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덕연게이트]아난티와 관계 없다? 이중명 전 회장 주요 계열사 감사·사내이사 맡아

임정수 2023. 5. 16.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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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난티 지분 간접 보유한 중앙관광개발 감사…동신디앤엘 사내이사
오너일가, 여러 계열사 임원 겸직…옥상옥 가족기업 운영 지적

이중명 전 아난티그룹 회장이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發) 폭락 사태와 관련 주가 조작 연루 의혹을 받으면서 아난티그룹의 복잡한 지배구조도 재조명을 받고 있다. 이 전 회장의 아난티그룹은 삼성생명과의 불법 부동산 거래, 회계장부 허위 공시 등에 대한 의혹도 받고 있다.

이중명 아난티그룹 전 회장

오너일가, 핵심 계열사인 아난티 직접 지배하진 않아

아난티그룹은 주력 상장 계열사인 아난티를 중심으로 여러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아난티는 밑으로 아난티코브를 비롯해 아난티강남, 아난티한라, 에머슨퍼시픽베이징 등의 국내외 주요 계열사가 있다. 특히 아난티코브는 빌라쥬드아난티 PFV를 통해 부산 기장 오시리아 관광단지 내 '빌라쥬드아난티' 호텔·리조트 사업을 진행 중이다. 아난티에 대한 지배력 확보가 그룹 장악력의 핵심이다.

하지만 이 전 회장과 자녀들로 구성된 그룹 오너 일가는 직접 아난티를 지배하지 않고 있다. 현재 아난티는 중앙디앤엘(유)이 지분 12.09%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2대 주주는 대명디앤엘(유)로 11.6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중명 전 회장(2.34%)과 이 전 회장의 장남 이만규 아난티 대표(2.98%), 차남인 이홍규 전 아난티 재무관리이사(2.57%) 등이 각각 2%대의 지분만 갖고 있다.

아난티의 1·2대 주주 중앙디앤엘과 대명디앤엘은 중앙관광개발과 세종에머슨이 각각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2009년 중앙디앤엘과 대명디앤엘을 투자회사(중앙관광개발·세종에머슨)와 사업회사(중앙디앤엘·대명이앤엘)로 물적분할하면서 아난티를 지배하던 2개 회사가 4개사로 분리됐다. 지배구조상 아난티 위로 또 하나의 계층이 만들어진 셈이다.

아난티그룹의 옥상옥 지배구조는 중앙관광개발과 세종에머슨에서 그치지 않는다. 동신디앤엘과 대명디앤엘이 중앙관광개발을 지배하고 대림디앤엘이 세종에머슨의 지분을 다시 보유한다. 2009년 물적분할 이후 중앙디앤엘이 세종에머슨 지분 10%를, 대명디앤엘이 중앙관광개발 지분 30%를 교차 보유하는 구조도 만들어졌다.

최소 자본으로 그룹 지배력 높이려는 의도

이처럼 복잡한 구조의 지배구조가 형성된 데에는 최소한의 자본금으로 그룹 지배력을 높이려는 오너가의 의도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지배구조상 아난티 상위 계층 회사인 중앙디앤엘·대명디앤엘·중앙관광개발·세종에머슨·동신디앤엘·대림디앤엘 등은 대부분 출자 자본금이 5000만원 또는 1억원에 불과하다. 아난티의 시가총액은 15일 종가 기준 5750억원에 이른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핵심 상장사인 아난티를 직·간접적으로 지배하는 여러 주식회사와 유한회사는 비상장 상태로 계열사 간 거래나 자금 이동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면서 "이러한 복잡한 옥상옥·깜깜이 지배구조 때문에 아난티그룹은 지배구조 평가 전문 기관들로부터 낮은 등급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만규 대표 등이 소유한 중앙관광개발과 중앙디앤엘은 충청북도 진천군에 있는 아난티중앙골프클럽(GC)를 소유·운영하고 있다. 이홍규 전 이사 등이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명디앤엘과 세종에머슨은 세종시 전의면 소재의 세종에머슨CC를 소유·운영 중이다.

세종에머슨CC 전경.

오너일가, 주요 계열사 대표·임원직 사실상 독점

이 대표는 아난티 대표와 더불어 중앙디앤엘 대표, 중앙관광개발 사내이사, 아난티클럽서울 대표, 동신디앤엘 대표, 아난티코브 대표, 아난티강남 대표, 아난티한라 대표, 에머슨퍼시픽베이징 대표 등을 겸직하고 있다. 동시에 동신디앤엘과 중앙관광개발의 지분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홍규 전 이사는 아난티 재무관리이사 자리에서 내려오긴 했지만, 여전히 세종에머슨 대표와 대림디앤엘 사내이사 등을 맡고 있다. 두 회사의 지분도 상당 수 보유한 것으로 관측된다. 아난티와 관련 없다는 이 전 회장은 여러 그룹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아난티 지분을 간접 보유한 중앙관광개발의 감사 직책을 맡고 있다. 장남 소유 회사의 감사직을 맡은 셈이다. 또 동신디앤엘과 대림디앤엘의 사내이사직도 겸하고 있다.

지배구조 평가기관 관계자는 "이 전 회장과 두 아들이 계열사 임원을 겸직하면서 받는 연봉만 연간 수십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오너일가 2~3명이 여러 계열사 임원을 독점하는 사실상 가족회사 같은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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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수 기자 agreme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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