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 산불 이재민들 "임시주택만 주면 뭐하나, 세탁기 하나 없어"

이재환 2023. 5. 18.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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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립식 임시주택도 2년 후엔 반납해야... "새집 지으려 해도 건축허가 늦어져" 하소연

[이재환 기자]

 
 홍성산불 이재민들은 지난 15일부터 집 근처에 마련된 임시조립식 주택으로 거쳐를 옮기고 있다.
ⓒ 이재환
 
지난 4월 2일 충남 홍성에서는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이후 산불로 집이 전소되거나 반소된 이재민들은 두 달 가까운 시간을 서부면에서 마련한 숙소에 머물며 생활했다. 대부분 농사를 짓는 이재민들은 집으로 돌아가 농사를 지을 날만 기다려 왔다.

지난 15일부터 이재민들은 집터에 마련된 임시 조립주택에 입주하기 시작했다. 홍성군(군수 이용록)은 총 32동의 조립식 주택을 짓고 이달 말까지 이재민들을 삶의 터전으로 돌려 보낸다는 계획이다.

이재민들이 하나둘 집으로 돌아가고 있지만 임시주택에서의 생활 편의 문제부터 피해 보상 문제까지 해결해야 할 숙제들이 쌓여 있다. 기자는 지난 16일과 17일 이틀 동안 서부면 거차리와 남당리, 양곡리 일대의 이재민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재민들은 8평 규모의 조립식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산불 피해를 입은 거차리 김종근(91)씨는 조립식임시주택에 대해 "세 명이 살기에는 좁다. 그럭저럭 나와 아내, 노인 둘이 살기에는 적당한 크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농기계가 대부분 타버렸다. 농기계를 다시 사더라도 들여놓을 공간이 없다. 농기계를 놓을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컨테이너도 신고가 필요해서 마음대로 들여 놓기가 어렵다. 돈도 없고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고 호소했다.

마침 집에 다니러온 김 씨의 아들 A씨가 말을 거들었다. 그는 "피해 보상금이 4000만 원 정도라는 이야기가 있다. 일단 대출이라도 받아서 집을 다시 지으려고 한다"며 "건축 허가를 신청한 지 2주가 지났지만 허가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이재민들을 위해 신속하게 행정 처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 날인 17일 오후 남당리를 찾았다. 이재민 전용태씨가 모내기를 앞둔 논에 물을 대고 있었다. 집 앞에 조립식 주택이 지어졌지만 그는 여전히 이재민 숙소에서 생활하고 있다. 낮에는 남당리 집으로 돌아 와서 농사를 짓고, 오후 7시 40분 막차로 서부면에 있는 이재민 숙소로 돌아간다. 그렇게 숙소와 농지를 오가며 생활을 한 지도 한 달이 훌쩍 넘었다.

 
 충남 홍성군 서부면 남당리. 이재민 전용태씨가 모내기를 앞 둔 논에 물을 대고 있다.
ⓒ 이재환
 
전씨는 "화재로 숟가락 젓가락 하나 남은 것이 없이 전소됐다"며 "식기류도 필요하고 무엇보다도 가장 급한 것은 냉장고와 세탁기 같은 가전제품이다"라며 "지금 당장 들어와 살기에는 아직 부족한 것이 많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재민들에게 더 큰 걱정은 따로 있다. 홍성군과 이재민 등에 따르면 이재민이 임시거주하는 조립식주택은 2년 후 반납을 하거나 매입을 해야 한다. 집이 전소되어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은 이재민들에게 2년 뒤에 또다시 주거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양곡리에서 만난 주민 B씨는 "귀농을 준비하면서 매주 시골집에 내려 와서 농사를 지었다"며 "하지만 산불로 집이 모두 타버렸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조립식 주택은 2년 후에 반납해야 한다. 사용하려면 따로 구입을 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며 "새로 집을 짓는다고 해도 2억 원 이상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보상 문제가 확실하지도 않다. 집을 다시 짓기는 해야할 것 같다. 그러나 결국 돈이 문제"라고 말했다.

홍성군 허가건축과 관계자는 "(건축 서류가) 접수가 되는 대로 최대한 빠르게 처리하고 있다. 농막 창고 같은 경우 임시창고로 하루만에도 처리가 가능하다"며 "이재민들의 겪는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 다만 신청을 해야 군에서도 민원을 인지할 수 있다. 산불 피해 사실 확인서를 제출하면 좀더 빠른 (행정)처리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민들에 대한 물품지원 관련, 홍성군(홍보전산담당관) 관계자는 "이재민들에게 전달되는 생필품은 기탁 받은 물품이다"라며 "밥솥, 냉장고 등의 생필품은 우선 지급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자원봉사 센터 등을 통해 이재민들에게 보낼 세탁기, 가스레인지, TV등의 물품을 기탁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6일. 홍성군 서부면 김종근 씨의 집터. 불에탄 집터가 모두 정리가 된 상태이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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