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가사도우미’ 저출산 해법될까?...여론 54% “도움 안 될 것” [민심레이더]

조동현 매경이코노미 기자(cho.donghyun@mk.co.kr) 2023. 5. 1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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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진영 반대 더 강해...75% “월 200만원 급여 너무 많아”
보수 50% “저출생 문제 해결에 도움 안 될 것”
싱가포르에서 일하는 한 필리핀 가사도우미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다. (매경DB)
정부와 서울시가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 시범 사업을 실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찬반 논란이 뜨겁습니다.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는 부모들의 육아 부담을 덜어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인데요, 다만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인에게 선뜻 육아를 맡기기 쉽지 않아 저출산 해소에 도움이 될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죠.

최근 고용노동부와 서울시에 따르면 정부는 다음 달 중 외국인 가사도우미 시범 사업 계획을 완성해 이르면 하반기부터 최대 100여명의 외국인을 비전문취업(E-9) 체류 자격으로 입국을 허가할 방침입니다. 근무는 집 안에서 생활하는 입주형이 아닌 출퇴근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입니다. 입주형으로 근무가 이뤄지면 가사도우미가 강제노동과 성폭력 등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죠.

구체적으로 정부는 건설업과 농축 산업 등의 비전문직 체류자를 대상으로 일시 취업을 허가하는 E-9 비자에 ‘가사근로자’를 추가해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희망자를 받을 방침입니다. 지난해 말 정부가 내놓은 ‘고용허가제 개편 방안’에도 이 내용이 담겼습니다. 현재 가사도우미는 우리나라 국민과 중국 동포에 한해 합법적으로 허용되고 있는데요, 해당 비자를 받으면 고용허가제 인력으로 정해진 사업장에서만 일할 수 있고 원칙적으로 3년간 체류가 가능하게 됩니다.

앞서 외국인 가사도우미 논란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해 9월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81(2021년 기준)이고 서울의 합계출산율은 0.63으로 인구 감소를 넘어 인구 소멸의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다. 한국에서 육아 도우미를 고용하려면 월 200만~300만원이 드는데 싱가포르의 외국인 가사도우미는 월 38만~76만원 수준”이라며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시작됐습니다.

그런데 외국인 가사도우미에게는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이 적용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정부는 국제노동기구(ILO)의 차별금지 협약 위반을 고려해 이들에게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을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경우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받게 되는 한 달 월급은 200만원 수준으로 오 시장이 언급한 금액과는 큰 차이가 있죠.

하지만 이는 국내 가사 도우미 시급에 비해 저렴한 수준인데요, 현재 한국인 가사도우미의 월급은 ‘시터넷’ ‘단디헬퍼’ 같은 관련 구인·구직 사이트 기준 300만원 내외, 전문성이 있는 경우 400만원대까지도 형성돼 있습니다. 중국 동포의 경우 이보다 조금 더 낮은 200만원 중후반대죠.

이번 정부의 시범 사업 추진과 함께 최근 국회에서는 최승재·김형동 국민의힘, 조정훈 시대전환, 양정숙 무소속 의원이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 시스템을 살펴보기 위해 4박 5일 일정으로 싱가포르로 출국하기도 했습니다. 싱가포르는 1978년부터 저임금 외국인 가사근로자 제도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습니다. 저출생과 노동력 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에 있어 외국인 근로자 정책에 초점이 맞춰지는 모양새라 관련 논쟁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입니다.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에 대한 여론은 어떨까요? 20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정치 커뮤니티 플랫폼 옥소폴리틱스가 “외국인 가사노동자, 저출산 해법 될까요?”라는 주제로 235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4.6%가 부정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긍정 의견은 19.5%, 중립 의견은 25.9%로 집계됐죠.

진보 진영의 반대 의견이 더 강했습니다. 진보와 중도진보 진영에서는 각각 75%, 65%가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에 부정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해당 진영에서는 외국인 가사도우미에게 지급되는 월 200만원 수준의 월급이 너무 많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보수와 중도보수에서도 각각 50%와 41.3%가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에 부정 의견을 피력했는데요, 중도보수 성향의 한 20대 남성은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가 도움 될 여지도 있겠지만 결국 근본적인 문제는 양육비인데 값싼 노동 인력 데려온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중도 진영 역시 부정 의견은 41.6%로 가장 많았는데요, 해당 정책이 저출생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중립 의견을 피력한 한 30대 응답자는 “어느 정도 수요가 있을 수 있으니 마냥 쓸데없는 정책이라고 보이지는 않는데, 그 숫자가 출산율 해결에 의미가 있겠느냐고 물어보면 그건 회의적이다”라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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