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 당원권 정지 1년 '공천 불가'…자진사퇴 태영호 3개월
국민의힘 김재원·태영호 최고위원이 10일 ‘당원권 정지 1년’과 ‘당원권 정지 3개월’의 징계를 각각 받았다. 당초 두 최고위원 모두 당원권 정지 1년 이상의 중징계가 예상됐지만, 태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직에서 자진 사퇴하면서 징계 수위가 낮아져 최악은 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끝까지 ‘사퇴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간판으로 내년 4월 10일 총선 출마가 불가능해졌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위원장 황정근)는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국민의힘 당사에서 4시간여 회의를 마친 뒤 “윤리위는 김재원·태영호 최고위원에 대해 각각 당원권 정지 1년과 당원권 정지 3개월의 징계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지난 1일 윤리위가 두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절차를 개시하기로 결정한 지 9일 만이다.
윤리위는 이날 징계 사유로는 해당 행위나 법령 등의 위반으로 민심 이반 등의 문제를 일으켰을 때 징계할 수 있다는 윤리위 규정 20조와 품위유지 의무를 규정한 윤리규칙 4조를 제시했다. 황 위원장은 “자꾸 반복되는 설화는 외부적으로 당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민심을 이탈케하는 심각한 해당행위이며, 내부 리더십을 손상시키는 자해행위”라며 “출범 두 달 직후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지 못할 망정 심기일전하려던 당의 신뢰를 잃게 만들고 내년 총선에 악재가 됐다”고 지적했다. 당헌·당규 상 징계 수위는 경고·당원권정지·탈당권유·제명 등 4단계로 나뉜다.
김 최고위원은 당선 후 ▶5·18 정신 헌법수록 반대(3월 12일) ▶전광훈 목사 우파통일(3월 26일) ▶4·3은 격이 낮은 기념일(4월 4일) 등 세 차례나 잇따라 설화(舌禍)를 일으켰다. 태 최고위원도 “제주 4·3사건은 김일성의 지시였다”는 발언과 더불어민주당을 사이비종교집단 JMS에 빗댄 ‘민주당 JMS’라는 페이스북 메시지로 논란이 됐다. 최근엔 대통령실 이진복 정무수석이 공천을 언급하며 한·일관계에 대한 공개 옹호 발언을 부탁했다는 취지의 육성 녹취록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며 “이 수석이 하지 않은 말을 만들어냈다”는 거짓말 논란을 일으켰다.
태 최고위원 징계가 당원권 정지 3개월에 그친 건 이날 오전 전격적인 최고위원 자진 사퇴가 영향을 끼쳤다. 그는 이날 오전 10시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논란은 전적으로 저의 책임”이라며 사퇴했다. 지난 8일 윤리위 심의 때와 전날 밤까지만 해도 “자진 사퇴는 없다”거나 “중징계를 하면 재심 청구까지 고려하겠다”던 강경 입장에서 전격 선회한 것이다. 태 최고위원은 전날 밤 최고위원이 모여있는 단체 채팅방에서 스스로 퇴장하며 사퇴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당원권 정지 3개월은 형식적으론 중징계다. 하지만 내년 총선 출마가 원천 봉쇄되는 건 아닌 만큼 당내에선 “태 최고위원에게 기회를 준 것”이라 반응이 우세하다. 징계 전력을 고려하더라도 태 최고위원은 현역 의원이고, 공천이 본격 논의되기 전인 8월에 당원권이 회복되기 때문이다. 한 중진 의원은 “태 최고위원은 당에서 쓰임이 많은 사람”이라며 “공천은 앞으로 태 의원의 행보에 달린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태 최고위원도 이날 윤리위 결정 뒤 “윤리위 결정을 겸허히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당원권 정지 1년을 받은 김 최고위원은 정치 생명에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됐다. 3·8 전당대회에서 16만67표를 얻어 최다득표(17.55%)로 당선된 김 최고위원은 당초 대구 지역 출마를 노려왔다. 하지만 내년 5월 10일까지 당원권이 정지되기 때문에 국민의힘 공천을 받아 총선에 나가는 게 불가능해졌다. 당 관계자는 “당 지도부는 김 최고위원 스스로 상황을 정리해주길 내심 기대했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징계 결정 뒤 “저를 지지해주신 당원과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러운 마음뿐이다. 앞으로 당과 나라에 보탬이 되는 일을 찾아서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그가 징계를 수용하겠다는 분명한 입장은 밝히지 않은 만큼 당내에선 윤리위 재심 청구 또는 가처분 소송 등 후속 조치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새 지도부 출범 직후 각종 설화에 휩싸여 휘청였던 김기현 대표 체제는 이날 징계 결정을 계기로 본격적인 정상화에 나설 전망이다. 김 대표는 그간 두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를 고려해 지난 4일과 8일 두 번의 최고위원회의를 취소했다. 10일 열린 윤석열 대통령 취임 1주년 기념 당 지도부 오찬에도 최고위원들이 배제되면서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은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 대표는 징계 다음날인 11일 열흘 만에 최고위회의를 주재하고, 궐위 상태가 된 태영호 최고위원의 후임을 뽑는 보궐선거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당헌·당규에 따르면 최고위원 궐위 시 30일 이내에 전국위원회를 소집해 후임을 선출해야 한다. 또 김 최고위원 발언으로 동요했던 호남 민심을 다독이기 위해 5·18 기념식에 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 전원이 참석한다는 방침이다. 당 관계자는 “김기현 대표 민생 행보뿐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 노력도 최고위원 논란으로 가려진 측면이 있다”며 “이제 본격적으로 당을 재정비하고 본격 총선 행보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다영·전민구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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