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테일 빠진 중소기업 기술보호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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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8일 발표한 '중소기업 기술보호지원 강화대책'을 놓고 중소기업·스타트업계는 정책적 디테일이 아쉽다고 표했다.
카카오 손자회사인 카카오VX와 기술침해 분쟁을 진행중인 박노성 스마트스코어 부대표는 "기술탈취 관련 모니터링 등 여러 대책이 발표됐지만 많이 부족하다"면서 "대기업이 중소기업 기술을 탈취했을 때 사업적 불이익을 받을 수 있겠다는 압박감이 필요한데 이런 부분에서 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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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유지계약서 작성 의무화해야"
정부가 8일 발표한 '중소기업 기술보호지원 강화대책'을 놓고 중소기업·스타트업계는 정책적 디테일이 아쉽다고 표했다. 기술탈취 행위에 대한 제재수위를 높였지만 대기업이 겁먹을 수준은 아니라는 의견이다. 기술탈취를 예방하기 위한 보다 확실한 의무규정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중소기업 기술탈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이번에 도입한 대책의 핵심은 사전예방과 처벌 강화다. 특허청·경찰청·국가정보원 등과 범부처 공조체계를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액을 기존 3배에서 5배로 높였다. '상생법'과 '중소기업기술보호법' 등으로 흩어진 기술보호 법체계도 통합한다는 구상이다.
대기업과 기술침해 관련 분쟁을 진행중이거나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인들은 정부의 이번 대책에 대해 아쉬워했다. 카카오 손자회사인 카카오VX와 기술침해 분쟁을 진행중인 박노성 스마트스코어 부대표는 "기술탈취 관련 모니터링 등 여러 대책이 발표됐지만 많이 부족하다"면서 "대기업이 중소기업 기술을 탈취했을 때 사업적 불이익을 받을 수 있겠다는 압박감이 필요한데 이런 부분에서 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스타트업 대표는 "징벌적 손해배상액이 높아졌다 하더라도 대기업이 자금력과 법무조직을 동원해 손해배상 기준액 자체를 낮추면 그만"이라고 꼬집었다. 중소기업이 피해액을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데 대기업이 관련 자료를 주지 않아 제대로 된 손해배상 기준액을 산정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를 바탕으로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해봤자 대기업이 큰 부담을 느낄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협업을 진행할 때 비밀유지계약서(NDA) 작성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도입했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상생법에 NDA 체결 의무화 조항이 있지만 이는 수·위탁 거래 관계에만 적용된다. 대기업이 스타트업과 본계약을 체결하기 전 협업 단계에서 기술 관련 자료를 요구해 핵심 기술을 도용하는 사례가 최근 자주 발생하고 있다. 카카오헬스케어와 기술분쟁중인 송제윤 닥터다이어리 대표는 "대기업과 협업할때 스타트업이 먼저 NDA를 쓰자고 요청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회의할 때 '팀장님 이건 기밀입니다'라고 못박지 않으면 다 잠재적 유출 대상이 되는 셈"이라고 했다.
중기부가 NDA 표준양식을 만들어 배포하고 작성 여부를 공증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2021년 NHN으로부터 기술침해 피해를 입은 김견원 에이치엠씨네트웍스 대표는 "NDA를 써도 대기업 법무팀이 제 입맛에 맞게 수정이나 삭제를 요구하는 사례가 많다"며 "중기부가 NDA 표준양식을 만들어 배포하고 기업이 이를 작성하면 공증해주는 프로세스를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기업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막아야 기술탈취 문제가 줄어들 것이란 의견도 있다. 박 부대표는 "고도의 기술보다는 아이디어 중심인 디지털 플랫폼 시장에서 지배적 사업자들의 기술침해 사례가 교묘하고 빈번해지고 있다"면서 "사후조치보다 예방이 중요한 만큼 이들의 무분별한 시장 진입 행위를 막을 행정적 허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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