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가 중요한 이유에 대해 아는 학생은 거의 없다" [김종성의 '히, 스토리']
[김종성 기자]
▲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5월 21일 일본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공동 참배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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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아베 신조 전 총리보다 이미지가 부드럽고 조직력이 약하지만, 한일관계에서만큼은 아베 신조보다 훨씬 많은 것을 챙기고 있다. 2015년 위안부 합의 때 아베 신조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형식적으로라도 사과를 했지만, 기시다 총리는 그마저 하지 않고 있다. 아베와 달리 그는 돈도 한 푼 안 들이고 강제징용(강제동원)과 위안부 문제 등을 끝내려 하고 있다.
아베 신조는 일본 자민당 최대 파벌의 리더인 데다가 대중적 지지도가 있어 상당 수준의 재량권이 있었다. 기시다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 한일관계에 오히려 위험하게 작용하고 있다. 최대 파벌인 아베파의 영향을 받고 극우세력의 눈치를 살피다 보니, 오히려 아베 신조보다 더 강경하게 나오고 있다. 기시다 내각이 독도에 대해서도 앞으로 더욱 공격적으로 나오리라는 우려를 낳는 대목이다.
지금, 독도와 관련된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 제안돼 있다. 지난달 25일 김영주 국회부의장을 비롯한 의원 10명이 발의한 '독도의 지속가능한 이용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다.
이들은 제안 이유서에서 "현재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적용 중인 교육과정에 따르면, 독도 교육은 범교과 학습 주제의 하나로서 의무교육이 아닌 권장교육으로 실시되고 있는데, 최근 독도에 관한 역사교육을 강화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발의 취지를 밝혔다.
또 "현재 법적 근거 없이 민간단체에 의하여 운영되고 있는 독도의 날 지정에 관한 사항과 독도 교육주간의 운영 등에 관한 사항도 현행법에 규정함으로써 독도와 독도교육에 관한 국민적 관심을 환기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학생을 대상으로 독도에 관한 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매년 10월 25일을 독도의 날로 지정하며 독도의 날부터 1주간을 독도 교육주간으로 설정하여 관련 행사·교육·체험학습 등을 실시할 수 있게 함으로써 독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제고하고 독도 관련 교육의 활성화에 기여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예전에는 '다케시마는 일본 땅', '다케시마는 일본 영토'라는 주장이 많이 들려왔다. 요즘엔 여기에 '고유'라는 문구를 추가해야 한다. '다케시마는 일본 고유 영토'라는 주장이 점점 더 자주 들리고 있다.
시마네현이 '다케시마의 날'을 제정한 2005년에 나온 이 문구는 지금은 일본의 대세가 되어 있다. <방위백서>와 <외교청서>에도 이 문구가 들어가 있고, 총리나 내각 각료들의 공식 표명에도 자주 쓰인다. 지난 3월 28일 문부성이 발표한 초등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에도 나타났듯이, 지금은 '고유 영토' 문구가 어린이 교과서에도 침투해 있다.
▲ 지난 3월 28일 일본 문부과학성이 교과서 검정심의회를 열어 2024년도부터 초등학교에서 쓰일 교과서 149종이 심사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그중 초등학교 사회와 지도 일부 교과서에서는 독도가 '일본 고유 영토'라며 일본의 영유권 주장이 강화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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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B는 독도가 처음부터 일본 땅이었다는 함의를 내포한다. 오랜 옛날부터 일본 땅이었으며 도중에 남이 차지한 적도 없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A를 배운 일본 세대에 비해 B를 배운 일본 세대가 독도에 대한 집착이 더 강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한국인 상당수는 B보다 A에 익숙해 있다. 일본의 도발을 A 수준으로 이해하는 한국인들이 여전히 많다. 일본인들은 이미 B단계로 넘어가 있고 초등학생들까지 B에 익숙한 반면, 한국인들은 A단계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 독도 수호에 빨간 불이 커져 있는 셈이다. 경보 발령이 절실한 분야는 여기라고 할 수 있다.
