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굶어도 살빠진다…세계 최고 지중해 식단 '한국식' 먹는 법

서정민 2023. 5. 13. 05: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건강 밥상 ‘지중해식 식단’ 비결


지중해식 식단의 특징은 신선한 해산물·채소를 즐겨 먹는다는 점이다. 미쉐린 가이드 그린스타 레스토랑 ‘기가스’의 정하완 셰프가 조개·눈물콩 등을 이용해 만든 지중해 요리. 최영재 기자
여름에 부쩍 가까워진 날씨로 다이어트가 고민된다. 겨우내 두꺼운 옷으로 덮어뒀던 볼록한 배를 보며 ‘과연 나는 건강한가’ 자문도 하게 된다. 새삼 건강한 식이요법을 찾게 되는 때 ‘지중해 식단’이 눈에 들어왔다. 구릿빛 몸으로 와인과 더불어 즐겁게 춤추고 노래하며 사는 지중해 연안 사람들의 건강 비법이라는데, 과연 이 비법의 핵심은 뭘까. 그들의 대표 식품인 올리브유가 일상적이지 않은 한국인의 밥상에도 적용할 만한가.

6년 연속 ‘세계 최고의 건강 식단’ 선정

지중해식 식단의 특징은 신선한 해산물·채소를 즐겨 먹는다는 점이다. 미쉐린 가이드 그린스타 레스토랑 ‘기가스’의 정하완 셰프가 조개·눈물콩 등을 이용해 만든 지중해 요리. 최영재 기자

‘약식동원(藥食同源)’이라는 말이 있다. 약과 음식은 근원이 같다는 말로, 올바른 식습관만으로도 충분히 건강한 삶을 즐길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의학전문지 란셋(Lancet)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2015~17년 195개국 대상 조사에서 조기 사망 원인 1위는 ‘잘못된 식습관(1100만명)’으로 꼽혔다. 2위가 고혈압(1040만명), 3위가 흡연(800만명)이다.

2013년 유네스코가 지정한 인류무형문화유산인 지중해식 식단은 미국의 시사주간지 U.S. 뉴스&월드 리포트가 선정하는 건강에 도움 되는 ‘세계 최고의 식단’에서 올해까지 6년 연속 1위로 꼽혔다. 2위는 저염식 위주의 대시(DASH·Dietary Approaches to Stop Hypertension) 식단, 3위는 채식을 중심으로 한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 식단이다.

지중해식 식단의 특징은 신선한 해산물·채소를 즐겨 먹는다는 점이다. 미쉐린 가이드 그린스타 레스토랑 ‘기가스’의 정하완 셰프가 조개·눈물콩 등을 이용해 만든 지중해 요리. 최영재 기자

용어 그대로 지중해 연안 지역(키프로스·크로아티아·스페인·그리스·이탈리아·모로코·포르투갈)의 식단을 일컫는 지중해식 식단은 식물성 식품과 올리브유·생선·견과류 섭취를 강조하고 붉은색 고기와 가공식품을 제한하는 식사법이다. 혈관 건강을 돕고, 당뇨병의 발생 위험을 줄여주며,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수치도 낮춰준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의사·영양학자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지중해식 식단의 주요 음식들에는 신선한 채소와 과일, 통곡물과 곡물빵, 콩류, 올리브유를 포함한 건강한 지방, 견과류와 씨앗, 생선과 해산물, 허브가 있다. 반대로 가급적 멀리 할 음식도 있다.

