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사람들도 잘 모르는 풍경, 여긴 똥마저 아름답다
[정수근 기자]
▲ 첩첩산중으로 둘러싸인 강원도 인제군. 그 사이를 아름다운 소양강이 흘러가고 있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남준기 <내일신문> 기자는 일본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한 소장을 두고 "대한민국에서 야생동물을 통합적으로 설명해줄 수 있는 유일한 이"라고 설명했다. 야생동물도 전공에 따라 다양한 계통으로 나뉘는데, 그 모든 야생동물들을 두루 접하고 '통섭'한 이가 바로 한상훈 소장이라는 설명이다.
한 소장이 오는 23일 창립하는 '한국수달네트워크' 초대 공동대표로 추대된 것도 이러한 배경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 무인센서카메라를 살펴보고 있는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한상훈 소장.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그는 벌써 4년째 인제에 머물며 야생 세계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지난 13일 '소리로 만나는 산새 투어'를 통해 그와 함께 인제의 자연 속으로 들어가봤다(관련 기사 : 새벽 산새 소리를 들으며 자연과 교감하는 이들 https://omn.kr/23x3e).
'산새 투어'를 마친 다음날 좀 더 다양한 인제의 야생을 접하고자 그를 따라 길을 나섰다. 인제는 군인들의 도시이기도 한데, 군부대의 훈련터를 만들기 위해 몇 개의 마을을 이주시키기도 했다. 그곳엔 거대한 군사훈련장이 마련됐지만, 역설적이게도 사람들이 떠난 그곳의 자연은 되살아났다.
▲ 담비.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2021.12.24. 인제 진동리에서 촬영 |
ⓒ 한상훈 |
▲ 무인센터카메라에 담진 멸종위기종 야생생물 1급 산양의 아름다운 모습 |
ⓒ 한상훈 |
인제의 야생동물 |
ⓒ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한상훈 |
야생의 열쇠 '똥'
우리는 그들이 다니는 길을 따라 올라가면서 그 흔적을 쫓았다. 그 흔적은 주로 발자국과 배설물이다. 깊은 숲에서는 발자국이 잘 보이지 않기에 주로 배설물을 찾게 된다. 그들의 똥이 바로 길이요, 야생의 열쇠인 것이다.
▲ 산양의 똥. 끝이 둥글지 않고 뾰족한 것이 특징.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 모양이 동글동글한 노루 똥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그는 "노루는 이동하며 똥을 싸기 때문에 주변 곳곳에 조금씩 흩어져 있는 반면 산양은 한 자리서 한꺼번에 배설하기 때문에 무더기를 이룬다. 그리고 산양 똥은 끝이 꼭지 모양"이라면서 두 똥을 비교해서 보여준다.
설명을 듣고 보니 두 똥이 다르게 보였다. 그러자 똥이 너무 아름답게 보였다. 일행은 서로 앞다투어 두 똥을 곱게 나누어 담았다. 마치 귀한 보석이라도 만난 듯.
아는 만큼 보이는 법. 곳곳에서 만나는 똥이 구분되면서 이곳은 노루의 길이요, 저곳은 산양의 길이 된다. 그 길을 따라 우리는 산양이 되기도 하고, 노루 궁뎅이가 되기도 하면서 산을 탔다. 즐거운 경험이자 귀한 체험이었다.
'비밀의 정원'이 된 이유
귀한 똥을 뒤로 하고 한 소장은 우리 일행을 더 아름다운 곳으로 안내했다. 일명 '비밀의 정원'이다. 인제 현지인들도 잘 몰라 찾지 않는 곳이라 한다. 마을 사람이 떠난 곳은 숲이 됐고 울창한 숲은 비밀의 정원이 됐다.
▲ 비밀의 정원. 다양한 나무들이 울울이 들어찬 그야말로 비밀의 정원이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 물까치 한 마리가 날아와 나뭇가지 끝에 앉았다. 녀석의 자유가 너무 부러웠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사람의 접근이 불가하니 신이 난 건 산새들이다. 때마침 물까치 한 마리가 나뭇가지 꼭대기에 들어서서 우리를 바라봤다. 박새 한 마리도 날아와 노래한다. 그 순간은 그들이 무척 부러웠다. 마음 내키는 대로 어디든 갈 수 있는 그들의 자유가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우리는 비밀의 정원을 지척에 두고도 들어가 볼 수 없으니 말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그래서 이 숲이 보전되고 있으리다. 바라만 보는 숲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사람의 접근이 허용된다면 이곳은 온전히 남아 있지 못했을 것이고, 비밀의 정원이 될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저 멀리서 바라만 봐도 즐거운 이유다.
일행은 다음 장소로 향했다. 목적지는 숲이 아닌 강이었다. 인제는 첩첩산중의 고장이기도 하지만 강의 고장이기도 하다. 설악산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아름다운 두 하천을 간직한 곳이다. 그 하나가 내린천이요, 나머지 하나가 소양강이다.
소양강 협곡의 아름다움과 소양강댐
▲ 맑고도 시린 소양강 강물이 힘차게 흘러간다. 그러나 6킬로미터 하류에서 강의 무덤인 소양강댐을 만난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도처에 호박돌이 즐비하고 그 사이로 맑고 시원한 물줄기가 흘러간다. 신발을 벗고 물길 속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물길 속에 서서 강을 바라본다. 차고 맑은 강물이 두 발 사이를 스쳐 지나간다. 그 소리만으로도 절로 힐링이 된다.
▲ 수달이 소양강의 큰 호박돌에 배설물을 남겼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이곳에서도 야생의 흔적은 목격됐다. 큰 호박돌에 수달의 똥이 남겨져 있던 것. 이 맑고도 아름다운 강에서 살아가는 수달은 얼마나 행복할까 잠시 생각해본다. 금호강의 수달과 너무나 비교가 됐다.
▲ 아미산을 둘러싸고 소양강이 협곡을 이루면서 아름답게 흘러간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한참을 강 속에 있다가 나와서 드론을 띄웠다. 협곡 전체를 바라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기대는 적중했다. 하늘에서 본 협곡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동강과 낙동강의 그 협곡이 고스란히 그곳에 들어차 있었다. 아니 더 아름다웠다. 생생히 살아있는 숲과 펄펄 살아 흐르는 강이라서 더 그렇게 느껴졌을 것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그 아름다운 물길이 6㎞ 아래서 소양강댐에 갇히게 된다는 점이다. 그곳은 강의 무덤이다. 어떠한 '야생'도 깃들 수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 소양강의 끝이다. 인제대교를 넘어 소양강댐과 만나 강의 무덤을 이룬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소양강댐을 비롯한 전국 댐의 한 컵의 물도 허투루 써서는 안 되는 이유다. 이 아름다운 협곡과 야생과 이야기를 '수몰'시키고 얻은 물이기 때문이다.
강원도의 힘
한상훈 소장으로부터 너무 귀한 선물을 받았다. 야생의 신비와 비밀의 정원, 그리고 소양강의 아름다움까지, 바로 대자연이라는 선물을 말이다. 강원도 인제에 가면 이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비로소 만날 수 있다. 그래서 이곳 인제를 다시 찾게 되는 것일 테다. 이것이 바로 강원도의 힘이 아닐까.
▲ 소양강의 맑은 물줄기 ⓒ 정수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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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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