일본 내각이 다케시마 교육을 강화하는 것에 비해, 한국의 교육정책은 태평한 편이다. 김영주 부의장 등의 제안 이유서에도 나타났듯이, 한국의 독도 교육은 의무교육이 아니라 권장교육이다. 그래서 일선 학교장과 교사들이 적극 임하지 않는다면 독도 교육에 구멍이 나기도 쉬운 상황이다.
금년에 <열린교육연구> 제31권 제1호에 실린 허은철 총신대 교수, 최예솔 전남대 강사, 홍윤선 안양신기초등학교 교사의 공동논문 '독도 교육에 대한 초등교사의 인식 및 경험에 관한 질적 연구'를 읽어보면, 초등학교에서 독도 교육이 시행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교육의 강도가 상당히 느슨하다는 느낌을 감출 수 없다.
초등학교 교사 8명에 대한 심층 면접에 기초한 이 논문은 일선 교사들이 느끼는 독도 교육의 문제점을 이렇게 요약한다.
"본 연구에 참여한 교사들은 독도 교육이 학교 교육과정에서 소외되어 있는 점, 그래서 수업 시수를 확보하기 어렵고, 독도 교육을 깊이 있게 다루지 못하고 있는 점을 이야기했다."
심층 면접에 응한 어느 교사는 독도 교육이 의무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학교나 교사의 재량에 따라 이를 했다 안 했다 할 수 있는 거죠. 만약에 보고서를 쓴다고 하더라도, 사실 애들 하는 거 그냥 1~2장 사진 찍어서 제출하면 될 정도로 굉장히 빈약한 수준이라, 어떻게 보면 국가에서 독도 교육을 하라고 강요하지 않기 때문에 교사들도 멀어지고 있다고 봐도 된다고 저는 생각을 하거든요."
또 다른 교사는 수업 시간을 확보하기가 힘들다고 토로했다.
"다른 수업이 빡빡하게 이루어져 있는 편이라서, 독도 주간이 있기는 하지만, 사실 거의 1시간밖에 시수를 못 가져와요. 독도 시수가 따로 있는 경우가 별로 없거든요."
▲ 독도를 일본 고유 영토라 주장하고, 한국이 불법 점거를 계속하고 있다는 주장을 담은 일본 정부의 ‘2023 외교청서’가 공개된 가운데, 4월 11일 오전 구마가이 나오키 주한일본대사관 대사대리가 외교부 청사로 초치되고 있다. |
ⓒ 권우성 |
대학 가면 알아서 잘들 하겠지 하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대학의 실태는 초중등학교보다 오히려 열악한 편이다. 위 심층 면접에 응한 교사들의 태도에서 느껴지듯이, 초등학교 선생님들은 어떻게 하면 학생들에게 독도의 중요성을 가르칠 수 있을까 하고 고민이라도 한다. 하지만 대학 사정이 그렇지 않다는 점은 굳이 강조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작년에 <독도연구> 제33호에 수록된 강경리 동서대 교수의 논문 '대학 교육의 독도 교육 발전 방안: 대학생의 독도 교육에 대한 경험과 인식을 바탕으로'는 대학 쪽이 오히려 더 열악하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대학생 17명에 대한 심층 면담 등을 기초로 작성된 이 논문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학생 두 명은 "독도가 우리나라 땅이라는 사실은 알지만 독도가 중요한 이유에 대해 아는 학생은 거의 없다", "학생들은 독도가 대한민국의 땅이라는 것은 알지만 구체적인 이유는 설명하지 못한다"라고 답했다.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인식이 막연하게 자리하고 있다는 대답이다.
또 다른 학생은 "대학교에 와서는 독도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라며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독도 관련 강좌를 찾아보고 챙겨 듣지 않는 이상 독도에 대해 배울 기회가 없다"라고 말했다. 초중등학교 때가 오히려 낫다는 느낌을 주는 대목이다.
일본 정부와 극우세력의 동향은 독도에 대한 적신호다. 한국의 부실한 학교 교육 역시 적신호다. 이런데도 윤석열 정부는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 않다. 김영주 의원 등이 발의한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다 해도 윤 대통령이 공포할 가능성이 있다고 장담하기는 힘들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독도 수호를 위한 경보발령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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