▶지중해식 식단의 권장 식품

●채소: 아티초크·브로콜리·케일·양배추·시금치·당근·셀러리·오이·피망·감자·고구마·토마토·호박

●과일: 사과·멜론·살구·딸기·무화과·오렌지·복숭아·포도·배·대추·석류

●통곡물: 보리·메밀·옥수수·귀리·호밀·보리·통밀

●견과류: 아몬드·호두·캐슈·피스타치오·해바라기씨·호박씨·헤이즐넛·올리브

●콩류: 병아리콩·카넬리콩·신장콩·렌틸콩·완두콩

●생선&해산물: 조개·게·청어·로브스터·고등어·홍합·굴·연어·정어리·농어·새우·참치·문어·송어

●허브&향신료: 바질·커민·마늘·라벤더·로즈마리·세이지·민트·오레가노·파슬리·후추·계피

▶지중해식 식단의 제한해야 할 식품

●정제곡물 식품: 흰 빵·흰쌀·감자칩·크래커

●트랜스 지방: 마가린·가공 치즈·마가린이 첨가된 식품

●설탕 첨가 식품: 소다 등의 음료수·아이스크림·설탕

●정제된 기름: 콩기름·캐놀라유·면실유·포도씨유·해바라기씨유 등

지중해식 식단이 세계 최고의 건강한 식단으로 꼽히는 이유는 특정한 음식만을 먹거나, 완전히 끊어야 하는 음식 없이 ‘균형의 원칙’을 지키는 일상 식사만으로 심혈관 계통 질병을 예방하고 현대인들이 간절히 원하는 다이어트까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지중해식’이라는 단어에 발목이 잡혀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 지중해 연안 지역의 사람들이 먹는 것처럼 먹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중해식 식단의 예를 찾아보면 호두를 곁들인 비트 샐러드, 채소 스튜, 해산물 리소토, 호밀빵 토스트, 올리브유 드레싱을 얹은 그릭 샐러드 등을 제안하는데 평범한 한국인의 밥상을 과연 매일 이런 음식들로 대체할 수 있을까.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이지원 교수는 “지중해식 식단의 개념을 정의하면 첫째, 지방을 많이 섭취하되 나쁜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은 피하고 좋은 지방을 먹는다는 것. 둘째, 탄수화물은 먹되 단순 당(흰빵·흰쌀)은 피하고 섬유질·미네랄이 많이 포함된 전곡류(보리·메밀·옥수수·수수·기장·귀리·통밀·현미 등) 계통을 선호한다는 것. 셋째, 항산화물질·비타민·미네랄이 풍부한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는 것으로 압축할 수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나라마다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전 세계 사람들에게 다 좋다고 해도 우리에게 안 맞으면 꼭 좋은 건 아니다. 한국 사람에게 잘 맞아야 하고 우리 문화에도 맞아야 한다”며 “지중해식의 핵심 개념을 염두에 두면 지중해에 가지 않아도 한국형 건강식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했다. 이른바 ‘한국식 지중해 식이(KMD·Korean style Mediterranean Diet)’다.

하루 섭취 열량 300㎉ 정도 낮추는 게 좋아

한국형 지중해 식단’을 선보이는 메디쏠라의 밀키트. [사진 메디쏠라]

이지원 교수팀이 한국의 식품업체 메디쏠라와 공동으로 연구해 2021년 발표한 KMD의 특징은 기존 한국 식단에 비해 1일 섭취열량을 약 300㎉ 정도 낮추고, 탄수화물·단백질·지방의 비율을 5:2:3, 오메가3와 오메가6의 비율을 1:8 이하로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연세대 임상영양대학원 교수이기도 한 메디쏠라 연구소의 김형미 소장은 “지중해 식단의 경우 탄:단:지 비율이 4:2:4이지만 한국인의 식습관을 고려해 지속성과 규칙성을 높일 수 있는 5:2:3의 비율이 적당하다는 연구 결과에 도달했다”고 했다. 그는 또 “기초대사율이 떨어지는 40대부터는 칼로리를 낮춰야 한다(1일 권장 칼로리 40대 여성 1400㎉, 40대 남성 1800㎉)”며 “삼시세끼로 배분해 한 끼에 400㎉가 적당하다는 결론이 나왔다(나머지 칼로리는 간식으로 충당)”고 했다.

한국형 지중해 식단’을 선보이는 메디쏠라의 밀키트. [사진 메디쏠라]

KMD는 지중해식 식단처럼 붉은색 고기를 피하진 않는다. 동물성과 식물성 단백질을 1:1로 하되, 동물성 단백질은 포화지방산이 적은 해산물과 가금류에서 충족할 것을 제안한다.

흥미로운 점은 우리가 잘 몰랐던 불포화지방산 오메가3와 오메가6의 비율이다. 원래 우리 몸은 오메가3와 오메가6의 비율이 1:1로 태어나는데, 몸에서 합성되지 않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음식으로 섭취해줘야 한다. 하지만 튀기고 기름에 볶는 음식과 가공식품 섭취가 늘면서 미국의 경우 섭취비율이 1:16으로 달라졌다. 일본에선 1:4, 캐나다는 1:6으로 낮춰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이 정해졌지만, 우리의 경우 미국만큼 비율의 차가 커서 1:8 이하 정도까지 맞추자는 게 KMD의 연구 결과다.

