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 1인 가구를 위한 김밥학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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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희 기자]
김밥은 재료를 준비하는 것이 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 생활양식에 따라 마는 김밥의 종류가 달라지기 때문에 마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추천하는 김밥도 달라진다. 김밥 마는 것 하나에도 실사용자를 고려한 섬세한 맞춤 설계가 필요하다. 비혼 1인 가구를 위한 김밥 만들기를 준비했다. 편의점 김밥에 지쳤거나 홈메이드 김밥을 타인과 나눠 먹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글이다.
책 <에이징 솔로>(김희경)에 따르면 2021년 한국의 1인 가구는 2021년 기준 716만 6000가구로 전체의 33.4%에 이르렀단다. 혼밥이 더 익숙한 시대의 김밥은 피라미드처럼 쌓아 올린 스무 줄이 아닌 서너 줄에 가까울 것이다. 매일 2끼니 이상을 집에서 해결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장을 보더라도 냉장고에서 오랜 시간을 두어야 하기 때문에 음식물 쓰레기가 발생할 수 있다.
못 먹고 버리는 아까운 식자재가 없도록 규모에 맞는 장보기가 중요하다. 보유하고 있는 냉장고에 들어갈 자리가 있는지, 갖고 있는 반찬통에 정리할 수 있는지, 김밥 만들기로 재료를 대부분 소진할 수 있는지 등을 생각하며 구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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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리콘김발과 김밥김 김밥김은 직사각형이기 때문에 속재료의 양에 따라 가로로 둘 변을 조절할 수 있다. |
ⓒ 임은희 |
300g의 멥쌀로 밥을 할 때는 쌀과 물을 1:1의 비율로 맞춘다. 김밥은 고슬밥을 지어야 하기 때문에 쌀 300g에 물 250g 정도를 넣는다. 정확할 필요는 없고 1:1로 맞춘 후 물을 조금 덜어내면 된다. 소금, 설탕, 식초를 1:1:1로 섞어 단촛물을 만든다. 밥이 다 지어지면 단촛물을 조금씩 넣어가며 살살 섞는다. 식용유를 약간 넣어주면 나중에 밥을 고르게 펴주는 역할을 한다. 단촛물을 만들기 어렵다면 마요네즈를 사용하자. 마요네즈에는 식용유, 설탕, 식초, 소금, 계란이 들어간다.
김밥 속재료로 많이 사용하는 것들은 햄, 어묵, 오이, 당근, 계란, 시금치, 단무지 등이지만 먹고 싶은 것을 넣어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오이나 당근의 경우 생으로 먹거나 샐러드, 볶음밥 등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집에서 끼니를 자주 해결하는 사람이라면 넉넉하게 구입해도 괜찮다. 고수, 상추, 깻잎 등의 채소는 냉장고에 오래 둘 수 없는 종류니 먹을 만큼씩만 구입하는 것이 좋다.
어묵, 유부, 우무, 건두부 등도 너무 오래 두면 소비기한을 넘겨버릴 수 있으므로 남은 재료는 냉동실에 얼리거나 떡볶이, 라면 등에 넣어 먹는 것이 좋다. 참치는 그냥 먹거나 유부초밥, 김치찌개 등으로 활용 가능하다. 참치캔은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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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밥 속재료 재료 준비할 때는 냉장고 규격, 반찬통 수, 먹는 사람의 수 등을 고려해야 한다. |
ⓒ 임은희 |
김밥 전문점에 가면 재료 손질 시간이 따로 있거나 손질을 위한 별도의 인력이 존재한다. 규모가 큰 김밥집의 경우 오이, 당근 등을 손질하는 사람, 햄과 어묵을 볶는 사람이 따로 존재할 정도다. 재료 손질부터 김밥 세팅까지 한 사람이 다 하는 것은 초보자에게 버거운 일이다.
혼자 준비하는 김밥이라면 에너지 소모를 줄여야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하려는 마음 대신 준비하기 어려운 것들은 과감하게 구입하고 지치지 않는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밥키트를 사용했다고 집에서 만든 김밥이라는 본질이 훼손되지는 않는다.
'간단하게 김밥이나 잔치국수 만들어 먹을까?'라고 말하는 사람은 노동의 무게를 모르는 사람이다. '김밥이랑 잔치국수 어때요? 제가 도울게요.'라고 말할 줄 아는 사람은 그 무게를 아는 사람이다. 김밥 만들기의 기쁨과 슬픔을 아는 사람이라면 당신의 김밥을 함부로 폄하하지 않을 것이다. 완성도에 관계없이 주눅 들지 말자.
대나무발은 예쁘고 사진도 잘 나오지만 대나무 사이에 낀 찌꺼기들을 제거하고 통풍이 잘 되는 응달에 말려서 보관해야 한다. 관리가 까다롭기 때문에 대나무발을 비닐이나 랩으로 싸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실용성을 고려하면 실리콘발이 더 유용하다. 밥을 원통형으로 만들어주는 플라스틱 틀을 사용하기도 한다. 관리하고 쉽고 적당한 가격대의 제품을 선택하면 된다. 샌드위치처럼 김을 붙여 납작한 김밥을 만드는 방법도 있지만 전통적인 형태의 김밥을 말고 싶다면 꼭 있어야 하는 도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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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이계란김밥 재료가 없으면 없는 대로 소박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다. |
ⓒ 임은희 |
일반적인 의자의 높이는 아래로 힘을 주기에 너무 높다. 수평으로 움직일 일이 많은 식사, 독서, 공부 등과는 달리 김밥 만들기는 위에서 아래로 힘을 가해야 하기 때문에 높이를 고려하지 않고 앉아서 만들 경우 어깨에 부담을 줄 수 있다. 평소에 쓰는 의자보다 높은 의자가 없다면 좀 불편해도 서서 마는 것을 추천한다.
초보자가 김밥을 잘 말기 위해서는 초반에 누르면서 마는 힘을 조절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의자에 앉았을 때 김밥의 평면도가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면 김밥 말기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위에서 아래를 수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높이에서 김밥을 말아야 편하다.
한국의 식탁이나 책상은 70~75cm인 경우가 일반적이다. 의자는 보통 46~48cm 정도로 앉았을 때 탁자에 자연스럽게 손을 올릴 수 있는 높이다. 빌트인 주방작업대가 있는 오피스텔이나 아파트라면 75cm 이상의 조리대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엔지니어 스톤이나 인조대리석 마감이면 높이는 80cm를 훌쩍 넘는다. 이 부분을 고려해야 김밥을 예쁘게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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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치김밥 완성된 김밥에 깨를 뿌린다. |
ⓒ 임은희 |
3000~5000원 정도면 살 수 있는 김밥을 만들어보려고 하니 여기까지 왔다. 흔하고 익숙하다는 것이 쉽다는 뜻은 아니다. 먹기 좋은 김밥은 알고 보면 만들기 꽤 어려운 음식이다. 맛있고 속을 꽉 채운 김밥 앞에는 '가성비'란 수식어가 붙어야 입소문을 탄다. 사 먹는 사람들은 많은데 만드는 사람들의 전문성은 제로에 가깝게 치부한다. 아무리 성실하게 일해도 경력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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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부김밥 유부나 두부는 저렴하지만 건강에도 좋고 냉동 보관이 가능한 매우 유용한 식재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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