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교직원 9910명, 꽃 대신 '고소장' 받는 교사들

윤근혁 2023. 5. 15.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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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2021년간 전체 교원 2% 수준, 왜?... 스승의날 교원단체들 "아동학대처벌법 개정 요구"

[윤근혁 기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15일 오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동학대방지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 윤근혁
 
아동학대로 신고돼 2014년부터 2021년까지 아동학대행위자로 보건복지부에 등록된 유·초·중·고 교직원이 전체의 2%인 9910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보수와 진보를 막론한 교원단체들이 일제히 "가정 내 아동학대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처벌법이 교사들을 궁지에 내몰고 있다"면서 "아동학대 관련법을 교사에게 일괄 적용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시·도교육감협의회까지 오는 18일 총회에서 '아동학대 관련법 개정' 요구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교사노조연맹과 전교조, 각각 5만명 이상씩 서명운동

스승의날인 15일, 교사노조연맹은 '교사에 대한 무고한 아동학대 신고 피해 방지'를 요구하는 5만4446명의 서명지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아동학대처벌법 등 개정'을 요구하는 5만486명의 서명지를 각각 국회에 접수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도 "전체 교원 6751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결과 96.2%가 '정당한 교육활동·생활지도에 대해 민·형사 면책권 부여가 필요하다'고 답했다"라고 밝혔다.

한국교총과 교사노조연맹은 "고의 또는 중과실 없는 생활지도는 아동학대 행위로 보지 않는다"는 조항을 추가하는 국회 교육위 이태규 국민의힘의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대표발의(5월 11일)에도 적극 환영했다.

전교조는 15일 오전 11시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동학대 관련법은 상대적으로 고립될 수 있는 가정 내 아동학대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인데 이 법이 공적 공간인 학교 내로 적용되면서 교육현장의 갈등을 만들고 있다"며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을 통해 시·도교육청에 아동학대 전담기구 설치와 아동학대전담공무원 배치 조항 신설을 제안한다. 이들이 학교 내 아동학대 여부를 판단하여 동 기구에서 교사의 교육활동 관련 학생, 학부모와 교사 간 이견을 조정하고 갈등을 중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전교조의 이같은 방안은 '생활지도에 대한 교사의 면책권'을 주는 이태규 의원 발의안보다는 완화된 것이다.

강영구 변호사(법무법인 여는)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행법에 따르면 학부모가 아동학대를 의심하고 강하게 주장하면 학교장이 교사를 신고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와 전교조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1년까지 아동학대행위자로 등록된 유·초·중·고 교직원은 9910명이었다. 이는 2021년 현재 전체 교직원 50만859명 대비 1.98%로, 100명 가운데 2명의 교사가 아동학대행위자로 판정받은 것이다.

김민석 전교조 교권상담국장은 <오마이뉴스>에 "교직원 아동학대행위자는 지자체 공무원 등이 아동학대 행위로 판단한 수치인 점을 감안하면, 실제 학부모와 학교 관리자에 의해 신고된 교원 수는 9910명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실제로 수사기관에서 사건으로 처리되거나 교육청 징계위에 회부된 비율은 무척 적다. 이는 아동학대행위자를 광의의 개념으로 판단한 결과란 점을 알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이후 4년간 등록된 교직원 아동학대행위자 가운데 수사기관에서 사건화한 비율은 12.7%, 기소한 비율은 1.6%에 그쳤다.

나윤미 전교조 유치원위원장은 "학부모의 강한 의심만으로 상당수의 교사는 아동과 분리를 명분으로 한 담임교체, 병가와 휴직, 수사기관 피신고, 전수조사 등으로 이어져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게 된다"고 말했다.

"아무것도 안 해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교사들 자괴감
 
 교사노조연맹이 15일 오전 '교사에 대한 무고한 아동학대 신고 피해 방지'를 요구하는 교사들의 서명지를 국회에 내고 있다.
ⓒ 교사노조연맹
  
김용서 교사노조연맹 위원장도 이날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가르칠 수 있는 용기, 교실회복을 위한 토론회' 인사말에서 "학교 현장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자조적인 교사들의 목소리가 가득하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최소한만 수행하는 행위가 어찌 바른 교육이라고 할 수 있느냐"면서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와 빈번한 악성 민원을 방치한다면 학교 교육은 더욱 황폐화되고 교육은 제 기능을 다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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