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세 정도 돼 보이는 포로... 발굴 사진이 남긴 울림
[박도 기자]
▲ 1950. 8. 24. 6.25 전쟁 당시 피란민 행렬. |
ⓒ NARA |
'쿵쿵' 대포소리와 '따따따' 다발총소리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한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6월에는 현충일도 있나 보다.
나의 초·중등학교 시절에는 해마다 6월이 오면 "아, 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 날을"이라는 노래를 부르면서 뙤약볕 속에 6.25 전쟁기념 행사를 치렀다. 해마다 그날은 무척이나 무더웠다. 운동장에서 기념행사를 하노라면 뙤약볕에 지친 나머지 퍽퍽 쓰러지기는 학생이 있기도 했다.
나는 1950년 6.25전쟁 당시 여섯 살 소년으로 전쟁을 몸소 겪었다. 6.25전쟁이 일어난 지 한 달 후쯤인 7월 하순의 어느 날, 내 고향 경북 선산군 구미면 북쪽인 김천 쪽에서 '쿵쿵' 하는 천둥소리 같은 대포소리와 '따따따' 하는 다발총소리가 요란히 들렸다. 고약한 화약 냄새가 천지를 진동했다. 이어 우리 집 앞 도로에는 살림살이를 지게에 지거나 머리에 인 피란민들이 다급하게 남쪽으로 썰물처럼 내려갔다.
▲ 1950. 8. 16. 한반도를 초토화시킨 B-29 전투기들의 무차별 융단 폭격 장면. |
ⓒ NARA |
"남조선 인민들! 미제 쌕쌕이들의 불벼락이 쏟아지기 전에 날래 살던 곳으로 돌아 가라우."
▲ 미국 메릴랜드 주 칼리지파크에 있는 NARA |
ⓒ NARA |
미국 국립문서기록청(NARA)에 가다
나는 뜻밖에도 2004년 1월 31일부터 그해 3월 17일까지 40여 일 간 백범 김구 선생 암살범 안두희를 10여 년 끈질기게 추적한 권중희 선생을 모시고 미국 워싱턴 D.C. 근교 메릴랜드 주 칼리지파크 소재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을 찾아갔다. 우리가 그곳에 찾아간 목적은 백범 암살 진상의 흔적을 찾고자 함이었다.
▲ NARA 아키비스트가 필자에게 써준 메모지로 97-98%가 'Desroyed'됐다고 말했다. |
ⓒ 박도 |
▲ 1950. 8. 18. 미 8군 하사관이 가장 나이 어른 인민군 포로를 심문하고 있다(그의 이름은 김해심, 통역비서의 이름은 이수경이다). |
ⓒ NARA |
"박 선생, 이 사진 좀 보세요."
나이 어린 소년 인민군 전사가 다부동 전선에서 포로로 잡혀 미군 심문관에게 취조를 받는 장면이었다.
"6.25전쟁을 깊이 공부하고 대작을 쓰라"
"몇 살이나 돼 보여요?"
"글쎄요. 15~6세 정도로 보입니다. 제가 교단 이듬해, 서울 용산구 보광동에 소재한 오산중학교에서 중1 학생들을 담임으로 맡아 가르쳤는데 꼭 그 또래 학생 같네요."
"역시 훈장 티가 나는 말씀입니다. 저도 그 정도로 봤습니다. 당시 의용군으로 참전한 어린 중학생들은 부지기 수 였습니다."
▲ NARA 5층 사진자료실에서 박유종(왼쪽) 선생과 필자가 사진 채택여부를 토론하다. |
ⓒ 박도 |
"스캔하겠습니다. 번역해 주십시오."
1950. 8. 18. 장소 미상, 유엔군이 다부동전투에서 체포한 포로 가운데 가장 나이어린 인민군이다. 포로 이름은 김해심, 가운데 여비서(통역)의 이름은 이수경, 그리고 포로 심문관에 대한 설명은 아무 것도 없는데 팔뚝 견장 마크로 봐서 미8군 마스터 서전트 곧 하사관으로 보임.
나는 번역문을 메모한 뒤 즉시 그 사진을 스캐너 유리판 위에 놓고 클릭했다. 그 사진은 내 노트북에 저장됐다.
그날 밤 숙소에서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낮에 본 그 어린 포로 인민군 사진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잠자리에서 일어나 노트북을 열어 저장된 사진들을 불러내기 한 뒤 그 사진 속의 인민군 전사를 뚫어지게 살폈다.
▲ 1953. 6. 5. 서울, 6.25전쟁으로 교실이 불타버려 초등학교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수업을 받고 있다. |
ⓒ NARA |
"한국인은 지난 6.25전쟁으로 엄청난 수난을 겪었다. 하지만 이 땅의 작가에게는 크나 큰 축복이다. 국토분단에다 골육상쟁의 전쟁, 이보다 더 좋은 작품 제재가 어디 있느냐? 너희 가운데 누군가가 6.25전쟁을 깊이 공부하고 대작을 쓰라."
나는 대학 졸업 후 서부전선 최전방(당시 26사단 73연대)에서 보병소총소대장으로 심학산 밑 한강변에서 복무했다. 날마다 대남·대북방송을 짜증 나도록 들으며, 매주 수요일 수색작전 때면 휴전선 철책을 넘어오거나 넘어가지 못한 대남·대북 선전용 삐라들을 포대에 수거하면서 왜 동족끼리 강대국의 하수인으로 이런 유치한 장난을 하는가에 대해서 군복을 입은 사람답지 않게 몹시 분개했다.
▲ 1950. 8. 25. 기총소사로 들길에 나뒹굴고 있는 피란민 시신들. |
ⓒ NAR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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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호국보훈의 달 기념 NARA 소장 6.25전쟁 사진전 및 박도 장편소설 <전쟁과 사랑> 강연회 안내 *세 곳 모두 무료 입장으로 누구나 참석할 수 있음. 1) 강원도 원주: 2023. 6. 17. 오후 3시 원주시립도서관(033-737-4360) 1층 강의실 2) 서울 ; 서울 인사동 인덱스갤러리 2023. 6. 21- 6. 26. 오픈 식 및 저자 강연 6. 21. 오후 5시 (02-722-6635) 3) 경북 구미 : 2023. 6. 25. 오후 5시 삼일문고 (054-453-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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