암은 서양에선 비교적 드물지만, 한국과 일본 칠레 인도 등지에선 비교적 높은 발생률을 보인다”면서 “더구나 예후가 나쁜 만큼 경각심을 가져야 할 암”이라고 강조했다.

담낭·담도암이 생기는 원인은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명확히 규명돼 있지 않다. 다만 위험인자에 대한 역학 연구는 다수 있어, 평소 이에 관심을 갖는 것이 현실적인 암 예방법이 될 수 있다. 담낭암의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는 담석이다. 담석은 쓸개즙의 찌꺼기(콜레스테롤 등)가 뭉쳐 돌처럼 변한 것으로, 오래 갖고 있으면 담낭벽을 자극해 만성 염증을 유발하고 암으로 진행될 수 있다. 담석이 있는 사람은 없는 사람보다 담낭암 발생 위험이 5~10배 높다.

서울성모병원 췌장담도암 협진팀 홍태호 간담췌외과 교수(제일 앞쪽)와 다학제 의료진이 담도암 진단 환자 사례를 검토하며 치료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홍 교수는 “근래 담석 환자들이 크게 늘면서 담낭암 발생이 걱정돼 ‘예방적 담낭 절제술’을 해야 할지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은데, 담석증 환자 중 담낭암이 발견되는 경우는 1% 미만이므로 담석이 있더라도 크기나 증상 등 의심 정황이 없다면 미리 담낭을 뗄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의 소견을 듣고 상황에 맞게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반적으로 3㎝ 이상의 담석은 담낭 내강을 꽉 채우는 효과가 있어 담낭벽의 암성 변화를 쉽게 유발한다고 보고돼 있다. 따라서 담석 환자는 초음파 검사 등 정기적 추적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

이밖에 석회화 담낭(담낭벽이 딱딱해짐), 담석과 동반된 췌담도합류 이상(선천적 기형), 만성 장티푸스 보균 등도 담낭암의 위험인자로 꼽힌다. 석회화 담낭인 경우 12.5~60%에서 담낭암이 발생한다는 연구가 있다. 장티푸스 보균자의 담낭암 상대 위험도는 최대 8.5배에 달한다. 장티푸스균은 담낭과 담즙에 오래 잠복하는데, 만성 감염이 담석을 형성하고 점막에 자극을 주거나 담즙을 발암성 물질로 변화시키는 것으로 추정된다.

담낭에도 위나 대장처럼 다양한 용종(혹)이 돋는데, 이 중 5~10%에 해당하는 ‘선종성 용종’은 담낭암이 될 위험이 커 유의해야 한다. 특히 크기가 1㎝ 이상, 50세 이상이면서 ‘무경형 단일 용종’, 담석이 함께 있는 경우라면 암 예방 목적의 절제가 권고된다.

담도암은 쓸개즙의 통로가 막히거나 정상 흐름에 방해되는 조건들(만성 담도염, 기생충 감염, 담도 협착 및 확장 등)이 만들어지면 강력한 화학물질인 쓸개즙에 오래 노출돼 발생한다. 담도 자체에 담석이 생기거나 담낭의 담석이 담도로 넘어오는 경우 만성 염증과 암 발생을 유발한다.

홍 교수는 “다만 담도에 생긴 담석은 담낭 담석과 달리, 급성으로 담도를 폐쇄시키면서 담도염, 췌장염의 양상으로 발견되는 경우가 훨씬 많고 그 자체로 매우 위중한 상태가 되기 때문에 지체 말고 제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민물고기 생식에 의한 ‘간흡충 감염’에 각별히 유념해야 한다. 간흡충 감염과 담도암 발생의 연관성은 여러 연구에서 밝혀져 있다. 익히지 않은 날생선 섭취는 절대 금해야 한다. 아울러 담도의 일부가 주머니 모양으로 늘어나는 선천성 기형(담도낭)을 가진 경우 담도암의 전암 병변으로 여겨져 절제하는 것이 원칙이다.

담낭·담도암은 초기에는 증상이 없고 비교적 늦게 발현된다. 더군다나 효과적인 선별검사법이 없기 때문에 조기 발견이 힘들다. 담낭암의 60~90%는 이미 간 등 주변 장기를 침범한 상태로 발견된다. 담낭암 환자의 대부분이 담석증을 동반하고 담석증과 증상이 비슷해 진단이 매우 어렵다. 어떤 환자들은 오랫동안 담낭염으로 오인해 치료받기도 한다. 암이 담낭 내강으로 많이 진행돼 매우 커질 때까지 증상이 전혀 없을 수 있고 심지어 인접한 간으로 침범돼 들어가도 느껴지는 몸의 변화가 없는 경우가 흔하다. 그래도 의심 증상을 꼽자면 오른쪽 윗배에 뭔가 만져지는 느낌과 함께 지속적 통증이 가장 흔하고 오심, 구토를 호소하거나 진행된 경우 황달이나 식욕부진, 체중감소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담도암 위험 신호는 황달이다. 다만, 암이 커져 담도를 완전히 막기 전까지는 황달 증상 발현이 없어 진단이 늦기 십상이다. 피부 가려움증, 복통과 체중감소, 발열이 동반될 수 있다.

홍 교수는 “진단 당시 병변을 완전 절제할 수 있는 경우가 담낭암은 10~30%, 담도암은 40~50% 정도에 불과하다”면서 “수술은 암의 위치와 주변 혈관, 정상 담도와의 관계, 간 내 침윤 여부에 따라 다양한 방법이 적용된다”고 했다. 또 “완전 절제 수술 후에도 절반 이상에서 재발을 겪기 때문에 아주 초기인 경우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환자들이 보조 항암요법을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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