그렇다면 오메가3와 오메가6는 어떤 음식에 많을까. 오메가3는 고등어·임연수어 등의 등푸른 생선과 해산물, 호두 등의 견과류, 들기름·캐놀라유, 푸른잎 채소에 많다. 오메가6는 옥수수기름·해바라기씨유·포도씨유 등의 식용유와 참기름에 많다. 오메가6도 먹어줘야 하는 영양소지만 좀 더 건강한 몸을 원한다면 오메가3는 섭취량을 늘이고, 오메가6는 줄이는 게 좋다. 튀김류·전류 등과 가공식품 섭취가 늘어서 오메가6 섭취 비율이 과다해지면 몸에서 염증 반응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KMD를 근거로 개발한 메디쏠라 밀키트의 21가지 메뉴들에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지중해식, 즉 양식만 있는 게 아니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소불고기해물덮밥·임연수구이덮밥·두부새우덮밥 등의 한식도 포함돼 있다. 매일 올리브유와 그릭 샐러드를 먹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다만, 한 끼에 먹는 식사가 밥·국·반찬으로 구성돼 있지 않고 ‘원 플레이트 밀(한 그릇에 담긴)’로 만들어졌다. 김 소장은 “탄·단·지 비율 5:2:3, 오메가3와 오메가6의 비율을 1:8 이하로 구성하고 소금 섭취율도 줄이는 등 여러 가지 원칙을 지키고 반찬 중 특정 음식의 편식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이는 건강한 식단을 위해 어떤 식재료를, 어느 정도 먹는 게 좋을지 영양 비율을 참고하는 데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이를 벤치마킹해서 영양 비율만 잘 지키면 집에서도 얼마든지 자신만의 건강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지원 교수는 “약보다 먹는 게 훨씬 중요한데, 핵심은 양보다는 밸런스”라며 “한국식 지중해 식이란 한국인에 필요한 영양 비율을 잘 맞추자는 것, 즉 어떤 것은 먹고 어떤 것은 먹지 말라는 게 아니라 좋은 품질의 식품으로 영양소 비율의 균형을 잘 맞춰 먹자는 게 핵심”이라고 했다. 그는 “이게 잘 실천된다면 ‘한국식 지중해 식이’라는 이름에서 지중해라는 단어를 빼고 한국의 대표 건강식으로 전 세계에 소개될 수도 있다”고 했다.

한편, 오랫동안 지중해 요리와 문화를 연구해 온 강지영 음식칼럼니스트는 “지중해식 식단은 결론적으로 지중해식 라이프 스타일을 말하는 것”이라며 “와인 한 잔과 함께 천천히 이야기를 많이 나누며 식사를 하고, 좋은 사람들과 교우하며 스트레스를 덜 받는 생활이야말로 진짜 건강한 삶을 위해 필요한 마인드”라고 했다.

■ 씹힐 듯 ‘꾸덕한’ 그릭 요거트, MZ세대 식사 대용으로 인기

그릭 요커트에 그래놀라·과일 등을 곁들이면 든든한 한 끼 식사가 된다. [사진 달그릭]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8년 1조8015억원이었던 국내 발효유 시장 규모는 2022년 2조원대로 성장했고, 2025년까지 2조1152억원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보통 발효유는 마시는 타입과 떠먹는 타입으로 나뉘는데 떠먹는 발효유를 ‘요거트’라고 부른다.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그릭 요거트’가 인기다. 그릭 요거트란 그리스를 비롯한 지중해 연안 지역에서 인공 첨가물 없이 원유를 발효시켜 만든 요거트를 말한다. 지중해식 식단의 대표 음식이며,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장수식품이다.

MZ세대가 그릭 요거트를 선호하는 데는 ‘헬시 플레저’ 트렌드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팀이 ‘2022년 10대 트렌드’ 중 하나로 제시한 헬시 플레저는 ‘건강하다(Healthy)’와 ‘기쁨(Pleasure)’을 합친 신조어다. 건강과 다이어트를 위해 식단조절을 하는 MZ세대가 늘면서 식사대용 한 끼로 충분한 음식을 찾게 됐고, 맛과 영양 면에서 충분한 만족감을 준다는 점에서 그릭 요거트가 대두됐다. 샐러드나· 그래놀라·과일 등과 곁들이면 식사가 더욱 풍성해진다.

일반 요거트에 비해 열량 자체는 다소 높지만, 그릭 요거트에 든 단백질과 지방은 탄수화물에 비해 천천히 소화되기 때문에 포만감을 오래 지속시킨다는 것도 그릭 요거트의 장점이다. 그릭 요거트의 또 다른 특징은 특유의 ‘꾸덕함’인데 이는 유청을 최대한 빼서 더 많은 우유를 압축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유당불내증(유당을 분해·소화 못 하는 증상)을 가진 사람에게도 좋다. 입안에서 씹힐 듯 ‘꾸덕꾸덕’ 독특한 식감이 바로 MZ세대가 그릭 요거트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다.

꾸덕하다 못해 바늘로 쪼개 먹을 수 있을 만큼 유청을 분리하는 ‘요즘(YOZM)’ 그릭 요거트는 지난 4월 14일부터 5월 8일까지 서울 성수동에서 팝업카페를 운영했는데, 당초 4월 30일까지만 운영할 계획을 연장하며 총 누적 방문객 1만5000명을 기록했다. 3.3배 농축을 특징으로 하는 ‘달그릭’ 그릭 요거트는 “샐러드보다 간편하게, 단백질은 채워주는” “닭가슴살, 채소 샐러드, 단백질 쉐이크가 지겨울 때” “비건까지는 아니어도 베지테리언이 먹을 수 있는 음식” 등의 소비자 욕구를 적극 반영한 제품으로 인기다.

이외에도 MZ세대에서 인기가 좋은 마켓컬리에서 ‘그릭데이’ ‘룩트’ 등의 그릭 요거트들이 꾸덕한 식감으로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