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 도전, 이번엔 다를까

이준목 2023. 5. 15.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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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한 준비 기간 가지는 새 감독, 대진운까지... 손흥민 전성기 등 전력도 충분

[이준목 기자]

▲ 도하서 열린 AFC 아시안컵 조 추첨 결과 11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 추첨식에서 추첨 결과가 스크린에 공개되고 있다. 아시안컵은 내년 1월 도하에서 개최된다.
ⓒ 신화 / 연합뉴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클린스만호'가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장을 던졌다. 2023 AFC 아시안컵은 애초 올해 7월 중국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개최지가 카타르로 변경되면서 내년 1월로 미뤄졌다. 최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본선 조 추첨(5월11일)에서는 한국이 요르단-바레인-말레이시아와 함께 E조에 편성되며 무난한 대진운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AFC 아시안컵은 아시아 최고의 축구 국가대표팀을 가리는 아시아 축구 연맹 산하 최상위 대륙 국가 대항전이다. 1956년에 초대 대회를 시작하여 이번 대회로 18회째를 맞이한다. 최다 우승팀은 4회 우승의 일본이며, 중동의 '양강' 이란과 사우디가 나란히 3회로 그 뒤를 잇고 있다. 한국은 2회 우승으로 역대 4위다. 본선 승점으로 환산하면 한국은 124점(36승 16무 15패)으로 이란(142점)에 이어 역대 2위다.

한국축구는 대회 초창기인 1956년-1960년, 대회 2연패에 성공한 이후 반세기가 넘도록 아시안컵에서 정상에 올라보지 못했다. 21세기 이후로는 2015년 호주 대회 준우승이 최고 성적이었고, 직전 대회인 2019년에서는 벤투호가 대회 우승팀이기도 한 카타르에 패하며 8강에 그쳤다. 차범근, 홍명보, 최순호, 김주성, 박지성, 황선홍, 이영표, 기성용, 손흥민 등 한국축구사를 빛낸 수많은 레전드들도 아시안컵 우승만은 인연이 없었다.

한국은 아시안컵 본선 최다진출국(14회, 이란과 공동 1위)-최다 결승진출(6회)-최다 준우승팀(4회) 등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은 1988년 카타르 대회(준우승)에서 김주성은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아시안컵 MVP를 수상했으며, 조윤옥(1960년)-최순호(1980)-이태호(1988)-이동국(2000)-구자철(2011) 등 대회 득점왕은 역대 5명이나 배출했다.

기대치가 남다른 이번 아시안컵
 
▲ 성공적인 해외파 점검? 밝은 표정으로 답하는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4월 2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영국, 이탈리아, 독일을 돌며 손흥민(토트넘), 오현규(셀틱), 김민재(나폴리), 이재성(마인츠), 정우영(프라이부르크)의 경기를 살펴봤다.
ⓒ 연합뉴스
 
'아시아의 맹주'를 자부하던 한국축구는 월드컵에서는 아시아 국가로는 최초로 10회 연속 본선 진출에 성공했고, 2002년 4강, 2010년-2022년 16강 진출 등 굵직한 성과를 거뒀지만 정작 아시안컵에서는 재미를 보지 못했다. 한국은 경쟁팀들의 집중견제와 낯선 환경 적응에 실패하면서 이변의 희생양이 되기 일쑤였다.

한국이 우승을 차지했던 초창기 시절에는 참가국(4개국)의 숫자가 많지 않았고 전체 경기수는 고작 3경기에 불과했다. 또한 한국이 마지막 우승을 차지했던 1960년 대회는 우리 홈에서 열린 마지막 아시안컵이기도 했다. 역대 아시안컵 중 홈팀이 우승을 차지한 경우는 무려 7번이나 된다. 한국축구는 지난해 아시안컵 개최지 변경 당시 대회 유치에 도전했으나, 월드컵 개최국이자 '오일머니'를 앞세운 카타르에 밀리며 외교력의 한계를 드러냈다.

