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가 세계경제 더 안좋게 보는 6가지 이유

한국개발연구원(KDI), 24일 글로벌경제리뷰(2023. 상반기) 발표

올해 세계경제 경제회복이 더딜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국책연구기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글로벌 경제가 더 큰 하방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평가했다.KDI는 글로벌 금융시장 여건 악화, 가계와 기업의 높은 부채, 고물가 장기화, 신흥국 및 개발도상국 국가부채 문제, 중국경제 회복 지연, 지정학적 긴장 심화가 세계경제 회복을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거라고 봤다.

24일 KDI는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KDI 글로벌경제리뷰(2023년 상반기)’를 발표했다. KDI는 “미국과 유럽의 은행부문 불안과 높은 부채 수준 등으로 글로벌경제는 더 큰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면서 주요 리스크 요인들을 언급했다.

KDI는 하반기 글로벌 경제 회복을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글로벌 금융시장 여건 악화’를 지목했다. 금리 상승 영향으로 은행과 비은행부문 취약성이 증대돼 글로벌 금융시장 여건이 추가적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봤다. 다만 “올해 3월 미국 지역은행 도산과 유럽 대형은행 유동성 위기로 금융불안에 대한 우려가 심화됐으나, 이후 연준의 유동성 공급과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금융 지원 등으로 완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계와 기업의 높은 부채 수준’도 세계경제 회복을 더디게 하고 있다고 봤다. 기업과 가계 부문의 부채 수준이 역사적으로 높은 가운데, 변동금리부채 비중이 높은 국가를 중심으로 부채부담이 누적되거나, 연쇄파산이 발생해 투자와 소비를 크게 위축시킬 우려가 적잖다고 봤다.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많은 국가에서 높아졌던 부동산 가격은, 최근 고강도 통화 긴축 등으로 하락 추세가 나타나고 있어서다. KDI는 “변동금리 부채 비중이 높은 국가들은 주택가격 상승률 하락에 더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물가 장기화’ 조짐도 우려를 높이는 요인이다. KDI는 노동시장 견조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이 더 장기화되거나 향후 중국 경제가 회복되면 근원소비자물가와 기대인플레이션이 파급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이에 따른 중앙은행의 강력한 긴축 통화정책은 또다시 경제성장과 금융안정에 추가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부정적 연쇄효과 가능성을 우려했다.

‘신흥국 및 개발도상국’이 안고 있는 국가부채도 주요 리스크다. 이들 지역의 국가부채는 변동금리 형태와 미국 달러 대외부채 비중이 높아 선진국의 통화 긴축에 취약하다. KDI는 “ 향후 부채 구조조정 요청이 발생할 수 있으나, 채권자 구성이 더 복잡해지며 조정의 어려움 또한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KDI에 따르면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한국, 러시아 등 22개국이 속한 채권국 모임인 파리클럽 채권 비중은 39%(1996년말)에서 12%(2020년 말)로 줄어든 상태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최근 저소득 국가들은 중국이나 인도,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파리클럽이 아닌 국가에게서 돈을 빌리는 비중이 늘고 있다.

중국경제회복 지연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하방 요인이다. 방역조치 해제에 따른 경제활동 재개로 중국의 경제회복 기대가 높은 상황이나, 부동산 경기 둔화와 공급망 문제로 인해 중국 경제회복 지연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KDI는 “중국의 부동산 부문은 작년 11월 발표된 지원조치로 부진이 다소 완화되는 모습이나, 부실 기업 비중이 여전히 높아 향후 경기 회복을 제약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갈등에 따라 높아지는 지정학적 긴장도 세계 경제 하방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의 파편화 지속은 세계무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KDI는 “러시아의 식품 및 비료에 대한 수출금지 조치, 미국의 반도체 무역 제한 등 무역 장벽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며 “경제 파편화 심화는 노동과 상품, 자본의 국경 간 이동을 제한하고 생산비용을 증가시켜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세종 = 이은주 기자 golde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