사실 한국축구는 세계 최고의 대회인 월드컵, 종합 스포츠 체전이자 병역혜택까지 주어지는 올림픽에 비하면 별다른 메리트가 없는 아시안컵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상대적으로 소홀한 편이었다. 일정상 홀수해에 4년마다 열리는 아시안컵이 그동안 월드컵과 불과 반년 정도의 간격을 사이에 두고 있었다는 것도 변수였다. 한국은 월드컵이 끝나면 항상 대표팀 감독이 교체되는 전통을 이어왔고, 새로운 감독이 부임과 동시에 짧은 준비기간을 거쳐 첫 대회로 나서는 무대가 아시안컵이다보니 최상의 전력과 조직력을 발휘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카타르월드컵이 끝난 후 물러난 파울루 벤투의 뒤를 이어 한국축구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선임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하자마자 이번 카타르 아시안컵 우승을 목표로 천명했다. 또다른 목표인 2026년 북중미월드컵 4강 도전을 앞두고 클린스만 감독의 '중간평가'가 될 수 있는 무대다. 이번에는 이전 감독들과 달리 클린스만호 출범 이후 1년가량의 충분한 준비 기간이 있다. 여기에 직전 월드컵에서 16강 신화의 좋은 추억을 남긴 카타르가 개최지인 데다, 그 핵심전력까지 고스란히 물려받은 대표팀인 만큼 기대치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무난한 대진표... 손흥민에게는 '우승 적기'
 
▲ EPL 100호 골 넣고 기뻐하는 손흥민 손흥민(가운데·토트넘)이 4월 8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통산 100골을 달성하고 기뻐하고 있다. 이날 손흥민은 브라이턴 앤드 호브 앨비언과의 2022-2023 EPL 30라운드 경기 전반 10분에서 자신의 EPL 100호 골을 터트렸다. 지금까지 EPL에서 통산 100골 이상을 기록한 건 손흥민이 34번째이며, 아시아 출신 선수로는 역대 최초다.
ⓒ AP=연합뉴스
 
다행히 조 추첨 결과 대진은 무난하다. 방심은 금물이지만 조별리그에서 속한 팀들중에 한국을 위협할 만한 전력의 팀은 보이지 않는다. 한국은 내년 1월 15일 바레인을 상대로 2023 아시안컵 첫 경기를 치른다. 이어 1월 20일 요르단을 상대로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르고 1월 25일에는 김판곤 감독이 이끄는 말레이시아와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대결한다. 바레인과의 A매치 역대 전적에서 11승 4무 1패, 요르단에는 3승 2무, 말레이시아에 26승 12무 8패로 모두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토너먼트에 오를 경우 펼쳐질 대진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한국은 조 1위를 기록할 경우, 일본, 인도네시아, 이라크, 베트남이 속해있는 D조 2위팀을, 조 2위를 기록하면 사우디아라비아, 태국, 키르기스스탄, 오만이 포함되어 있는 F조 1위팀과 16강전을 치른다. 조 3위를 기록해 와일드카드로 16강에 오를 경우에는 카타르, 중국, 타지키스탄, 레바논이 포함되어 있는 A조 1위팀 또는 D조 1위팀과 대결한다.

이변이 없다면 8강에서 마주할 가능성이 높은 이란(피파랭킹 24위)이 가장 큰 고비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은 이란과의 A매치 상대전적에서 10승 11무 13패로 열세이며 아시안컵에서는 3승 1무 3패로 팽팽한 호각세다. 이밖에 4강 이후에 만날 가능성이 높은 일본(20위)을 비롯해 호주(29위), 사우디아라비아(54위), 지난 대회 우승팀이자 '한국 킬러'로 불린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이 이끄는 카타르(61회) 등이 한국의 정상 도전을 위협할 경쟁자로 꼽힌다.

한국대표팀의 전력은 우승을 노리기에 충분하다는 평가다. 아시아 최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빛나는 '살아있는 전설' 손흥민을 필두로, 한국인 최초 세리에A 우승 주역 김민재, 라리가 한국인 최초 두 자릿수 공격포인트를 달성한 이강인 등 쟁쟁한 월드클래스급 선수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다. 여기에 카타르월드컵 16강 멤버인 황인범, 이재성, 황희찬, 오현규 등이 고른 신구 조화를 이루고 있다.

특히 손흥민에게는 이번 아시안컵이 우승의 적기라고 할 수 있다. 막내로 참여했던 2011년 대회부터 3회 연속 아시안컵 본선에 출전했던 손흥민은 2024년에는 어느덧 32세가 된다. 35세가 되는 2027년 대회 출전은 장담하기 어려운 데다 그때쯤이면 기량도 전성기에서 내려왔을 가능성이 높다.

손흥민은 화려한 선수경력에도 불구하고 소속팀과 대표팀에 걸쳐 유독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연령대별 대회였던 2018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프로 데뷔 이후 손흥민의 유일한 공식 대회 우승 이력이다. 리오넬 메시가 지난 카타르월드컵 우승으로 GOAT(역대 최고 선수)의 반열에 올랐듯이,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은 손흥민에게 대선배 차범근-박지성과의 '한국축구 역대 최고 선수' 논쟁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마지막 화룡점정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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